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는 왜 유명할까? - 걸작으로 보는 서양미술사
아멜리아 아레나스 지음, 정선이 옮김 / 다빈치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미술에 관해 좋은 책들을 많이 내는 '다빈치' 출판사의 책이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나온지 7개월만에 2쇄를 찍었다는 건 우리 사회도 비로소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징조가 아닐까 싶다. 문화에 대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는 냉소로 일관했던 우리들, 문화에 돈을 쓰기보다는 아파트 평수를 늘리고 차를 바꾸는 데만 관심이 있던 우리들도 비로소 문화를 즐길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게 반갑기 그지없다.

요즘 들어 부쩍 미술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뭉크가 누군지도 모를만큼 미술에 문외한이던 나도 열심히 책을 읽다보니 미술관에 가고픈 욕구가 갑자기 생기는 걸 보면,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진리인가보다. <명화는 왜 유명할까?>란 책은 우리가 익히 봐온 명화들을 알기쉽게 풀이해 놨는데, 나처럼 미술 공부를 해보겠다는 의욕이 넘치는 초보자에게 적합한 책인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질문, 명화는 왜 유명한가에 대해 앤디 워홀은 이렇게 말했단다.
'복제했을 때 돋보이는 작품' 이 책의 저자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워홀은 언제나 맥빠진 척하면서 사물의 진실을 예리하게 바라본다...워홀은 걸작이 지닌 현대적 의미를 분명하게 정리해 놓았다...그림이 복제되어 책 표지나 포스터, 상품 디자인, 광고 등에 사용되는 사이에 명화가 '불후의 명성'을 얻는 기묘한 현상에 착안한 것이다(22쪽)]

외국에 갔을 때 에펠탑처럼 사진이나 TV로 봐오던 건축물을 보며 즐거워하듯, 미술관에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도 언제나 낯익은 그림이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거리고, 관객들이 겹겹이 둘러서서 목을 길게 빼고 있다. 단 한번이라도 그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듯하다...'모나리자' 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그 사람들 중 모나리자의 미술적 성과를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의 저자인 아레나스는 미술교육 프로그램 전문가는 고등학교 때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설명한다.

[뭉크의 '절규'를 편집성 분열증의 전형이라고 한 설명에 무척 놀랐다. 그림의 정경이 ...눈에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동급생들도 그러했는데, 나 역시 뭉크의 그림에서 가정 생활의 중압과 기말 시험의 두려움이라는 사춘기의 수많은 악령을 엿보았다(171쪽)]

선생님의 말이 달달 외워서 머리에 담아야 할 무조건적인 진리였던 우리와는 달리, 다른 나라 애들은 선생의 가르침에 맞서 자신만의 눈으로 그림을 감상한다. 이런 문화적 감수성은 어릴 적부터 꾸준한 교육을 받아야만 길러지는 것이리라. 중년에 접어든, 그래서 머리가 굳어져 버린 나는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그림을 본다고 해도 그런 감수성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와는 다른 환경에서 문화적 소양을 기르기를 기대하지만, 점점 치열해지는 입시 경쟁을 생각하니 마음이 암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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