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하는 비아그라는 원래가 심장병에 쓰일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원하던 효과는 없고 대신 발기만 되는지라 용도를 바꿔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하게 된 것인데, 거시기에다 뭔가를 넣는 불편한 방법 대신 알약을 먹어서 해결을 한다는 획기적인 방법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줬고, 약을 개발한 화이자는 돈방석에 올랐다. 원래 출발이 심장약인지라 심혈관계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죽는 사람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얼마전 기사다.

[부산에서 70대 일본인 관광객이 비아그라를 복용한 뒤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졌습니다...] 

하지만 죽는 게 무섭다고 발기부전으로 사는 걸 감수할 사람은 별로 없기에, 비아그라는 앞으로도 잘나갈 것 같다.

 

루엔와이(Roux-en-Y)는 위우회수술방법이다. 위를 일부만 잘라내고 소장을 연결하는 건데, 옛날에는 궤양이나 위암 같은 환자에서 이런 수술을 했던 것같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루엔와이는 200킬로가 넘는 초대형 비만환자에게 복음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들의 비만을 고치기 위해 사용했던 모든 방법이 2년을 못넘기고 도루아미타불이 된 반면, 위절제술은 불과 10% 미만의 실패율만 기록했는데, 현재 미국에서는 해마다 4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 수술을 받고 있단다. 이 수술을 받았던 모씨는 수술 후 "조금만 먹어도 속이 꽉 차고 신물이 올라오려고 해 더 못먹겠다"고 증언했는데, 그의 체중은 1년여만에 210킬로에서 116킬로로 줄어들었고, 지금은 그간 한번도 못가본 2층도 올라가보고, 일도 시작하는 등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중이다. 위를 잘라내는 게 일견 과격해 보이지만, 비만이 암보다 더 무서운 질환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런 방법을 쓸수도 있다는 데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찌되었건 루엔와이는 많은 비만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니, 그 수술법을 비만환자에게 적용시킨 사람에게 감사할 일이다.

 

문성근은 서강대 무역과를 나와 대기업에서 무역 관련 일을 하는 회사원이었다. 그런 그가 32살 때 갑자기 연극을 하겠다면서 회사를 그만 둔 건 누가 봐도 미친짓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알고싶다>의 MC로 스타덤에 올랐고, 여러 영화를 히트시키면서 연기의 화신이 된다. 20세기 말에 찾아온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도 문성근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노사모 활동으로 인해 많은 적을 만들었고,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는 설도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지만, 난 그가 계속 영화배우로 남아 주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그는 회사 내에서 유능한 사원이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배우로 일하는 것만큼 유능하진 않았을 것이다. 회사에선 다른 누군가가 그를 대신할 수 있다해도, 영화판에서 문성근의 빈자리는 너무도 클 테니까 말이다. 봉태규처럼 길거리에서 캐스팅된 게 아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배우가 되었으니 문성근은 자기 자신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화려하게 성공함으로써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이 사례들을 보건대 자신의 일이 지지부진한 사람은 스스로에게 맞는 길을 찾지 못한 것일수 있다. 이제 뭔가 실험을 시작하려고 폼을 잡다보니, 너무너무 일하기가 싫다. 그간 놀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고, 일을 하면 술은 어떻게 마시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내 길은 이게 아니라는 생각마저. 내가 뭘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술상무? 며칠을 스트레이트로 마실 수 있으니 일견 봐서는 적합한 것 같지만, 술만 먹으면 쓰러져 자는 요즘의 모습을 보건대 살인적인 술자리들을 이겨낼 것 같지는 않다. 내는 책마다 망하는 걸 보면 글솜씨가 빼어난 것 같지도 않고. 혹시 난, 지구에서는 적성에 맞는 일이 없는 게 아닐까? 진정으로 원하는 건 책방을 하고 거지만, 내가 했다간 딱 망해먹기 십상이다. 모르겠다. 내 안에 무슨 능력이 있는지. 문성근은 서른둘에 자신의 능력을 재발견했고, 박완서는 마흔에 첫 소설을 썼다. 그래서 초조하다. 혹시 아는가. 어제 꿈자리로 미루어 보아 오늘 산 로또가 당첨될지. 로또당첨이 적성이라면 이상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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