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뭉크 다빈치 art 1
에드바르드 뭉크 지음, 이충순 옮김 / 다빈치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천재화가인 에드바르드 뭉크, 그가 그린 '절규'는 워낙 인상적이라 미술에 문외한인 나도 기억이 나는데, <명화는 왜 유명할까>란 책을 보니 그 그림이 세계의 명화에 뽑혀 있다. 역시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그림이 바로 명화다. 고흐가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정신병으로 고생했는데, 천재화가는 우리와는 좀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다. 위대한 예술가가 우리처럼 돈이나 장수에 행복의 기준을 두지는 않겠지만, 뭉크는 고흐에 비하자면 행복한 예술가였다. 고흐가 살아생전 그림을 거의 팔지 못했고 서른 중반의 나이에 일생을 마감했지만, 뭉크는 비싼 값에 그림이 팔리는 유명한 화가였고, 80세가 넘도록 살았으니까.

이 책은 뭉크가 쓴 일기와 판사이자 후원자였던 쉬플러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뭉크가 글을 잘 쓰는 편이라고 해도, 그의 글들을 읽는 건 영 지겨운 일이었다. '절규'가 그렇듯, 그의 그림들이 죽음과 불안 등을 소재로 한 울적한 것들인데 반해 쉬플러에게 보내는 편지는 시종일관 투정과 자기 자랑으로 일관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글라저는 매우 이성적인 비평가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항상 저에 대해서 우호적인 글을 써주고 있습니다(162쪽)]-자기를 칭찬하면 이성적이라고?
[(...)에 실린 티스의 글을 읽어보셨는지요? 이제 노르웨이에서도 사람들이 저를 강하게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182쪽)]
[방금 전 (...)란 신문에서 비평 하나를 읽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비평을 쓸 수 있는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그 비평가는 저능아처럼...어쩌고 저쩌고...(185쪽)]-자기를 비판하면 '저능아'고 '멍청한' 사람이 된다.

[훈장 같은 것들을 받으려고 애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 훈장은 내 나라가 주는 호의의 표시라고 봅니다(188쪽)]-남이 탔으면 그 사람을 욕하지 않았을까?
[(...) 등 이들 비평지는 아주 감동적이었다는 비평을 실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분명 정확한 미술관을 지닌 집단임에 틀림없습니다(218쪽)]-정말 자기 중심적이지 않는가?

뭐, 자기가 최고라는 자존심이 있었으니까 평생 예술에 매진했을테지. 쉬플러에게 보내는 호칭의 추이도 웃긴다. 그가 가난할 때 판사였던 쉬플러에게 쓴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친애하는 재판장님께'

그러다가 돈을 좀 벌자 호칭이 바뀐다. '사랑하는 친구에게'

난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더 유명해지자 아예 막나간다. '친애하는 벗이여'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만세에 이름을 드날리는 뭉크가 판사보다는 훨씬 더 고귀한 인간이지만, 사람이 유명해졌다고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노르웨이 오슬로에 가면 뭉크의 집이 있다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거기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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