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공간의 환상 다빈치 art 5
안토니 가우디 지음, 이종석 옮김 / 다빈치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에 관한 책이다. 건축에 관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책을 읽을까 하는 회의도 들었지만, 원래 취미라는 게 자기 하는 일과 다른 분야를 파고드는 것 아닌가.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만 해도, 가우디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사진에 나온, 그가 지은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기 그지 없는 것들, 물론 돈도 엄청나게 들었다. '값싸고 실용적인' 것만을 좋은 건축으로 치는 나에게 가우디의 건물들은 매우 부정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다 읽고나니 그의 장인정신에 동화되어, 기차에 치어 죽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의 건물들이 있는 스페인에 꼭 한번 가고 싶어진 것도 이 책이 남겨준 숙제다.

가우디는 완벽주의자였다. 그런 사람이니 그렇게 훌륭한 건물들을 지을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 아래사람들은 죽어난다. 그도 그 사실을 인정한다. [나는 함께 일하던 사람들을 매우 피곤하게 했다(49쪽)] 그가 지은 건축물들이 지금도 튼튼하게 서 있는 건, 그 완벽주의 때문이리라. 성수대교나 삼풍이 무너진 걸 보면 우리나라에는 완벽주의자가 너무 없는 것 같은데, 다른 분야는 몰라도 건축만은 완벽주의자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가우디도 늘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가우디는 '많은 시험과 과제물 제출에서 한번에 합격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가 제출한 도면들은 여러 교수들에게 논란의 대상이었다(104쪽)' 학교 교육이 한 천재의 창의성을 말살시키는 것은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닌가보다. '가우디는..8년만에 전 학과를 마칠 수 있었지만, 졸업시험 성적은 최하위였다...가우디의 독창성과 대담함은 심사위원회를 불쾌하게 했고 그의 설계안은 가장 낮은 점수로 통과했다' 그 교수들이 나중에라도 후회를 했는지 모르겠다. 가우디의 건축물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온갖 찬사를 받고 있는 지금은 그런 교육풍토가 조금은 바뀌었을까? 우리나라의 가우디들은 지금도 학교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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