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지음,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이 책을 받고난 후, 다 읽기까지는 실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골치아픈 걸 싫어하는 내 성향 탓인 것 같은데, 막상 읽어보니 그다지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하기사, 마르크스가 쓴 <자본론>이 어렵지, 그의 생애를 기술한 책이 어려울 게 뭐가 있담? 책 중간중간에 마르크스가 썼던 글들이 발췌되어 있고, 그럴 때면 진도가 더디게 나가기도 했지만, 별다른 인문학적 기초가 없는 내가 읽기에는 적당한 수준이었던것 같다.

[지금까지의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여러가지로 해석해 왔을 뿐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246쪽)]
마르크스의 위대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백년 후 막을 내리기는 했지만, 마르크스가 주창한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며 자본주의를 한층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구실을 했다. 새천년이 도래할 무렵, 지난 천년간 가장 위대한 인물이 누구냐는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마르크스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위대한 인물들이 대개 그렇듯이 마르크스도 아부를 좋아했다]는 점과 가정부를 임신시켜 애까지 낳은 일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위대함이 손상될 것 같지는 않다. [믿음과 행위는 하나이다. 행위가 스스로 인정한 믿음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 믿음은 거짓이다(246쪽)]는 대목과,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인간의 의식을 규정한다(222쪽)]는 말은 아직도 전근대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점 하나. 다 읽고 난 뒤 읽고 나서 머리에 남은 게 그다지 많지 않은 건, 어느 분의 지적처럼 '지나친 압축'과 '명쾌하지 못한 문장'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머리가 나빠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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