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을 발행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10만원짜리 수표를 한번 쓰고 버리는 게 아깝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수표 발행비용이 연간 4천6백억원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수표의 특성상 낼 때 괜히 미안해해야하고, 심지어 수표를 안받는 곳도 있고, 뒤에다 이서를 일일이 해야 하는 것도 영 귀찮은 일이다. 10만원짜리 지폐의 평균수명이 4년으로 추측되는 데 반해 수표의 유통기간은 겨우 7.9일이란다. 미국에는 100달러 짜리가 있는데 우리는 1만원이 가장 고액이라니 이것도 웃기지 않는가? 그런데 10만원권을 발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는 뭘까? 인플레이션이 생겨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 그것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5만원권 지폐는 생각하지 않는 걸까? 500원짜리가 있고 1천원짜리가 있으며, 5천원짜리가 있고 1만원짜리가 있는 것처럼, 5만원권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10만원권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5만원권만 있으면 웬만큼 큰 거래도 현찰로 지불이 가능할텐데 말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의문을 말했더니 다들 "생각해 보겠다"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얘기하자"고 한다. 5만원권이 안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하여간 언제가 되었든 10만원권이 생기는 건 기정사실일 것 같아, 거기에 누구 얼굴을 실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지금까지의 등장인물을 보면 1천원이 이황, 5천원이 이이(맞아요?), 1만원은 세종대왕, 모두 조선시대 사람이고, 다들 남자다. 그러니 10만원권에는 기필코 여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간 우리 사회가 워낙 남성중심이어서 여자 중에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 기껏 생각나는 사람이 유관순 정도? 글쎄다. 만세 한번 불렀다고 지폐에 얼굴이 새겨진다는 건... 조금 더 생각해보면 춘향이도 있고 논개도 있지만, 춘향이는 시대착오적인 정절 이데올로기를 더 강화할 것이고, 논개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국가주의의 표상, 지금처럼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꼭 옛날 사람만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효리, 만만치 않은 안티 세력이 있긴 하지만, 그녀만큼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없지 않는가?

문제는 수명이 짧다는 것. 10만원짜리 수표가 8일도 안되는 것처럼, 이효리의 인기 역시 그리 오래갈 것 같진 않다. 20-30년 후에 "아빠, 이효리가 누구야?"라고 물었을 때 뭐라고 대답을 하겠는가? "이효리, 아주 섹시한 스타였단다"라고 답하는 건 영 이상하지 않는가? 허난설헌은 어떨까? 얼마전 도전 골든벨을 보니 "조선에서 태어난 게 한이다"라는 말을 했다는데, 지폐에 얼굴이 찍히기는 부족한 듯싶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런 걸 고민한담?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남자든 여자든 누굴 정한다 해도 만만치 않은 반대가 있을 것이라는 것. "그사람이 뭐 그리 대단하냐" "그사람이 세종대왕보다 열배 더 훌륭하다는 편견을 버려라" "그인간 친일파다" "팔삭둥이더라" 등등의 비난이 쏟아지겠지. 지폐의 인물을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천만 다행이다. 참, 호랑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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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의꿈 2004-01-2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리나라에도 여성으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분들이 많았겠죠-;.. 뭐. 옛날사람들이 남녀차별이 심했었다는 일은 다 알던 사실이니까 넘어가고, 이효리씨는.. 좀.... 연예인으로서 조금 인기있다고 지폐에 얼굴찍히는건-_-;(그리고 생각하기에 전국민의 사랑을 그렇게 열렬히 받고있다는 것도 아닌듯 싶고;)... 음,, 하여튼(-ㅁ-) 저도 여자고.. 우리나라 고액 지폐에 여자가 실리면 좋기는 하겠지만,, 요즘에는 광개토대왕님께서 상당히 인기가 좋으시고...저도 중국때문에 일단은 광개토대왕님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려고 생각중이었답니다;;...
10만원권 나오면 한번 만져나 봤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