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로 -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 교수의
폴 크루그먼 지음, 송철복 옮김 / 세종연구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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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폴 크루그먼이라는 유명한 경제학자가 쓴 글을 모은 거지만, 내용을 보면 경제보다는 정치얘기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크루그먼 특유의 냉소적이고 해학적인 문제가 어우러져, 나처럼 경제를 모르는 사람도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다. <대폭로>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현재 백악관에 있는 조지 부시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주는데, 부시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또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부시 일파가 바라는 나라는 '국내적으로는 아무런 사회 안전망도 없으며, 자국의 의지를 해외에 강요하기 위해 주로 무력에 의존하며, 그 나라의 학교들에서는 진화론을 가르치지 않지만 종교는 정말 가르치며, 선거란 단지 형식에 지나지 않는(9쪽)' 나라다. 하지만 부시는 이런 것들을 숨겨가면서 자신은 못가진 자들을 위한 대통령으로 위장하는데, 이런 위장이 가능한 것은 제도언론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인들의 정치적 수준이 지극히 낮은 탓이리라.

예컨대 부시는 대선을 치루면서 세금인하를 주장했는데, 그 이유란 '연방재정의 엄청난 흑자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시 집권기와 더불어 경기침체가 찾아오고 연방재정은 극심한 적자로 돌았는데,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포기해야 할 세금인하를 부시는 계속 추진한다. '경기가 안좋으니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면서. 부시는 '세금인하의 혜택은 못가진 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깎이는 세금은 연봉 30만달러 이상의 사람이 내는 소득세와 1% 미만의 사람에게 부과되는 상속세, '레이거노믹스'로 불렸던 '공급위주 정치학'을 신봉한 레이건은 그래도 솔직하기라도 했지만, 부시는 미련할 뿐 아니라 위선적이기까지 하다는 게 크루그먼의 주장이다.

그러고보면 극우세력은 어디나 다 비슷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극우세력도 '변화된 환경에 대해 계획을 바꾸는 방식으로 절대 대응하지 않'으니까.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을 때,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는 안전하다!' 하지만 막상 한국인 노무자 두명이 피살되자 그들은 이런 말을 한다. '이렇게 이라크가 위험하니, 전투병을 보내야 한다!'고.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지 결론은 어차피 하나였던 셈이니, 백날 토론을 해봤자 소용없던 거였다.

다음 말도 경청할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씩씩하게 이야기한다고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 위험을 감수해야만 용기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알고보면 애국심을 소리높여 주창하는 거물급들 가운데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은 충격적이게도 얼마 되지 않는다 (300쪽)]

북한에 대해 호전적인 자세를 보이고, 심지어 '전쟁 한번 해요'라고까지 말했던 모 정당 의원들이 자신은 물론 직계가족의 병역면제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사실은, 극우세력은 어디나 마찬가지라는 통념에 확신을 더해준다. 이 책을 읽고나니 부시의 재선이 끔찍하게 여겨진다. 그러고보니 올해가 미국 대통령 선거, 신을 참칭하며 나쁜 짓만 일삼는 부시에게 신의 심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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