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천안까지 출퇴근을 한다.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나 말고도 여럿 되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어떤 교통수단이 가장 좋은지에 대해 연구를 한다.

1. 차
장점;
-맘 내킬 때 퇴근할 수 있다.
-차 안에서 노래 연습을 할 수 있다
단점:
-그 엄청난 기름값...
-장거리 운전은 노동이다!
-술을 못먹는다

결론: 탈락!

2. 기차
장점:
-대충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집에서 가깝다(홍대 앞서 영등포역까지 20분 정도...)
단점:
-내 자리에 할머니가 앉아 계시면, 꼼짝없이 서서 가야 한다.
-기차역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멀다. 약 4킬로?
-출근할 때 자버리면 대전까지 간다.

결론: 그래도 가장 훌륭한 교통수단으로 사료됨. 현재 애용 중

3. 통근버스
장점:
-공짜다.
단점:
-강남역까지 가는 게 너무 힘들다(35분).
-아는 사람이 옆에 앉으면 불편하다. 달리 할말도 없고, 어색한 침묵도 싫고....
-뚱뚱한 사람이 옆에 앉으면 괴롭다.
-퇴근 때 너무 막힌다. 심할 때는 2시간을 넘기기도...

결론: 웬만하면 안타려고 한다.

4. 고속버스
장점:
-잘 수 있다.
단점:
-차가 막히면 끝장이다.
결론: 술취하면 탄다.

상황이 이래서, 난 4월에 개통되는 고속전철에 관심을 가졌다. 지금 애용하는 기차는 새마을이건 무궁화건 비슷하게 한시간이 걸리고, 공사구간을 지난다든지, 새마을호를 먼저 보낸다든지 하는 이유로 연착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으니까. 조금 늦으면 나머지 거리는 빨리 달려서 시간을 만회해야 하거늘, 그런 게 없다. 그런 와중이니, 고속전철이 생겨 서울-천안을 30분에 주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건 당연했다. 요금이 새마을보다 비싸긴 해도, 한달 정기권을 끊으면 좀 쌀 게 아닌가.

하지만... 고속전철역을 자기 도시에 유치하고자 천안과 온양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천안에 이해관계를 가진 내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인구도 많고 발전가능성도 높을 뿐 아니라 대학이 많아-톨게이트부터 우리학교까지 대학이 6개쯤 되고, 많은 애들이 출퇴근을 한다-승객 동원효과도 뛰어난 천안이야말로 고속전철의 최적지건만, 온양 사람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왕 발전된 곳이 더 발전해야 한다는 논리가 말이 되냐? 우리도 발전 한번 해보자!" 이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어서, 결국 천안과 온양의 중간에 역이 세워졌다. 이름을 뭘로 할 것인가 또한번 힘겨루기를 한 결과 '천안-아산역'이 되었는데, 온양(아산) 사람들은 이 이름에 불만이지만, 난 이름 따윈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아산-천안역'이라도 천안에 가깝게 있으면 좋을텐데... 아무튼 그 역에서 우리 학교까지는 안밀려도 40분이 걸리고, 출근시간대에는 한시간 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란다. 그래서 난 고속전철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했다.

갈등이 있으면 양측 다 한발씩 양보하라, 우리가 익히 들은 말이다. 실제 그 말이 옳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게 고속전철에서까지 적용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온양이든 천안이든, 어느 한곳에 전철역이 생긴다면 그 한쪽은 크게 발전할 것이지만, 지금처럼 어중간하게 있으면 죽도 밥도 안되지 않는가? 우리나라만 그런 해결책을 즐기는 게 아닌지라, 일본과 한국이 2002년 월드컵 유치를 놓고 사생결단의 승부를 했을 때, 부담을 느낀 FIFA는 '공동개최'라는 희한한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 비싼 돈을 들여 지은 경기장들에선 고작 서너경기만 치뤄졌을 뿐이다.

물건너간 고속전철의 개통을 아쉬운 맘으로 바라보면서, 마태우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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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3-0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안역이 사연이 있군요...출근때 자서 대전이남까지 가신적은 없는지???

마태우스 2004-03-0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아직 그런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니까 잔거 같지도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