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고전편 환상문학전집 12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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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릴 적,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청룡열차가 참 무서웠던 적이 있다. 어른이 된 지금은 롯데월드에 있는 자이로드롭도 무섭지 않다. 무서운 얘기도 마찬가지다. 중1 때만 해도 그림 속의 농부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의 얘기-'글쎄, 농부가 들고 있는 낫에 피가 묻어 있었대!'-를 듣고 한숨도 못잤고, 머리길고 흰옷입은 여인이 출연하는 [전설의 고향]을 덜덜 떨면서 봤지만, 지금은 웬만한 얘기엔 눈하나 깜짝 안한다. 공포에 대한 역치는 사람이 자라면서, 또한 시대가 바뀌면서 상승하기 마련이다.

카프카, 에밀 졸라, 엘런 포, 발자크, 조지 웰스 등 문단의 기라성같은 스타들이 쓴 단편들을 읽으면서 '이게 뭐야' '하나도 안무섭잖아' '이런이런' 같은 탄식만 연발했던 것은 시대가 바뀌면서 공포에 대한 역치도 한없이 치솟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살았던 그 당시에는 몇몇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 수 있었겠지만, 요즘이라면 애들도 이런 이야기에는 무서워하지 않을거다. 개미떼와 싸우는 얘기, 하도 우려먹어서 식상한 흡혈귀 얘기, 심해에 사는 바다괴물 얘기, 이게 도대체 뭐가 무서운가?

[이제 이야기는 독자들 모두가 너무 놀라워서 도저히 믿지 못할 부분에 이른 것 같다. 하지만 그저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46쪽, 발드마르 씨 사례, 엘런 포)]

이 대목을 읽고 난 뭔가 엄청난 게 나올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막상 나온 것은 지극히 당연해서 그렇게 되리라고 충분히 예측했던 거였다. 웃음도 그렇지만 공포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전복적 요소가 있어야 무서운 법인데, 여기 실린 단편들은 그런 점에서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검은 고양이>로 유명한 에드가 엘런 포야 워낙 공포 소설을 많이 썼지만, '나는 고발한다'로 유명한 에밀 졸라나, 중학교 때 중요 부분만 읽은 <여자의 일생>의 작가 모파상, <변신>을 썼던 카프카 등이 이런 류의 소설을 썼다는 것은 좀 뜻밖이다. 여기 실린 작가들이 그 뒤에는 공포소설을 더이상 쓰지 않은 걸 보면, 그 당시 사람들도 이들의 업종전환에 냉담했기 때문이 아닐까?

무섭진 않지만 걔중에는 소설적으로 훌륭한 것들이 많이 있는지라 공포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유명 작가들의 단편소설집이라는 생각으로 읽는다면 차라리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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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lackdgus 2005-12-2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를 느끼는 감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져
유형지에서 다시 한번 보시길..변신에 버금가는 소름끼침을 느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