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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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베가 달라졌어요!

 

오베, 약간은 낯선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사람이 있다. <오베라는 남자>라는 소설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인 그를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 일단 재미있다.

 

처음에는 이게 왜 이리 지루하게 이야기가 진행이 될까, 했다. 사건도 들쑥날쑥 전개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몰입이 되지 않았는데, 어디서부터인가, 사건이 생기는가 싶더니, 그대로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여기에서 사건이란 이웃이 오베의 집을 트레일러를 후진하다가 긁어버린 것을 말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야기가 재미있으니, ‘오베 신드롬이란 말 하나쯤 생기지 않을까? 물론 좋은 의미로 말이다. 이 소설 속에서 오베라는 이름을 딴 신드롬’(428)은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독특한 인간, 오베

 

그렇게 이야기가 재미있게 진행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오베라 불리는 사람의 독특한 인간성 때문이 아닐까?

 

한마디로 이 세상 살아가면서 소통과는 아예 담을 쌓아놓은 것 같은 사람, 말 그대로 까칠하기 이를데 없는 사람, 이런 사람이 이웃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점점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이 세상 안으로 발을 들여 놓게 되는, ‘우리 오베가 달라졌어요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독자들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만든다.

 

사람은 상처로 이루어진 존재

 

오베가 그렇게 까칠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실로 인해 갖게 된 상처 때문이 아닐까?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사랑하는 소냐의 죽음. 그런 죽음으로 인한 상처가 그를 압박하고, 더 이상 세상과 소통을 어렵게 만들었기에, 그는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갔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까칠하게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이 소설의 중요한 내용이 되는 것이다. 아픔 없이 자라는 나무가 어디있으랴, 는 식으로 오베에게도 그러한 아픔, 그리고 그 아픔의 치유가 전개되면서 진정한 삶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전달해 주고 있다.

 

이 책의 처음 장면에 나오는 오베가 컴퓨터 가게에 가서, 컴퓨터를 구입하려고 하는 장면에서 일단 의아했다. 대체 이 사람은 왜 컴퓨터를 사려고 하지, 컴퓨터 사양도 모르는 것 같은데? 다시 말하면 무엇을 사야할지 자신도 모르고 무조건 그 가게에 들이닥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 의아한 마음은 424-425쪽에 가서야 풀렸다.

 

알았다. 그렇다면 선물을 원하겠군. 내 생각에 그러네?”

다 사주실 필요는 없어요. 딱 하나만 있으면 돼요.”

소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소녀는 두손을 깔대기 모영으로 만들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이패드요.”

 

그 소녀에게 줄 아이패드를 주려고 그는 컴퓨터 가게에 들른 것이다.

그렇게 그는 세상과 소통하고, 그의 삶에 남아있는 상처를 치유한 것이다.

 

오베의 죽음이 아쉽다.

 

그렇게 세상을 향한 문을 열고, 이제 행복해 보이는 오베. 그에게 소설의 끝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안타깝지만 저자가 택한 결말은 오베의 죽음이었다.

 

그래서, 저자가 옆에 있다면, 그래서 나랑 이야기가 된다면, 아니 더하여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오베를 그렇게 죽일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그냥 그날 저녁 오베가 고양이를 산책시키면서 저멀리 멀어졌다는 말로 끝을 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오베가 강도를 당해 상처를 입고 병원에 갔을 때에 죽음을 맞지 않고, 병원에서 걸어 나와서 다시 조금 행복을 맛보다가 침대에서 죽게 한 것, 그것이 감사하긴 하다. 게다가 이런 유쾌한 유서도 독자들이 볼 수 있게 해주었으니.

 

당신은 완전히 멍청이는 아냐!”(449)

 

그 말과 더불어 웃는 모양의 이모티콘과 함께 볼 수 있게 해주었으니, 그의 인생이 헛되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 알려준 저자가 고맙다. 모쪼록 우리네 인생도 모두 그러하기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

 

밑줄 긋고 싶은 말들이 많이 있다. 특히나 이 책에는 인생에 대해 깊이 새겨 두어야 할 말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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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삼국지 리더십 1
자오위핑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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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현덕 유비를 알아?

 

오랜만에 삼국지를 다시 읽는다. 삼국지 중에서도 유비만 따로 떼어낸 책을 읽는다.

바로 이 책,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이다.

 

유비 탐구 보고서

 

이 책은 삼국지의 한 축이 되는 촉나라의 유비에 대한 종합보고서이다. 유비에 대해 이모저모 훑어보고 뜯어보고, 유비의 모든 면을 샅샅이 드러내 보이는 책이다.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그가 관련된 사건은 물론이고 그가 만났던 모든 사람과의 관계까지 샅샅이 훑어가니, 이보다 더 철저하게 유비를 해부한 책은 없을 것이다. ‘유비 해부 결과 보고서라고나 할까? 그러니 그저 소설 삼국지를 통해서 귀 크고 팔이 긴 인물이며, 도원결의의 주인공, 어떻게 하다가 운 좋게 제갈량을 만나 나라를 세우고 결국은 황제가 된 인물로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은 이런 말로 도전해 올 것이다. ‘니가 유비를 제대로 알아?’

 

저자는 그래서 이 점을 분명히 한다.

<이렇게 지명도도 세력도 없던 유비가 결국에는 삼국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유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천하를 삼분하고 자신의 기업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을까요? 그가 영웅이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이에 대한 탐구입니다.>(7)

 

능굴(能屈)의 능력

 

그렇다면 자신의 기업을 세우게 된 유비의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저자는 그것을 두가지로 요약한다. ‘능굴의 능력능신의 철학’.

그러니 행동으로는 능굴했으며, 그 행동을 밑받치는 것은 능신의 철학이라는 것이다.

 

능굴(能屈) 이란 무엇일까?

물론 이 말은 저자가 지어낸 조어이다. ()굽다’, ‘굽히다의 의미이니까, ‘굽히는 데에 능하다라는 의미이다. 물론 이 말은 아무 때나 굽혀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남들 같으면 도저히 굽혀 들어가지 못할 경우에도 굽힌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예로서, 유비가 조조에게 의탁하고 있을 때에 식사자리에서 천둥이 치자, 유비가 무서워하여 몸을 숨긴 일화를 들고 있다, 그렇게 해서 조조의 날카로운 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능굴의 능력을 유비가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한 축으로 보고 있는데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러한 측면의 글들은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다.

 

2강 시련이 없으면 성취도 없다.

 

3강 신뢰가 쌓여야 마음을 얻는다

7강 천하는 홀로 다스릴 수 없다.

특히 7강에서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책이 어그러진다는 능굴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14강 얻으려면 내려 놓아야 한다.

 

이런 항목들이 유비의 능굴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그런 경우를 유비가 슬기롭게 대처해 나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말, 한번쯤 새겨보면 어떨지?

어떤 사람이 나를 밀치고 무시하는 경우, 어떻게 할까?

저자는 어린 시절, 농촌에 사는 어르신이 해주신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데 들어보자.

<길에서 개가 여러분에게 멍멍짖는 것은 정상이지요. 그런데 여러분이 개를 향해 멍멍짖는 것은 정상입니까? 머리에 뭐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회피할 줄 아는 것은 일종의 지혜입니다. 개와 싸우지 않고 돼지와 씨름하지 않고, 당나귀와는 힘을 겨루지 않는 자가 현명한 자입니다.>(192)

 

유비가 개를 피하지 않고 개를 향해 멍멍 짖는다고 가정해보자. 얼마나 우스운 일일까? 유비가 조조의 날카로운 눈을 피하기 위해 천둥 칠 때 식탁 밑으로 숨은 것이나 개를 향하여 짖지 않은 것이나, 다 같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의 호기를 드러내기 위하여 유비와 같은 상황에서 당당히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저자는 말한다. 그게 바로 개가 당신을 향해 짖는다고 당신도 개를 향해 짖어대는 꼴이라고.

 

능신(能伸)의 철학

 

다음으로 저자가 꼽은 것은 바로 유비의 능신(能伸)의 철학이다.

능신(能伸)이라는 말, 역시 저자가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많이 듣는 능신은 유비의 상대편 적인 조조가 한 말이지만, 글자와 뜻이 다른 말이다.

 

<치세지능신 난세지간웅 (治世之能臣 亂世之奸雄)>

허소가 조조를 평하여 이르기를, 치세에는 능신이 되고, 난세에는 간웅이 될 것이라고 하였느는데, 이 말을 들은 조조는 오히려 기뻐했다고 한다. 이 경우 능신은 능신(能臣)으로서 능력있는 신하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능신(能伸)은 신()펴다의 의미이므로, 펼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굴()이나 신()이나 실상은 같은 의미이다. 그래서 굴과 신이 합하여 굴신(屈伸)이란 단어가 생기게 되는데, ‘, 다리 따위를 굽혔다 폈다 함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유비는 행동으로는 몸을 굽혔는데, 그 굽히는 행동이 그저 아무렇게나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 것을 저자는 굴신의 철학이라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능신의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1강 마음을 베풀어 사람을 얻다.

5강 통제욕을 버리고 차이를 감싸 안는다.

8강 어렵게 얻어야 오래 남는다.

 

이렇게 능굴의 능력과 능신의 철학을 구분하였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그 두 개는 구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리의 관계이다. 만일 능신의 철학없이 능굴의 능력만 있었다면 그것은 가식적인 행동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또한 능굴의 능력없이 능신의 철학만 있었어도 그 것은 공염불에 불과할뿐, 유비의 인생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의 능력도 한 몫!

 

이 책은 그렇게 유비를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가 <백가강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인만큼,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 또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중국의 이야기들이라 지루할 법도 한데, 그 가독성에 있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자의 말솜씨에 그만 푹 빠져서 유비의 색다른 면모를 알아가는 것,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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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2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2
서정오 지음, 이우정 그림 / 현암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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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옛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 백가지

 

이 책 반갑다.

 

이 책 다른 데에서 한번 들었다. 해서 반갑다.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에, 제목이 낯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한 번 들은 듯 했다. 어디에서 들었을까? 박신영의 책 <삐딱해도 괜찮아>를 읽었을 때에 이 책 이름이 언급된 것 같아,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있었다. 그 책의 저자 박신영은 그의 글에 녹아 들어간 책들을 소개하면서, 서정오의 이 책을 언급한다.

 

그 부분 인용해 본다.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우리 나라 옛날이야기가 있다면 <<우리가 알아야할 우리 옛 이야기 백가지>>(서정오 저, 현암사) 1, 2 .....> ( 삐딱해도 괜찮아, 박신영, 288)

 

그러니 그 책에 녹아 들어있는 옛날 이야기의 원전이 여기 다 들어있는 셈이다. 그 책에 보면, <아기장수 우투리, 누가 그를 지켜줘야 하나>(248)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기 장수 설화의 하나로서, 아이가 태어날 때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부모는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 아이를 죽이는 이야기. 부모마저 역적으로 몰리면 안되니까 눈물을 흘리면서 죽일 수밖에 없는 그러한 안타까운 이야기. 그러한 이야기가 다 모아져 있는 책으로 이 책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낯설지 않았다.

 

당시, 그런 이야기들이 갖는 의미

 

이러한 옛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신영의 경우를 보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오랜 세월 구비 전승된 옛날이야기에는 민중의 정서와 현실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역사와 같이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위의 책, 248)

 

더 읽어보자.

<한 이야기가 당시 어떤 사실과 관련해 생겼는지, 그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다보면 어느덧 우리는 역사 교과서가 다 말해주지 못한 생생한 민중의 삶과 소망을 만나게 된다.>

 

그러한 의미가 있는 옛이야기, 저자 서정오는 이런 이야기를 무려 백개나 수집하여 책으로 펼쳐냈다. 그만큼 의미있는 책이다. 그의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가 우리 땅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다 망실되고 말았을 것인데...

 

그런 이야기가 주는 교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희망을 가져라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이 세상의 주인이다.

착한 일을 하면 복 받는다.

사람답게 살아라

지혜가 세상을 이긴다

힘들수록 웃어라

 

이런 교훈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옛날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어떻게 되는가?

 

고달픈 현실을 잊게 된다.

꿈을 가지게 된다.

현실의 고난을 이겨낼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런 효용성이 있는 이야기들이니,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민중들에게는 특별한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나 다시 한번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 옛날 이야기가  갖는 의미.

 

또한 이런 이야기들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런 효용성을 지닌 것이었지만, 지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첫째, 그 이야기 배경이 되는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 볼 수 있다. 궁중의 안목으로 바라보는 역사가 아니라, 민중의 삶을 통하여 바라보는 생생한 역사를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무릇 이야기가 만들어지려면 시대 배경이 있어야 하며, 등장인물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 배경과 인물은 당시 사회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었기에, 당연히 시대상을 띄지 않을 수 없다. 해서 이야기 줄거리를 끌고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또한,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현실인식을 알 수 있다. 그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에 담아 놓았던 것이다.

 

374쪽 이하에 <원인지 껍데긴지>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기에서 주인공인 농부는 신관사또가 부임하는 행차를 위하여 길을 닦게 되는데, 이런 불평을 한다.

<이 고을에 원인지 껍데긴지가 새로 갈려 온다고 이런다오. 원인지 껍데긴지 원, 오려거든 동지섣달 한가할 때나오지 왜 하필이면 이 바쁜데 온담. 원인지 껍데긴지.>(375)

 

이 말, 당시 수많은 백성들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이 책에 수록된 옛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보면, 그 이야기 속에  읽어야 할 이유가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백가지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 숨어있는 가르침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 이 책을 펴고 읽는 기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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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생각에 속을까 - 자신도 속는 판단, 결정, 행동의 비밀
크리스 페일리 지음, 엄성수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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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생각에 속을까

 

먼저 이런 전제, 확실하게 해놓자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훨씬 복잡한 방법으로 의사소통한다.>(9)

그말 백번 지당한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그 복잡한 의사소통과정에서 길을 잃는다.

 

내가 상대방에게 가는 길도 잃거니와 내 속에 있는 의사소통을 위한 내 마음 속에서도 길을 잃는다, 헤맨다. 내 마음 속에서도 길을 잃고 헤매는 판인데 어찌 남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리 있겠는가?

 

그런 전제하에 이 책을 읽어가면, 구구절절이 다 무릎을 치며 읽게 된다. 그만큼 이 책의 파괴력, 설득력은 대단하다.

 

이 책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가?

 

먼저 이 책은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장의 타이틀을 살펴보면 저자의 의도가 무언지 일단 파악할 수 있다.

 

생각만으로는 그 생각의 목적이 무언지를 알 수 없다.

의식이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실제로 무의식이 한다.

뇌는 외부로부터 내부로 의식을 형성해 간다,

마음은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유용하다.

의식은 뇌 속 조언자중 하나지만, 영향력은 있다.

 

이런 타이틀 아래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저자는 그의 주장을 심리학 실험결과를 인용해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실험 결과들을 인용하는 이런 서술 방법은 저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해서 객관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 물론 각종 실험의 출처를 자세히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지만.

 

심리 실험을 인용한 이유는?

 

저자가 이 책을 구성하는데 있어 심리학의 여러 실험 결과들을 인용한 것은 왜일까?

저자는 이런 말로 그의 의도를 밝히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은 단 하나, 실험을 해보는 것뿐이다. >(13)

 

그런 전제하에 그는 많은 실험 결과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그런 실험의 가치를 저자는 다음고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자기 생각을 곰곰이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 때, 그 생각을 곰곰이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13-14)

 

그래서, 그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하여 실험을 통하여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자기 생각이야말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줄 아주 좋은 안내자라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을 좀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조용한 시간을 갖고 솔직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는 우리가 조용히 앉아 깊은 성찰을 하며 내린 결론과는 아주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우리 믿음과는 달리, 우리 생각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줄 좋은 안내자가 못 된다는 것이다.>(10)

 

우리 생각은 우리를 제대로 가르쳐주는 안내자가 아니다. 이 얼마나 솔직한 말이며, 충격적인 발언인가? 지금껏 우리는 우리 생각이 맞다고, 우리 생각이 좋은 안내자라고 생각하며, 생각해야 한다며 열심히 그 지침을 따랐는데, 이 책 의 주장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례로 기억에 관한 저자의 발언을 들어보자,

 

<우리의 기억이란 실제 일어났다고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기억을 심어줄 수도 있다.>(37)

 

이어서 저자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기억에 관한 실험을 인용한다.

(이런 부분이 아쉽다. 실험의 출처를 말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부분은 엘리자베스의 책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에서 인용된 것이다. - 서평자 주)

 

실험은 어떤 것인가? 아이에게 어릴 적 다섯 살 때에 쇼핑 몰에서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기억을 심어주는 실험이다. (이 책, 38.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169쪽 이하)

그런데 이런 실험을 한 결과, 피실험자는 단 5분만에 몇 가지 암시만으로 그가 길을 잃은 적이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런 실험의 결과, 우리 기억은 과연 진짜 기억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하고 싶은 말들

 

이 책은 각각의 항목을 뒷받침하기 위한 많은 조각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런 조각글들이 전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역할도 하고 있지만, 각각의 글로서도 훌륭하게 역할을 하고 있으니, 부분 부분을 읽어가는 것도 - 전체의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면 - 좋을 것이다.

 

특히, 저자는 그런 조각글마다 소제목을 붙여 놓았는데, 실상 그 제목은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의 요약이기도 하다. 때문에 제목만 읽어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말들은 때로 아포리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만일 누군가 자꾸 당신을 따라 한다면, 그 사람은 천성적으로 공감을 잘 하거나 당신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그 사람 역시 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15)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은 저자의 유모어로 이해 하시길..

 

<우리가 어떤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선책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133)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비로소 그들과 잘 지낼 수 있다.> (174)

 

<우리가 완벽한 의식을 가졌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그것에 대해 말 할 수는 없다.>(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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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 속에 숨은 인문학 - 옛시의 상상력 코드를 풀다
이상국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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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읽어야 시를 제대로 읽는 것

 

이 책, <옛 시 속에 숨은 인문학>은 옛 시를 읽는 책이다. 시를 읽되, 그 속에 숨어있는 그 무엇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저자는 옛 시를 읽으면서 시의 행간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옛 사람들이 남긴 시를 읽다가, 그 속에 숨어있는 생생한 스토리를 발견했다. 시에는 그 삶 속에서 일어난 사실이 숨어있었고, 시인의 생각과 관점과 성찰과 반성이 들어 있었다. 또 그 시를 쓴 시대의 세상이 숨김없이 들어 있었고, 그 세상에 대한 애환과 풍자, 그 세상을 받아들이는 철학과 관조와 신념도 거침없이 펼쳐져 있었다. 시를 쓰는 이의 치열한 역발상과 관찰력, 그리고 언어 탐색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문사철(文史哲)이 어우러진 인문학 콘서트 현장이었다.>(6)

 

그러한 저자의 관찰은 시를 하나씩 읽어가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 숨어있는 - 인문학적 읽을거리를 독자들에게 드러내 보여주는데, 그러한 읽을거리는 독자로 하여금 옛 시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인문학적 안목을 넓히고 깊게 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저자는 옛 시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을 문사철의 항목에 따라 문학 역사, 철학으로 뷴류해 놓고 있다.

 

두보(杜甫)의 시, ().

 

먼저 문학으로 분류된 시 하나를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며 읽어보자. 86 쪽 이하에 실린 두보(杜甫)의 시다.

 

()

 

露下天高秋氣淸 노하천고추기청

空山獨夜旅魂驚 공산독야려혼경

疎燈自照孤帆宿 소등자조고범숙

新月猶懸雙杵鳴 신월유현쌍저명

 

이슬 지는 하늘 높이 가을기운 맑아서

빈 산에 홀로 있는 밤나그네 마음이 놀라네

외로운 등 하나가 비추는 외로운 돛배는 잠들고

새로 달이 걸리니 쌍절구 소리가 우네

 

이 시를 읽으면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어내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이슬이 내리는 것을 느낀 두보(이 시의 작자),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으리라. 참 하늘이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넓은 허공에서 쏟아져 내리는 맑은 가을 기운을 호흡한다. 그러니까 고개를 들고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호흡하는 어떤 사람이 露下天高秋氣淸 (노하천고추기청)의 숨은 주어이다. 두보는 슬픔과 외로움을 표현할 때, 유독 아름답고 맑고 고운 풍경들을 데려온다. 슬픔과 외로움이 지독해지는 것은, 저 아름답고 맑고 고운 것들의 대비 속에서이다.> (87)

 

저자는 이 시에서 숨은 주어를 찾아낸다. 그래서 두보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슬픔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으며, 다음 연에 계속해서 이어지는 시를 통하여 그리움을 그리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저자는 두보의 시를 조곤조곤하게 읽어가면서, 두보의 속마음을 찾아내고, 그려낸다.

 

맹호연의 시, 낙양방원습유불우(洛陽訪袁拾遺不遇)

 

또 다른 시를 읽어보자. 이번에는 95쪽 이하에 실린 맹호연의 시다.

 

낙양방원습유불우(洛陽訪袁拾遺不遇)-

낙양에서 원 습유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함-맹호연(孟浩然)

 

洛陽訪才子(낙양방재자)

江嶺作流人(강령작유인)

聞說梅花早(문설매화조)

何如此地春(하여차지춘)

 

낙양으로 재기 넘치는 그를 만나러 갔더니

강령에 유배간 죄인이 되었다 하네

듣자니 매화가 일찍 피는 곳이라던데

어떤가, 이곳 낙양의 봄은 

 

친구가 보고 싶어서 천리길를 멀다 않고 찾아갔는데, 그 친구가 귀양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어떨까? 먼 길을 간 그 수고가 도로가 되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그 친구가 귀양건 것, 그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맹호연은 그런 심사를 이 시에 옮겨 놓고 있다.

 

<맹호연은 허망한 마음으 달래며 이 시를 썼다. 유배 간 그 곳은 매화가 일찍 핀다하니, 친구는 꽃을 즐기고 있는가. 사실은 이 친구가 세상의 매화가 아니던가. 그대가 거기로 갔으니, 그 곳에 매화가 일찍 핀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로군.>(96-97)

 

사실은 이 친구가 세상의 매화가 아니던가. 그대가 거기로 갔으니, 그 곳에 매화가 일찍 핀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로군이라는 저자의 해설을 읽기 전에는 聞說梅花早(문설매화조)”라는 구절을 단순히 그 친구가 유배 간 그 곳이 매화가 일찍 피는 곳이로구나, 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저자의 해설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 구절을 통해 맹호연이 그 친구를 얼마나 아끼는지, 사랑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 다음 이어진 구절 역시 쓰여진 글자 그대로 읽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何如此地春(하여차지춘)” “어떤가, 이곳 낙양의 봄은

 

저자가 찾아 낸 맹호연의 심사를 깨닫지 못했다면, 이 구절 역시 기껏해야 중립적으로 읽혔을 것인데, 속 뜻을 알고 나니, ‘이 곳 낙양의 봄은 봄이 왔으나 봄은 아닌 것이다로 읽힌다.

 

<맹호연은 문득 낙양의 봄을 돌아본다. 매화를 귀향보낸 이 곳은 어떤가. 봄이 왔으되 이게 어디 봄인가.>(97)

 

이렇게 읽을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게 이 책의 의미이다. 행간 속에 숨어있는 뜻을 헤아려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 시를 그냥 거기에 그치면 안된다. 그저 하나의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묘사한 시로 읽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저자는 거기에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여기엔 그런 조처를 한 군주와 권간(權奸)들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얼핏 깔려있다. 맹호연의 표현들이 워낙 조심스럽긴 하지만 매화조(梅花早)는 당시의 정치적 봄날을 심문하는 날렵한 풍자가 아닐까 한다.>(97)

 

이렇게 이 책을 읽으면서, 시 속에 감추어진 역사, 그리고 철학을 짚어가면서 읽어가는 재미, 인문학적으로 읽어가는 것. 그게 진짜 시를 읽는 기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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