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책 읽기
최성일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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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최성일님은 "여러 지면에 출판 시평과 북 리뷰를 기고하며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책만 읽고 사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지만, 아무나 프리랜서를 하는 건 아니다. 최성일님은 "프리랜서로 살기 위해서는 운이 좋아야 한다...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해 하지만, 그건 저자의 높은 내공 탓이지, 운으로 치부할 건 아니라고 본다.

전작인 <베스트셀러 죽이기>를 비롯해 여러 지면에서 그의 글을 접했는데, 그의 글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으며, 글을 통해 '올바른' 정신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출판평론이 갖는 가장 큰 미덕은 읽을만한 책들을 우리에게 소개해 준다는 것인데, 언론이나 문단의 비평이 '주례사 비평'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 그의 책은 독자들에게 등대가 되어줄 만하다. 이 책은 주제별로 대표적인 책들을 몇권씩 소개하고 있는데, 당연하게도 주옥같은 책들이 많이 나온다. 언급된 책들 중 내가 읽은 게 얼마나 되나 세어봤더니 고작 25권이다. 강유원의 <책>과 <축구, 그 빛과 그림자>를 비롯해서 읽고픈 책들을 다 체크해 놓았는데, 나중에라도 사서 읽어볼 생각이다. 책에서 인상적인 대목을 몇개만 소개한다.

-<군중과 권력>을 쓴 카네티의 말, "군중의 외침은 반드시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미리 연습을 해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고함소리는 군중이 그 나름의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자랑스러워했던 월드컵 때의 거리응원도 카네티의 눈으로 보면 생명이 없는 응원?

-[교양과학서는 베스트셀러라도 많은 판매부수를 갖지 못한다.... "방정식 하나를 사용할 때마다 매출 부수가 반씩 줄어들 것"이라는 조언에 유념한 탓인지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 구절을 읽으니 과학기술서가 안팔린다고 한탄하던 '마립간'님이 생각난다. 방정식을 쓰지 말고 쉬운 말로 책을 쓴다면 과학기술서도 충분히 잘팔릴 수 있을 것이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처럼.

-[뛰어난 시집이라도 첫시집은 독자의 손길이 미처 닿기 전에 없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신동엽과 김수영이 그렇고, 김지하와 신경림의 첫시집도 소박한 호응을 얻었을 뿐이다] 이와는 달리 영화는 신인감독인 경우가 잘만든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박찬욱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었기 때문"이라나?

-조셉 캠벨은 이렇게 말했단다.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으면..그 사람이 쓴 것은 모조리 읽습니다...그런 다음에는 그 작가가 읽은 것을 모조리 읽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가가 셋만 있으면, 하루 24시간이 짧겠다. 그나저나 그 작가가 뭘 읽는지는 어찌 아는 것일까?

뭘 읽을지 방황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한번쯤 집어들 만하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책들 중 몇권은 그의 기호를 충족시켜 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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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3-0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리뷰가 개편된 후부터 리뷰를 잘 안쓰게 된다. 아무 때고 올릴 수 있으니까, "나중에 쓰자"고 미뤄두게 되는 탓이다. 예전엔 내 리뷰가 올라가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그냥 그렇다. 하지만 리뷰 쓰기가 편하도록 개편된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뭔가가 바뀌면 늘 궁시렁대는 나같은 사람에겐 발전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