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지승호 지음 / 아웃사이더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이승엽이 국민타자, 조용필이 국민가수라면, 인터뷰라는 척박한 분야에 뛰어들어 인터뷰를 예술로 승화시킨 지승호는 국민인터뷰어다. 홍세화 인터뷰를 보고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참 대단하고, 이걸 끌어내는 사람도 대단하다'고 말한 김정란의 말처럼, 특정인이 쓴 글은 단편적으로만 그를 알리지만, 지승호의 인터뷰는 그 사람에 대해 내가 궁금했던 모든 것을 알게 해준다. 이 책은 인터뷰를 묶어서 낸 그의 세번째 저서인데, 읽고나니 머리속이 꽉 찬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지금까진 아웃사이더들에 치우친 감이 있는데, 언행일치가 전혀 안되는 인사이더들도 인터뷰해 줬으면, 하는 게 소박한 바람이다.

강준만의 말, '호남차별을 외면하거나 저지르면서 외치는 진보는 사기에요. 아주 몹쓸 사깁니다 (91쪽)'
진중권의 말, '호남차별이 있으면 메커니즘을 밝혀서 그것을 극복해야 되거든요....그런 시도를 강준만 교수가 하고 있느냐? 안하고 있어요. 남는 건 '그냥 민주당 찍으면 된다'는 거잖아요 (115쪽)'
김민수의 말, '한강 하면 자살하는 사람 얘기밖에 없잖아요...다리란 보는 것 이전에 건너면서 느끼는 구조물입니다...온몸으로 교감되어야 할 게 다리지요...천천히 걸어서 건너면서 정말 절로 노래가 나오는 다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306쪽)'

이분들 외에 홍세화, 노혜경 등 다른 분들의 인터뷰도 즐거운 맘으로 읽었다. 하지만 진중권의 인터뷰는 좀 짜증이 났다. 다른 분들이 자신의 지향이나 미래에 대한 비젼을 역설하는 데 비해, 진중권은 50쪽에 달하는 인터뷰 내내 남들 욕만 하고 앉았다. 그것도 남들의 발언을 자기 편할대로 왜곡해서 이루어진 거라 공감이 가지도 않았지만, 설사 그 비난이 정당하다 할지라도 인터뷰 전부를 그런 식으로 채운 것은 정말이지 짜증스럽다. 난 진중권이 쓴 책은 무조건 사는 매니아지만, '본인은 논리적으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이고 '자기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과도하게 평가한 부분이 있다(354쪽)'는 노혜경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란 책에서 진중권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동안 조선일보에서 수여하는 동인문학상을 거부한 문인들이 있었다. 공적인 이유가 아니라 어떤 사적인 이유에서 얼떨결에 거부한 것인지, 아니면 조선일보와 관계하기를 끈질기게 요구하는 대중들의 다분히 정치적인 독촉이 귀찮아서 거부한 것인지 그 속내야 알 수 없지만... 바람직한 일이다(325쪽)]

문인으로서 조선일보와 맞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있을 진씨가 '얼떨결에'같은 언어폭력을 버젓이 저지르는 장면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강준만의 말대로 '인터넷에서 싸움질만 하다가 심성이 피폐해진' 걸까. 그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존재이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감성에 치우친 그의 행보가 더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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