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다고지 - 30주년 기념판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5
파울루 프레이리 지음, 남경태 옮김 / 그린비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파울로 프레이리가 쓴 <페다고지>를 아주 힘들게 읽었다. 259쪽이니 페이지 수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책의 내용이 굉장히 지루했다. 이 책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것은 프레이리의 교육법이 '교사에 의한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 반대하고, 학생과 교사가 더불어 배우는 교육을 지향한다'는 거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책이 금서지만, 민중의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교육학의 전범처럼 읽힌다고 들었다. 그래도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인지라 한번쯤 읽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 기간 망설이다 이 책을 샀다. 그 망설임은 책이 너무 어려울까봐였는데, 어렵진 않았지만 무지하게 지루했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이 책은 올바른 교육방법을 말하고 있지 않다. 민중을 믿고, 그들로 하여금 억압자에 대항할 의식을 갖추도록 하고, 결국에는 민중이 주인되는 혁명을 이루자는 것, 그게 바로 이 책이 일관되게 얘기하는 주제다. 그러니까 이건 혁명을 할 때 혁명 지도자가 알아야 할 것들을 써놓은 것이지, 내가 원했던 것처럼 학생 교육에 관한 책은 아니었다. 물론 귀담아 들을 말들이 많고, 그 중 일부는 학생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겠지만, 그다지 날 성찰하게 만들지 못했다. 이 책의 한대목이다.

'복지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정복이라는 목적에 기여.....복지 프로그램은 피억압자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분산시켜, 문제의 진정한 원인과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게 한다. 또한 피억압자를....분열시킨다(195-6쪽)'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를 바라는 내게 이 구절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최소한의 복지조차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말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이런 혁명성 때문에 그가 그처럼 오랜 기간 탄압을 받았던 것 같다. 어느 신부가 그에게 들려준 경험담이란다.

[칠레의 판자촌에 삭로있는 가난에 찌든 몇몇 가정을 방문했을 때, 나는 이런 생활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물었죠. 그런데 그들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어요. '어쩌겠어요? 신의 뜻이니 따를 수밖에요'(211쪽)]

사람들에게 삶의 의지가 되어주는 종교는 이처럼 민중들을 기존 질서에 복무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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