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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ㅣ 삼국지 리더십 1
자오위핑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당신들이 현덕 유비를
알아?
오랜만에 삼국지를 다시
읽는다.
삼국지
중에서도 유비만 따로 떼어낸 책을 읽는다.
바로 이
책,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이다.
유비 탐구 보고서
이 책은 삼국지의 한 축이 되는
촉나라의 유비에 대한 종합보고서이다.
유비에
대해 이모저모 훑어보고 뜯어보고,
유비의
모든 면을 샅샅이 드러내 보이는 책이다.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그가
관련된 사건은 물론이고 그가 만났던 모든 사람과의 관계까지 샅샅이 훑어가니,
이보다
더 철저하게 유비를 해부한 책은 없을 것이다.
‘유비
해부 결과 보고서’
라고나
할까?
그러니
그저 소설 삼국지를 통해서 귀 크고 팔이 긴 인물이며,
도원결의의
주인공,
어떻게
하다가 운 좋게 제갈량을 만나 나라를 세우고 결국은 황제가 된 인물로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은 이런 말로 도전해 올
것이다.
‘니가
유비를 제대로 알아?’
저자는 그래서 이 점을 분명히
한다.
<이렇게
지명도도 세력도 없던 유비가 결국에는 삼국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유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천하를 삼분하고 자신의 기업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을까요?
그가
영웅이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이에 대한 탐구입니다.>(7쪽)
능굴(能屈)의
능력
그렇다면 자신의 기업을 세우게 된
유비의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저자는
그것을 두가지로 요약한다.
‘능굴의
능력’과
‘능신의
철학’.
그러니 행동으로는
능굴했으며,
그
행동을 밑받치는 것은 능신의 철학이라는 것이다.
능굴(能屈)
이란 무엇일까?
물론 이 말은 저자가 지어낸
조어이다.
굴(屈)이
‘굽다’,
‘굽히다’의
의미이니까,
‘굽히는
데에 능하다’라는
의미이다.
물론
이 말은 아무 때나 굽혀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남들
같으면 도저히 굽혀 들어가지 못할 경우에도 굽힌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예로서,
유비가
조조에게 의탁하고 있을 때에 식사자리에서 천둥이 치자,
유비가
무서워하여 몸을 숨긴 일화를 들고 있다,
그렇게
해서 조조의 날카로운 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능굴의
능력’을
유비가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한 축으로 보고 있는데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러한
측면의 글들은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다.
제
2강
시련이 없으면 성취도 없다.
제
3강
신뢰가 쌓여야 마음을 얻는다
제
7강
천하는 홀로 다스릴 수 없다.
특히
7강에서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책이 어그러진다’는
능굴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제
14강
얻으려면 내려 놓아야 한다.
이런 항목들이 유비의 능굴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그런 경우를 유비가 슬기롭게 대처해 나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말,
한번쯤
새겨보면 어떨지?
어떤 사람이 나를 밀치고 무시하는
경우,
어떻게
할까?
저자는 어린
시절,
농촌에
사는 어르신이 해주신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데 들어보자.
<길에서
개가 여러분에게 “멍멍”
짖는
것은 정상이지요.
그런데
여러분이 개를 향해 “멍멍”
짖는
것은 정상입니까?
머리에
뭐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회피할 줄 아는 것은 일종의 지혜입니다.
개와
싸우지 않고 돼지와 씨름하지 않고,
당나귀와는
힘을 겨루지 않는 자가 현명한 자입니다.>(192쪽)
유비가 개를 피하지 않고 개를 향해
멍멍 짖는다고 가정해보자.
얼마나
우스운 일일까?
유비가
조조의 날카로운 눈을 피하기 위해 천둥 칠 때 식탁 밑으로 숨은 것이나 개를 향하여 짖지 않은 것이나,
다
같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의 호기를 드러내기 위하여
유비와 같은 상황에서 당당히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저자는
말한다.
그게
바로 개가 당신을 향해 짖는다고 당신도 개를 향해 짖어대는 꼴이라고.
능신(能伸)의
철학
다음으로 저자가 꼽은 것은 바로
유비의 ‘능신(能伸)의
철학’이다.
능신(能伸)이라는
말,
역시
저자가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많이 듣는 ‘능신’은
유비의 상대편 적인 조조가 한 말이지만,
글자와
뜻이 다른 말이다.
<치세지능신
난세지간웅 (治世之能臣
亂世之奸雄)>
허소가 조조를 평하여
이르기를,
치세에는
능신이 되고,
난세에는
간웅이 될 것이라고 하였느는데,
이
말을 들은 조조는 오히려 기뻐했다고 한다.
이
경우 능신은 능신(能臣)으로서
능력있는 신하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능신(能伸)은
신(伸)이
“펴다”의
의미이므로,
펼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굴(屈)이나
신(伸)이나
실상은 같은 의미이다.
그래서
굴과 신이 합하여 굴신(屈伸)이란
단어가 생기게 되는데,
‘팔,
다리
따위를 굽혔다 폈다 함’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유비는 행동으로는 몸을
굽혔는데,
그
굽히는 행동이 그저 아무렇게나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
것을 저자는 ‘굴신의
철학’이라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능신의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제
1강
마음을 베풀어 사람을 얻다.
제
5강
통제욕을 버리고 차이를 감싸 안는다.
제
8강
어렵게 얻어야 오래 남는다.
이렇게 능굴의 능력과 능신의 철학을
구분하였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그 두 개는 구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리의 관계이다.
만일
‘능신의
철학’없이
‘능굴의
능력’만
있었다면 그것은 가식적인 행동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또한
‘능굴의
능력’없이
‘능신의
철학’만
있었어도 그 것은 공염불에 불과할뿐,
유비의
인생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의 능력도 한
몫!
이 책은 그렇게 유비를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가 <백가강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인만큼,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 또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중국의 이야기들이라 지루할 법도 한데,
그
가독성에 있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자의
말솜씨에 그만 푹 빠져서 유비의 색다른 면모를 알아가는 것,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