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KCC를 응원하는지라 다른 팀의 경기는 잘 안본다. 하지만 어제 오후 우연히 TV를 틀었더니 삼보와 전자랜드가 숨막히는 접전을 벌이고 있기에, 가부좌를 틀고앉아 TV를 봤다. 전자랜드가 10초를 남기고 공격권을 쥔 챤스를 무산시켜 연장에 돌입했다.

1. 문경은

문경은은 고교 시절부터 유명했고, 대표팀에 단골로 뽑히는 국내 제일의 슈터다. 하지만 그는 감독이 좋아할 선수는 아니다. 삼성 시절 김동광 감독은 문경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고, 결국 그를 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에 들어온 우지원은 감독에게 더 큰 고민을 안겨줬지만). 뭐가 문제일까? 그는 수비가 약하다. 김영만이나 양경민, 추승균 등 다른 팀의 슈터들은 슛 실력에 걸맞는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문경은이 기용되면 선수 한명은 그냥 풀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의 장기인 외곽슛 역시 그리 믿을만한 건 아니다. 기복이 워낙 심해, 못넣는 날은 비참하게 못넣는다. 한 경기 안에서도 기복이 있어, 어제처럼 1, 2쿼터에서 잘넣었다 해도 3, 4쿼터를 무득점으로 보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난 그 이유를 스스로 챤스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대학 재학 중, 그는 최고의 가드인 이상민과 한 팀이었고, 그가 내주는 패스를 받아 어렵지 않게 슛을 쐈다. 삼성에서 같이 뛴 주희정이나 현재 가드인 최명도는 그런 챤스를 만들어 주지 못하니, 슛을 쏠 기회 자체가 없는 것.

연장전 도중 해설자가 이런 말을 했다. "문경은 선수가 하나 해줘야 해요!" 그 말을 들은 걸까. 공을 잡고 공격을 하던 문경은은 그만 어이없는 트레블링을 범한다. 라이벌 양경민은 그 공격을 3점 슛으로 연결시켰고, 그 다음에 문경은이 던진 먼거리 3점슛은 림을 외면했다. 결국 전자랜드는 고배를 마셨다.

2. 유재학

하지만 어제 전자랜드가 진 게 전적으로 문경은 때문은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유재학의 닭짓이 더 큰 이유를 제공했다. 선수시절 유재학은 '꾀돌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재치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감독이 된 뒤 그 재치는 어디로 간걸까?

연장 19초를 남기고 스코어는 동점이었다. 공격권은 삼보. 유재학은 선수를 둘 바꾼다. 해설자의 말, "파울을 하기 위한 교체지요" 그 말대로 둘은 하나씩 파울을 기록한다. 문제는 15초를 남기고 저질러진 두번째 파울이 자유투를 헌납하고 만 것. 삼보의 데릭스는 자유투 둘을 모두 성공시켜 2점차 리드를 이끈다. 전자랜드는 15초 동안 득점을 하지 못해, 결국 패배의 수렁에 빠진다. 파울작전이란 건 뒤지는 팀이 시간이 모자랄 때 쓰는 작전, 동점일 때 파울작전을 하는 팀은 내가 알기에 유재학이 처음이다. 스코어를 착각한 것일까, 아니면 파울 갯수를 헷갈린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그런 작전을 편 걸까. 유재학의 의도를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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