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내 지도학생이었던 울학교 졸업생 H가 결혼하는 날이었다.
H는 그간 내가 지도를 맡은 학생 중 가장 성실하고 똑똑한 친구여서
특별히 지도할 만한 게 없었다.
내가 한 거라곤 그저 때마다 밥을 사준 정도가 다인데,
아무튼 그 친구가 결혼을 한다니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아쉽게도 태풍의 영향으로 그날 비가 장대같이 오고,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주차장이 만차라 멀찌감치 떨어진 2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 트렁크에 있던 우산을 꺼냈다.
그 우산은 아주 오랫동안 트렁크 안에 있었다.
아는 형님이 회사 창립기념일 행사를 위해 만든 우산인데
그게 벌써 3년 전이다.
평소에는 2단으로 접는 우산을 애용했지만 그날따라 그 우산이 보이지 않아
트렁크에 있는 그 우산을 써야겠다 생각했던 터였다.
우산을 꺼내서 펴려고 할 때, 난 뭔가 좀 잘못됐다 싶었다.
우산이 펴지는 대신 우산꼭지에서 우산이 분리돼 버린다.
당황한 나머지 더 세게 우산을 펴려고 했더니 우산 손잡이가 빠져 버렸다.
결국 난 우산을 펴는 대신 접힌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 결혼식장에 갔고,
그대로 다시 차까지 왔다.
앞으로 기념일 겸 해서 만든 우산은 받는 즉시 버리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