공동경비구역 JSA 영화와 시선 1
연세대미디어아트연구소 엮음 / 삼인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지난번 <친구>에 관해 연대 미디어아트연구소가 엮은 책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두권을 더 샀다. <공동경비구역>도 그중 하나로, 수백만의 흥행기록을 세운 이 영화를 나 또한 재미있게 봤었다. "최근의 문제작들을 중심으로 비평적.학문적 담론을 형성해 연구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대체로 글이 좀 산만한데다 <간첩 리철진>과 <쉬리>까지 아우르는 바람에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는 게 아쉬운 점이었다. 그렇긴 해도 별 생각없이 봤던 영화에 이렇게 심오한 뜻이 담겨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수확이긴 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조사관인 소피(이영애)가 중립국의 일원임을 빌미로 "한국인의 일-남북통일-은 한국인만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조바심나는 주장"을 영화가 하고 있다고 하며,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만의 폐쇄적인 결합이 수립"됨을 지적하기도 한다. "마초이즘의 아주 새로운 버젼"이라나? 생각해보면 여성을 배제한, 남성만의 영화는 많지만, 남성을 배제한 영화는 지극히 드물다. 그건 남자가 없으면 작품이 되지 못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일까? 아무튼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한 나도 마초 기질이 다분한가보다.

다른 저자는 쵸코파이의 예를 들며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마지막 시장 북한에 남한상품을 수출하겠다는...남한의 숨겨진 욕망을 작동시키고 있다"고 한다. 쵸코파이 부분이 인상적이었긴 하다. 그렇다고 북한에 상품을 팔겠다는 욕망을 작동시킨다느니 하는 건 좀 비약이 아닐까? 쵸코파이 부분을 찍으면서 감독이 그런 상상까지 했는지 의문이다. 감독이 "그런 거 아냐!"라고 말하면 어쩌려고?

또다른 저자는 "(이 영화가) 민족주의를 미국 주도하에 진행되는 신자유주의의 침공에 처한 한국 사회의 처방전이자 가장 요구되는 이데올로기로 불러"온단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영화의 장면들이 주인공들간에 벌어지는 동성애의 알레고리라는 주장도 수긍이 간다. 어느 분의 말처럼,  남자간의 우정 어쩌고 하는 것도 사실 동성애의 숨겨진 욕망이 아니겠는가. "여자는 이수혁(이병헌)의 남성 히스테리를 길들일 수 없다. 그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38선 이북에 있는데, 그들이 다시 만나는 일은...가능할 것 같지 않다"  이수혁은 그래서 자살했단다. 이렇듯 사람에게는 동성애의 본능이 어느 정도는 잠재해 있다. 그러니 동성애자를 괴물로 취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 병사의 인간적인 면을 그렸다는 이유로 탄압을 하던 게 불과 십여년 전인데, 남북 병사가 서로 어울려 논다는 영화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 사회는 진보했다. "분단을 상업화했다"고 이 영화를 비난하는 저자도 있지만, 난 우리 사회가 분단에 대해 좀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처럼 예비역 장병들이 영화사로 난입하는 곳이 아닌, 서로의 시각차를 인정해 주는 그런 사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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