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덕이 - 1930년대 꿈을 향해 달리다
정진주 지음 / 작가의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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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심덕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이 책은 만화다.

주인공은 강심덕. 그리고 그녀의 친구 옥란, 국희. 그렇게 모두 세 명이다.

시대 배경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조선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다.

물론 주연은 강심덕이다.


당시 시대 배경을 확인해보니

 

이 작품의 시대 배경은 1930년대, 그리고 장소는 평양이다.

1939년대 조선의 평양은 어떤 도시였을까?

 

당시 조선은 비록 일제 강점기였지만 서구 문명이 들어오던 시기였다.

더구나 당시 평양은 서구에서 들어온 새로운 물결, 즉 기독교의 전파로 전과는 다른 도시가 되어있었다.

당시의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부를 정도로 기독교 성향이 강했다.

이 점이 이 만화에서 주인공들의 성향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그냥 조선 시대 다른 여자들처럼 남존여비의 사상에 인생을 바치지 않았다는 말이다.

 

결국 졸업하고 시집가면 그걸로 끝인 건가? (6쪽)

여자는 일절 순종함으로 종용히 배우라.

여자의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지 아니하노니.....(8쪽)

 

이런 가르침이 여자들을 옭아매던 시대. 과연 그녀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당시 여성에게도 꿈은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과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갔을까?

 

먼저 강심덕과 그녀의 친구 둘, 모두 세 명은 여고를 졸업하고는 바로 시집을 가도록 운명지어졌다.

그런데 그런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삼총사는 과감하게 행동하기로 의기투합, 실행에 옮긴다.

바로 만주적십자 병원의 간호원 모집 광고를 보고, 만주로 가족 몰래 떠나는 것이다.

드디어 만주로 가는 열차에 오르긴 했는데.......


그만 아버지에 의해 끌려내려오고 만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강심덕에게 다가온 일은?

맞선을 보고 시집을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굴복할 심덕이가 아니다.

게다가 하늘의 도우심인지 맞선 본 상대에게 하자가 생겨,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성화도 저절로 해결이 된다.

 

그래서 심덕은 구세군이란 종교단체에 들어가, 고아원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한편 다른 친구들의 인생도 각자 다르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후, 심덕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데, 과연 심덕을 비롯한 세 명의 여성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살펴보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 특히나 여성들에게 힘든 짐을 지게 했던 시대를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읽어가는 일이다.

 

그런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운명에 대항하여 길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새롭게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을 좌우하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주인공들의 상황을 통해서 우리는 배울 수 있다. 인생이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지 배운다.

 

예,,인생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말은

모든 인간이 꿈을 가지고, 그로 인해 눈물 흘린다는 뜻이겠지요 (164쪽)

 

이것을 그림으로 살펴보자.

그림으로 살펴보니, 훨씬 그 의미가 확실하게 다가온다.



 

재능이란?

재능이란 결국 꿈을 향한 마음이다.

누구에게나 형태는 다르지만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 (200쪽)



 

인생에서… 내가 이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래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일이란

극히 드물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리 좌절하거나 겁을 먹을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죠,

뜻이 있는 한, 길은 열릴 거예요. (201쪽)


다시, 이 책은?

 

이 작품은 단순하게 강심덕,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뜻이 있는 한 길은 열릴 것이다’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어두운 시대를 버텨낸,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다. 특별히 여성들도, 운명을 개척해나간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의 이야기다.



 

당시의 시대상과 풍습 등을 잘 구현하고, 따라서 볼거리가 풍성하게 들어있는 만화라서 더더욱 그 이야기가 전달이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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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의 순간들 - 자동차, 아파트, 재벌, 도시에 관한 가장 현대적인 이야기
정몽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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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의 순간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자. 경력이 그저 화려하다고 말할 수밖에.

 

1996년 1월부터 1999년 3월까지 현대자동차 회장,

1999년 3월부터 2022년까지 HDC현대산업개발의 회장을 역임했고

2018년 5월부터 HDC그룹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런 경력의 소유자, 바로 정몽규 회장이다. 그가 이 책을 썼다.

제목은 <결정의 순간들>

‘들’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니, '결정하는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맞다, 우리 일반인들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그러한 결정의 순간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중 이런 결정의 순간도 있다.

 

그러한 결정의 순간 중에 이런 것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바로 자동차회사 회장에서 느닷없이 건설업을 맡아 이직하게 되는 순간.

 

37세에 경험한 생애 첫 번째 이직, 그것도 아주 생소한 분야로의 이직이었다.

자동차에서 아파트로, 하루아침에 사업전환이 이루어진 셈이다. (85쪽)

 

현대 자동차에서 일하는 동안 저의 일상 관심사와 머릿속 안테나는 온통 자동차로 향해 있었다. 어려서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고.....

회사 생활도 즐거웠다. (85쪽)

 

그렇게 자동차와 함께 지내다가 갑자기 건설과 건축을 담당하게 되니, 모든 게 생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건설과 건축이 주력인 현대 산업개발에서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자동차 디자인이나 램프, 배기통 등을 바라보던 시선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거리로 향하게 되었다.

도시의 마천루가 그리는 스카이라인, 목이 좋은 땅, 상업공간의 편의시설, 아파트 단지 조성, 심지어 살고 있는 집의 층고나 구조는 물론 냉난방 시스템까지 조목조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87쪽)

 

그래서 건설과 건축 분야에 들어가서, 어떻게 일을 했을까?

그런 과정이 2장 <도시의 탄생>에 기록되어 있다.


저자에겐 결정의 순간들, 우리나라에선 역사의 순간들,

 

저자의 부친인 정세영 회장이 포니를 출시했다.

우리의 고유 브랜드 자동차다. (51쪽)

 

그게 1974년 가을이다.

지금부터 무려 50년 전의 일이다.

그때 우리나라에서 고유 브랜드를 가진 차를 생산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일이다.

남의 나라 브랜드를 가져와 생산해봤자, 그 판로가 우리나라 안에 머무를 것인데 우리 고유의 브랜드라면 그 지경을 해외로 넓힐 수 있지 않겠는가?

 

해서 그런 결정의 순간들이 우리나라에선 역사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바꿔 앉은 건설과 건축업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업종이 바뀐 상태에서 내려야 하는 결정의 순간들에 관한 기록이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우리 역사의 순간 순간을 읽을 수 있었다.

 

보다 더 중요한 곳은 바로 제3장, <결정의 순간들>이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이런 설명을 붙여놓았다.

 

저자가 기업을 경영하면서 얻은 경영적 통찰을 나누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3장이다. (8쪽)

3장을 쓸 때에는 좀 더 힘을 빼고 저자의 삶과 생각을 풀어놓았다.

저자는 그에 대하여 그럴 정도로 여유와 배짱이 생겼다고 술회하고 있다.

 

1장과 2장을 읽을 때에는 사건을 위주로 읽어갔는데, 3장에서는 경영 철학과 인생 철학이 등장하여, 밑줄 긋고 음미하며 새겨보는 시간이 되었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흙에다 불안을 섞은 존재가 인간이다. (236쪽)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저지르고 감당하고 수정하는 것이 진짜 인생이 아닐까? (238쪽)

 

완벽함은 최종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추구할만한 가치다. (240쪽)

 

도덕과 훈련이 없다면 행운이 가져다준 결과를 감당하기 어렵다,- 아리스토텔레스 (245쪽)

 

저자가 옥스퍼드에서 공부할 때 이야기 들어보자.

 

당시 공부는 곧 ‘책읽기’였고, 짧은 시간 안에 자기만의 관점으로 책의 하이라이트를 요약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257쪽)

 

영미권의 인문서는 전문 지식을 놀라운 스토리텔링으로 전하기에 한두 권만 독파해도 깊은 통찰과 영감을 얻을 수 있다. (260쪽)

 

인간을 움직이는 힘은 두 가지다. 내일에 대한 공포, 아니면 기대. (292쪽)

 

저자가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지게 된 통찰들을 우리는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책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저자는 많은 책을 통해 얻은 통찰을 전해주고 있는데, 소개하고 있는 책들이 많다. 그중 몇 권 적어둔다.

 

<제4의 대전환> 닐 하우 (251쪽)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래드웰 (261쪽)

<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262쪽)

<지적인 낙관주의자> 엔스 바이드너 (292쪽)

 

책과 관련해서, 이런 말도 적어둔다.

위기를 견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256쪽)


저자가 기업을 경영하면서, 위기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이다.

그런 위기를 어떻게 견디고 이겨냈을까?

저자는 말한다. 그런 위기를 책을 읽으며 이겨냈다고.

 

다시, 이 책은?

 

저자의 철학을 알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그 문장으로 이 책을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사업을 저의 정체성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저의 철학을 심는 플랫폼으로 보고 있습니다. (248쪽)

 

그러기에 그는 자동차 회장이기도 하고, 또한 건설과 건축을 이루기도 했고, 그 밖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족, 옥의 티가 보인다.

 

<결정의 순간> 첫 번째 이야기에서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이 있다.

그 묘비의 주인공을 저자는 오스카 와일드라 했는데, 이는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다. (236쪽)

 

그 묘비명은 버나드 쇼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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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자 아시아 : 처음 약속한 나를 데리고 ㅣ 걸어가자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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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자 아시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

 

때때로 해외여행을 하긴 한다. 했었다.

그러나 시간을 쪼개 가는 여행인지라 여유있게 가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저 급하게 정말 말 그대로 점 찍고 오는 여행이었다.

그렇게 해외 여행 자체가 힘든 일인데. 어디 여유 있게 다닐 수 있었나?

그저 바쁘게 여기저기 다니며 추억을 남기느라 바쁜, 그러한 여행이었다.

 

그런 처지에서 이 책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행은 이렇게 다녀야 되는데, 하는 아쉬움도 함께 밀려온다.

 

이 책으로 다녀온 곳을 다시 차분하게 다녀온다 생각하고 읽었다.

 

이 책은?

 

이 책에 소개된 나라와 도시는 다음과 같다.

 

라오스 비엥싸이, 퐁살리, 루앙프라방

캄보디아 시엠립

베트남 호찌민, 호이안, 다낭, 후에, 하노이

인도네시아 다나우 센타룸

태국 아유타야, 치앙라이

스리랑카 시리기아, 캔디, 아누라다푸라, 스리파다

 

가본 곳이 다행하게도 보인다.

베트남의 세 곳. 아니 5개 도시를 다녀온 적이 있다.

해서 이 책은 더욱 의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때 점만 찍듯이 다녀온 곳을 이제 느긋하게 살펴보면서 마치 당시 여행을 연장하는 듯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처음 듣는 곳은?

 

다른 곳들은, 가본 곳의 연장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친 김에 다른 곳도 진짜 여행을 가듯이 차분하게 읽으면서 그 도시로 들어가보았다.

 

이런 곳 말이다. 

라오스, 캄보디아, 특별히 스리랑카를 샅샅이 훑어가며 읽었다.

 

이런 것들 알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힌두 신화에도 아프로디테처럼 바다 거품에서 태어난 요정 압살라가 있다. (50쪽)

 

베트남 도시 후에는 베트남을 통일한 왕조인데, 1840년대 후반부터 유럽 열강에 잠식되기 시작해 1884년에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다. (93쪽)

 

1884년이면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3세가 보불전쟁에서 패배한 후 제3공화정이 수립된 이후다. 그런 시대에서도 여전히 해외 식민지를 향한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런 자들의 만행, 잠깐 살펴보자.

 

1947년 베트민이 후에 왕궁을 점령하자 프랑스군들은 이들을 몰아내기 위해 포화를 쏟아부었다. 1968년 베트콩이 후에 왕궁을 점령하자 미군은 미사일을 발포했고, 남아있던 전각까지 잿더미가 되었다. (93쪽)

 

왜 남의 나라에 쳐들어가 무고한 백성들을 죽이고 애꿏은 도시들을 때려부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은 지구에서 쓰레기를 생산하는 유일한 생명체다. (38쪽)

 

베트남은 미국을 이긴 나라다.

그래서일까, 베트남에서 인기있는 음식 이름이 아주 상징적이다.

바로 반미.

물론 베트남어로 반미는 그저 음식 이름이지, 결코 반미(反美)가 아니다.

그래도 이런 유머는 통하니, 얼마나 이름이 흥미로운지.

 

형, 이제 뭐 먹을까?

미국을 이긴 나란데, 반미 정도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니? (72쪽)

 

저자와 같이 여행을 다닌 병휘 형과의 대화에서 볼 수 있는 아재개그다.


그 밖에 사진들도 격조를 더한다. 


저자가 손수 찍은 정겨운 사진들이 현지의 모습을 웅변해주고 있다.

다른 책에서 보는 여행 사진은 조잡 그 자체인 경우도 많은데. 이 책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사진이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의 격조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여기서 그를 만날 줄이야!

여기서 ‘그’는 바로 아서 클라크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바로 그 아서 클라크가 스리랑카와 인연이 있다.

 

영국에서 태어난 아서 클라크는 40세가 되던 1956년부터 2008년 죽는 날까지 스리랑카에서 살았다. 각본을 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듄> 시리즈의 감독 드니 뵐네브의 차기작이 되는 <라마와의 랑데부>, 그리고 과학 3법칙이 실린 <미래 프로파일>을 집필한 곳도 스리랑카다. (169쪽)

 

그런 아서 클라크에 대한 귀한 정보를 이 책에 만날 줄이야, 어디 상상이나 했을까?

아시아에서 전에 다녔던 여행지를 다시 책으로 거닐어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책을 펼쳤는데, 아주 귀한 정보를 접하게 되니, 고맙기 이를데 없다.

 

이 책, 그래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아주 의미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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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문학 - 새로운 서사의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강영준 지음 / 두리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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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소설로 읽는다.

그게 가능할까? 물론 역사소설로 얼마든지 우리나라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역사소설 말고 다른 장르의 소설로 그게 가능할까?

 

이 책은 바로 그런 궁금증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 책은 소설로 읽는 인문학이고 소설로 이해하는 한국사회다. (5쪽)

 

한국 사회라는 말에는 물론 역사도 포함이 된다.

즉, 시대별로 소설을 통해 당시 사회를 읽어보는 것이다.

 

어떤 시대, 어떤 작품이 있을까?

 

저자는 우리나라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시대 이후를 5개의 시대로 구분한다.

식민지 조선, 전쟁과 이념의 굴레 시대, 성장 시대, 모순의 시대, 경계없는 시대.

이에 대해 굳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어떤 시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각 시대별 작품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이에 대하여는 목차를 참고하면 될 것이니 그중 하나만 소개한다.

 

성장 시대 - 성장의 그늘, 공존을 향해

 

이호철 「닳아지는 살들」, 서정인 「후송」, 김승옥 「무진기행」

이청준 「소문의 벽」, 황석영 「삼포 가는 길」, 현기영 「순이삼촌」

조세희 「뫼비우스의 띠」

이렇게 7 편이 소개되고 있다.

 

다른 4개의 시대 역시 각 6편 또는 7편씩 소개하여 이 책에는 모두 32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그 소설들 왜 쓴 것일까?

 

그렇다면 그 시대, 당대를 살아가던 작가들은 그 작품들을 왜 쓴 것일까?

단순히 그들이 작가라서, 글을 쓰는 게 직업이니 쓴 것은 아니다.

 

시대를 기록하고, 그 시대를 향하여 질문하기 위해 쓴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래서 작품을 분석한 다음에 각 작품마다 품고 있는 질문을 꺼내 보여준다.

 

채만식의 「치숙」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채만식의 「치숙」은 단순히 한 인간의 무기력이나 도덕적 실패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사회주의 이념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지식인의 자기기만을 고발하는 동시에, 식민지 자본주의 체제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또 다른 인간형인 조카의 내면까지도 예리하게 비판한다. 두 인물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타락한 사회적 존재이며, 결국 이념의 실천을 외면한 동일한 시대의 산물이다. (81쪽)

 

그리고 이어서 그 작품 안에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질문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노동의 존엄, 기후 정의, 교육의 평등 같은 가치를 누구나 말로는 지지한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는, 개인의 안위와 이익을 지키는 데만 몰두하여 그 가치를 실천하지 않는 모습도 흔하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시대지만, 그 발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81-82쪽)

 

또 있다. 현기영의 「순이삼촌」에서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국가의 모습과 국가가 국민에 대하여 가지는 의무를 찾아내 보여준다. 더하여 그 작품이 현재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순이삼촌」은 하나의 문학 작품을 넘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윤리적 질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쉽게 ‘국가’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죽게 내버려 두었는가. 그리고 그 죽음 이후에도, 얼마나 자주 고통을 외면하고 침묵을 강요해 왔는가. 순이 삼촌의 이야기는 과거의 서사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다른 누군가를 기억하고, 지지하며, 책임지는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하다. (200쪽)

 

그래서 작가는 시대의 증언자요, 질문하는 자다.

 

여기 이 책에 실린 32편의 작품, 읽지 않은 것이 없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그전에 읽었던 그 때의 작품이 아닌 것이다. 완전히 다르게 읽혀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

소설로도 읽었고, 넷플릭스를 통해 영상으로도 본 적이 있는 작품이다.

그때는 어떻게 읽고, 보았던가?

 

낯선 소재이지만 그저 재미로만 읽고 본 듯하다.

'어, 이런 소재가 뜻밖에 재미있는데,' 그래서 정세랑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뒤로도 몇 편의 작품을 읽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분석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실과 판타지를 흥미롭게 결합한 경쾌하고 밝은 소설이다. (315쪽)

 

이 말은 나도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의 느낌은 여기까지였고 다음과 같은 분석은 나로 하여금 이 작품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문턱이 낮아지자 오래 숨죽였던 이야기가 쏟아졌다.


경쾌하다고 해서 깊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도한 관념의 외피를 걷어내자 숨겨진 균열이 더 선명해졌다.


판타지, 코믹, 학원물이라는 가벼운 외양 안에 돌봄 노동, 성장통, 권력의 그늘을 담아낸다. (312쪽)

 

소설 속 젤리는 ‘억압된 자아’라는 개념을 시각화한 장치로, 감정과 욕망의 찌꺼기들이 자율적으로 형상화 되어 떠도는 존재다. (316쪽)

 

그리고 이런 결론,


이 소설은 영웅을 새롭게 상상한다. 대단한 능력이나 출신, 지위가 아닌 ‘보는 감각’과 ‘곁에 있는 자세’가 진짜 힘이라는 사실, 그것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누군가의 젤리를 보고 있는가? (320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소설을 단순한 소설로만 읽는다는 것은 ‘일차원적 읽기’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단순하게 줄거리 정도 파악하고, 그 시대를 문장으로 재현했다는 정도로 소설을 알고 있었던 무지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독서가 단순히 교양의 축적 정도가 아니라는 것,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각 작품마다 그 깊은 심연의 세계로 들어가 건져내어 보여주는 핵심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 또한 가져야 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르네 마그리트가 자신의 작품에 붙인 ‘파이프는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그림 제목처럼, 이제 나에게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작가는 ‘소설 너머 그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한다는 것, 이제야 알게 된다. 이런 깨달음,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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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률 완역 삼국지 1
나관중 지음, 백남원 그림, 박상률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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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률 완역 삼국지 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시 읽는다. 삼국지를 다시 읽는다.

 

어떤 책을 몇 번이나 읽어본 적이 있을까?

아마 많은 책들은 그저 한 번 보고 말 것이다. 물론 다시 읽어도 감동을 주는 책도 있으니, 이 말은 모두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읽고 또 읽어도 물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그 경우 번역을 달리해서 다른 번역본을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그게 바로 이 책 <삼국지>다.

어릴 적부터 계산한다면, 또 만화니 영화니 하는 것을 합한다면 적어도 수십 번을 읽었을 것이다. 수십 번, 말이 수십 번이니 같은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도 좋은 것인가?

 

그렇다, 좋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것들을 얻을 수 있기에 이 책 <삼국지>는 몇 번이고 마음을 다해 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이 책은 박상률이 옮기고 백남원이 그림을 그려 펴낸 <삼국지>이다.

번역은 이미 20년 전에 펴낸 바 있고, 이번에 손을 보아 다시 펴낸 것이다.

 

역자는 이에 대하여 <옮긴 이의 말>중 다시 펴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삼국지>의 기본 줄거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언어의 풍경은 많이 변했다. 그래서 미묘한 언어의 변화를 반영하여 문장을 다듬어서 지금의 독자들이 더 친밀감을 느끼게 했다. (19쪽)

 

다른 번역본과 무엇이 다른가?

 

몇 가지 이 책의 특색을 다른 번역본과 비교해 살펴보았다.

 

첫째, 다른 번역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나 노래가 들어있다.

 

그간 읽었던 번역본에서는 시나 노래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들고 읽어가는 중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시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훗날 어떤 사람이 이때의 사정을 한탄하는 시를 지었다.

 

한나라 기운이 다해 망할 때가 되니

아무 지혜도 없는 하진이 삼공이라네

때마다 충신의 말을 듣지 않았으니

궁중에서 칼 맞는 일을 어찌 피하리! (97쪽)

 

하태후의 동생인 하진이 정권을 좌지우지하다가 결국은 칼 맞아 죽은 상황을 훗날 어떤 사람이 지었다는 시로, 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에 대하여 역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삼국지>에 들어있는 시나 노래는 사건의 알갱이를 딱 몇 줄로 압축해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숨 가쁘게 이어진 사건 뒤의 분위기를 모아놓은 경우가 많다. (13쪽)

 

또하나 있다. 바로 완역본이라는 점이다.

 

전에 읽었던 이문열의 <삼국지>를 지금 다시 살펴보니, ‘평역’으로 되어 있다.

 

평역이란 어떤 것일까? 번역은 번역이지만, 번역자가 자신의 해석과 평을 곁들여 재구성하여 번역하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원문에 없는 내용을 추가하거나 줄이고 작가의 관점을 반영하여, 대중이 읽기 쉽게 가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문열의 번역과 이 책을 비교해보니, 우선 양적인 면에서 차이가 난다.

 

유비와 관우, 장비가 황건적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유비의 군사 수가 적어 불가피 물러날 수밖에 없어, ‘적은 많고 우리는 적어서 수로는 당할 수가 없다. 꾀를 내서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기이한 방법을 써야 이길 수 있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 책의 47쪽에서다

 

그런데 이문열의 평역본에서는 같은 장면이 164쪽에 등장한다.

게다가 이문열본은 판형이 이 책보다 더 크다. 그러니 이문열이 원본에 얼마나 많은 ‘살을 붙였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원래 삼국지를 그대로 번역해 놓은 ’순살‘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삼국지>를 다시 읽어야 할 가장 큰 이유

 

<삼국지>를 읽는 것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멋진 말을 하고 있다. 뭐, <삼국지>는 젊어서 읽어야 하고 늙어서는 읽지말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삼국지>를 몇 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를 하지 말라는 둥 하여간 말들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삼국지>는 수시로 다시 읽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 읽어보자.

 

황건적이 항복하겠다는 것을 내치는 것에 대하여 유비와 주준의 대화다. (62-63쪽)

 

옛날에 우리 고조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될 수 있으면 항복하도록 하고, 또 항복하는 자는 내치지 않았는데 왜 한충이 항복하겠다는 것을 내치는가요?

 

이에 대한 조준의 대답에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그때는 그때고 이때는 이때이지요.

옛날 진나라 말에는 세상이 어지러워 백성이 누구를 따라야 할지 갈팡질팡했지요. 그래서 항복을 하도록 설득하고, 제발로 걸어 들어오는 자에겐 상까지 주면서 내 편을 만들려고 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천하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데 오로지 황건적만이 대들고 있소.

 

한마디로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그 전과 지금은 다른 상황이니 다른 논리로 대한다는 말이다. 더 들어보자.

 

만약에 도적들의 항복을 쉽게 받아주면 바른 일을 권할 명분이 사라지고 맙니다. 힘 있으면 도적질하다가 힘이 약해지면 항복하면 그만이다, 하고 생각할 것 아니오.

 

자, 이제 그 말의 결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어찌 그리 들어맞는 논리인지!

 

지금 항복을 받아주는 것은 결국 도적질을 권하고 도적들 힘을 길러주는 꼴이 되니 좋은 방법이 아니지요.

 

다시. 이책은?

 

예전에 조선시대에서는 관리들을 위해 사가독서라는 제도를 시행했다.

일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일부러 휴가를 주어 시간을 만들어 주어 책을 읽도록 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제도가 지금 다시 시행되었으면 좋을 것이다.


업무에 치우쳐 책 한권 읽지 않고 지내면서 기계적인,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판단을 내리는 관리들에게 이런 글을 읽도록 해서, 시대와 상황의 변화를 감지하도록, 그래서 국민들 보기에 황당한 판결, 정책들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이 책 박상률 번역 <삼국지>는 우리에게 그렇게 새로운 통찰을 준다는 것으로 훌륭하다. 완역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이 책 완역이어서 내용이 제법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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