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믿는 만큼 크는 아이 - 용기 있는 아이로 키우는 아들러 육아
기시미 이치로 지음, 오시연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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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엄마가 믿는만큼 아이는 큰다

 

아들러의 육아론이다. 기시미 이치로가 아들러의 생각을 가져다 정리했다.

기시미 이치로의 다른 책, <행복해질 용기>에서 육아와 교육은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이다’(27)라고 하는 만큼, 이 책은 아들러의 육아와 교육에 관한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성격

 

추천사에서 최희수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의 성격을 말한다.

 

<이 책은 아들러 심리학에 기초하여 야단치지 않고 아이를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하면, 높은 자존감을 가진 유능하고 건강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행복한 인재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검증한 책이다.>(5)

 

말 그대로다. 이 책은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아이 둘을 7년 반 동안 어린이집에 등하원시키면서 경험한 육아의 경험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들러의 심리학을 통해 아이를 키운, 말 그대로 실전으로 이론을 검증한 책이다. 그런만큼 책의 내용이 군더더기 없고, 에센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용 중에서

 

이 책은 다른 육아책과는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첫째로 글이 짤막짤막하다. 그만큼 요약분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나, 군더더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둘째, 아버지로서 아이를 키운 경험이기 때문에, 여자에게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보였을 수 있다. 그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육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목차가 자세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목차에 중요한 이야기를 다 써놓은 셈이다. 그러니 실제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찾아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넷째, 중요한 사항은 색처리가 되어 있어, 참조하기 쉽다.

예컨대, 23쪽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에 색처리가 되어 있다,

< 그 나머지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지냈는데 그 때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육아에 대해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

 

그렇게 색처리가 되어 있다는 것은 그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독자들은 읽으면서 아무래도 그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며 읽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가독성 면에서 아주 좋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글이 하나 끝날 때마다 끝에 그 내용을 다시 요약 정리해 놓았다. 독자로서는 읽은 것을 다시한번 정리해보는 셈이 된다. 그만큼 읽은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공감가는 부분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아들러의 심리학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언뜻 생각에 그럴 리가 있나, 할만한 것들도 믿고 따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읽어가는 중에 공감이 되는 부분을 당연히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육아와는 별 상관없이 지냈던 나에게도 무척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 소개한다.

 

적절한 주목이란? ( 99쪽 이하)

 

저자가 딸을 어린이집에 처음으로 등원시킨 날의 이야기다.

 

<그날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7시에 데리러 오겠다고 말한 다음에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선생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 제 딸은 제가 돌아가면 울기 시작할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 울진 않을 겁니다. 30초면 그칠거예요.”

그날 저녁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이 교원실에서 나오며 이렇게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울음을 그쳤어요. 하지만 아버님 말씀과는 달리, 제가 시계로 시간을 재봤는데, 30초가 아니라 20초 만에 울음을 그쳤어요.”>

 

이게 웬일일까?

아버지가 가버린 후 울기 시작한 딸은 당연히 선생님이 자기를 달래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래야 할 선생님이 시계만 바라보고 있지, 자기는 바라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때 그 딸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울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따라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적절한 면에 주목하고, 부적절한 면에는 주목하지 말라고.

 

어린이 집에 등원시킬 때 부모가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떼를 쓰며 우는 아이들,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진 다음에도 계속해서 우는 아이들, 그런 경우 저자가 쓴 방법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그래서 엄마가 믿는만큼 아이는 큰다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자

아이를 야단치지 말자

아이를 칭찬하지 말자

아이에게 용기를 주자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아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자.

 

그런 과정을 거쳐, 그런 방법으로 아이를 기르면 아이는 엄마가 하는 만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엄마가 믿는만큼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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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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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는 이 시대를 향한 질문

 

<페스트><데카메론>

 

알베르 카뮈의 장편소설 <페스트>를 드디어 읽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읽지 못했던 책중의 하나였던 책이다. 카뮈의 다른 책들은 읽었는데, <이방인>도 읽었고, 그런데 왜 이 작품은 읽지 않았을까?

 

아마 <데카메론>의 잔상이 남아있던 것은 아닐까? 흑사병이 돌면서, 꼼짝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숨어든 열 명의 사람들이 이야기 한가지씩을 하는 그 소설 말이다. 왜 그런지 흑사병에 갇힌 데카메론과 페스트는 갇혀있다는 것 그 것 때문에, 오랫동안 나에게는 비슷한 소설로 간주되어 왔었다. 그래서 그냥 무심히 넘어갔던 것.

 

오해도 유분수지, 어떻게 <페스트><데카메론>을 비슷하다 생각할 수 있지? 하여튼 그랬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드는 마음이 아주 새로웠다. 그러한 오해를 떨쳐버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페스트>의 전염병 페스트

 

무대는 오랑시다. 그 오랑시에 전염병이 창궐한다. 맨 처음에는 쥐들이 죽어간다. 그리고 그 질병은 인간에게로 전염된다.

 

그런 위험에 빠진 오랑 시는 결국 도시를 폐쇄하기에 이른다. 그러니까 시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시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 닥치자 시민들은 불안감과 두려움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되자, 갇혀 있다는 공포를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보상받으려 한다. 그래서 영화관이나 카페는 언제나 만원이다. 그런 찰나적인 즐거움으로 갇혀 있다는 두려움을 감추려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페스트가 창궐한 도시 오랑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대응한다. 그런 가운데 페스트를 극복하고자 하는 공동 활동을 펼치기로 하여, 보건대를 조직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도시 폐쇄로 인한 여파로 식량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자, 시민들 사이에서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페스트를 무어라 비유할까?

 

지금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 사회의 상황이 오버랩 되는 것은 아마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내가 구태여 오랑시의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그 상황을 고스란히 가져다가 우리 사회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우리 사회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까?

그러니 소설속의 페스트를 굳이 질병의 하나로만 생각할 게 아니다.

우리 사회 공동체에 닥쳐오는 위험, 재난이라고 하면 어떨까?

 

다양한 인간 군상들

 

그런 재난에 사람들은 그 대처방법이 다 다를 것이다.

먼저 소설 <페스트> 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다양한 인간상을 구분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페스트를 신이 내린 형벌이라 생각하는 신부 파늘루

자기는 이 곳 사람이 아니라며 빠져 나가려 드는 기자 레이몽 랑베르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 장 타루.

여기에는 시민의 한사람으로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소리없이 감당하는 시청의 말단 직원 그랑도 포함된다.

의사로서 자기의 직무를 다하는 사람, 리유

페스트를 기화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꾼, 코타르

 

이런 분류에 따르자면 각자는 어떤 사람에 해당하는 것일까?

 

재난의 조짐을 읽어라 - 쥐로 시작해서 쥐로 끝난다,

 

이 소설에서 전염병 페스트의 조짐은 쥐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쥐로 끝난다.

 

전염병의 시작은 “416일 아침, 의사 베르나르 리유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나오다가 계단참 한복판에서 죽은 쥐 한 마리에 발을 부딪쳤다”(17)는 문장으로 그 조짐을 보여준다.

 

그리고 4부에서 페스트가 진정되고 전염병이 그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같은 주 주말 늙은 천식환자는 대단히 흥분한 듯 온갖 부산을 떨면서 의사와 타루를 맞이했다.

됐어요.

그가 말했다. 그것들이 다시 나옵니다.

뭐가요?

뭐긴요! 쥐들이죠!

4월 이래로 죽은 쥐는 단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이제 새로 시작하는 건가요?> (339)

 

소설 <페스트>에서는 쥐가 죽어나가는 것을 신호로 해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사인 리유가 포착한다. 또한 쥐가 나타난 것을 통해 전몀병의 소멸을 알아차린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조짐을 누가 미리 알아차리는가?

 

그런 질문을 하기 위하여 카뮈는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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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질 용기 -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실천 지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용택 옮김 / 더좋은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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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들러는 용기를 말하는가?

 

이 책, <행복해질 용기>

 

베르나르 그라세가 말했다.

천재적인 재능이란 새로운 자명성(自明性)을 창출하는 능력이다.” (12)

 

이 말을 풀어 말하면, 예전부터 존재했음에도 아무도 그 존재를 깨닫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고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천재적인 재능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 말이 이 책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아들러의 행복론을 일컬어 하는 말이다.

아들러의 행복론은 그만큼 상식적이면서도 듣는 순간, 우리가 왜 그것을 여태 몰랐지, 하는 경탄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주요 특징

 

이 책에서는 먼저 아들러 심리학의 특징들을 먼저 설명하는데, 그 중 몇 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열등감이라는 개념을 오늘날에 사용되는 의미로 가장 먼저 사용했다. (24)

육아와 교육은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이다. (27)

마주하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말과 행동의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29)

전체로서의 나 자신이 어떤 행위를 선택하는 것이므로 그 선택을 나 자신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한다. (31)

 

자신과 타인과 마주할 용기를 가져라

 

아들러의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용기를 가지고 변화를 추구하도록 하는데, 이 책 <행복해질 용기>는 대인관계를 중심으로 이론을 펼치고 있다.

 

대인관계에 관해 언급하기 전에 저자는 먼저 자기 자신과 마주하기라는 장을 통하여 라이프 스타일을 검토하고 자기 자신을 다르게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다른 라이프 스타일도 있으니, 그것을 깨닫고, 혹 지금의 라이프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다른 것을 선택한 용기를 내라고 한다.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타인과 마주하기를 말하고 있는데, 이 책의 주요 내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아들러의 용기란 무엇일까?

 

지금껏 아들러 심리학을 주제로 한 책을 여럿 읽었다.

대부분의 책들이 기시미 이치로가 지은 책들이다.

<미움받을 용기>, <엄마가 믿는 만큼 크는 아이>,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를 읽었고

지금 이 책, <행복해질 용기>를 읽는다.

또한 같은 저자가 쓴 책이 많이 번역되어 출판되었는데, <늙어갈 용기>, <엄마를 위한 미움받을 용기>, <버텨내는 용기> 가 있다.

 

그렇게 살펴보니, 제목에 용기라는 말이 들어간 책이 의외로 많다.

<미움받을 용기>,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 <행복해질 용기>,<늙어갈 용기>, <엄마를 위한 미움받을 용기>, <버텨내는 용기>.

해서 도합 6권이 용기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왜 저자는 책의 제목에 용기라는 말을 집어넣는 것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그의 주장에 용기가 필수불가결한 개념이라 그렇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용기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찾아내 정리해 보고 싶었다,.

 

<미움받을 용기>에서는 231쪽에 용기에 관한 언급이 보인다.

 

<도움은 ......강제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과제를 분리한 상태에서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거야...이러한 수평관계에 근거한 지원을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용기부여라고 하지.>(231)

 

이 책, <행복해질 용기>에서, 더 정확한 개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고 자각하고, 지금의 자신을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고 마음먹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변화하기로 결심했다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바로 목적이 된다. 하나하나의 행동은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바로 행복이다.>(36)

 

그래서 그것을 자기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럴 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용기이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하여 용기를 설명한다.

 

<라이프 스타일은 대인관계 속에서 행동하는 패턴이다. 이런 자신이 싫다고 생각해도 막상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려고 하면 두려워진다. 왜냐하면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이전까지와는 다른 식으로 행동하려고 결심하면, 다음 순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53)

 

<자신이 처한 상황이란 것은 곧 대인관계를 뜻하고, 그 대인관계 안에서 일정한 행동 패턴이 생겨나며, 그것을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48)

 

<라이프 스타일은 스스로 선택했다.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에 스스로 그것을 뒤집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라이프 스타일과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54)

 

그런데 그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하고 그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바로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용기라는 말은 아들러 심리학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개인의 결단과 행동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

 

이 책은

 

인간의 모든 고민은 대인관계에서 비롯된다’(30)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나 혼자서 산다면 나 자신도 평안하고 문제가 없지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니, 그들과의 관계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는 그러한 갈등과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서 살것인가를 아들러의 심리학 이론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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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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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미의 반딧불이, 한순간의 광채로.

 

 

주인공 사진 작가 아이바 싱고’ - 아니, 이 이야기가 시작될 당시에는 앳된 학생이었지 -가 애인인 나쓰미와 함께 사진 촬영을 나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애잔한, 잔잔한 이야기가 여름밤의 반딧불이 불빛처럼 아련하게 그려진다.

 

등장 인물, 면면을 살펴보니

 

등장하는 인물, 주요인물 - 싱고, 나쓰미. 할머니 아들, 그리고 불사 운게쓰, 그리고 아이들 - 모두다 한결같이 좋은 사람들이다. 누구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인물들이다. 이것을 볼 때 - 물론 이 작품만 두고 볼 때 - 작가 모리시와 아키오는 참 좋은 사람 같다. 그 머릿 속으로는 나쁜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터이니,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작중 인물들이 한결같이 좋으니 말이다.

 

갈등 구조? 없어도 좋아

 

대개의 소설에서 갈등은 주요한 요소이다. 갈등이 있어야, 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그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독자들을 몰입하도록 하는 장치가 서넛 쯤 주어지면, 그 갈등이 해소되면서 독자들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데, 그러한 갈등장치 없어도 훌륭한 소설이 된다는 것을 이 소설은 증명해 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가져야 할 것들

 

살아가면서 느껴야 할 세 개의 기쁨

 

저자는 지장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세 개의 기쁨을 이야기한다.(103)

 

첫째, 이 세상에 태어난 기쁨

둘째, 부모에게 사랑받는 기쁨

셋째, 반려자와 함께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기쁨.

 

그렇게 세 개의 기쁨을 말하는데, 이 세 개의 기쁨이 이 소설이 말하려는 게 주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지장 할아버지와 그 부인의 만남과 헤어짐그리고 그 아들과의 관계, 그런 인생살이에서 세 가지 기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소설은 웅변하고 있다.

 

(내 아들로 태어나서) 고마워, 하는 마음

 

 

그래서 그런 세 가지 기쁨이 인생을 살아가도록 지탱해주는데, 그것을 작가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기쁨은 감사로 나타난다는 것.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어머니가 매일 밤 그렇게 말해줬기 때문인 것 같단다.”(110)

 

사진 뒷면에 적힌 글자를 보았다,

고마워

만년필로 적은 듯한 남색 글씨. 인화지가 부식된 탓에 조금 흐릿했다.

.......

할아버지는 그래서 사진 뒷면에라도 적어두고 싶었던 것일까? 이 세 글자에는 내 아들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라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110)

 

사람에게는 가시가 있다.

 

사람에게는 가시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것을 모른다. 다만 다른 사람은 안다. 그 사람이 가시를 가지고 있는지를. 작가는 가시의 존재와 위치를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나쓰미도 이 남자가 여전히 불편했고 그 점을 늘 의식했다. 그래도 몇 번 만나는 동안 조금씩이긴 하지만 남자의 시선에서 뾰쪽한 가시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86)

 

어디 가시가 눈에만 있을까? 목소리에도 있다.

 

운게쓰가 앞을 바라본 채 말했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거친 말투이지만 처음 만났을 때랑 비교해보면 목소리에서 가시가 제법 사라졌다.” (205)

 

밑줄 치고 싶은 구절들

 

그 후로는 내가 찍는 사진이 하루가 다르게 나다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스스로 셔터를 눌러 잘라낸 한 순간의 풍경에 깊은 애착을 가지게 된 것이다. (128)

 

그보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보이지 않는 소리와 냄새까지 찍혔다는 점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단순한 이차원의 영상이 삼차원 이상의 정보를 알려준다, (222)

 

줄곧 혼자 지내셔서 그런지 옆얼굴에서 느껴지는 표정이 무척 쓸쓸했다. (231)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그 해 여름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등장으로 지장과 할미의 위태롭던 생명이 반짝 빛을 내기 시작했다. 단조롭고 아무런 자극이 없어 지루했던 다께야의 일상에, 쏘아 올린 불꽃같은 한순간의 광채를 그들이 선사했다. 그 빛을 받고 생각지도 않게 변화된 것이 다름 아닌 운께스 자신이었다.>(268)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 이 책을 읽고, 책중 주인공 같은 그러한 사람 만나, 불꽃같은 광채가 인생의 앞길에 비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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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책 -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불온서적들
이재익.김훈종.이승훈 지음 / 시공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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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책을 읽든가 쓰든가!

 

 

이 책을 읽고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이 문장을 만났다.

성석제의 책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저자 이승훈의 글에서 만났다.

 

성석제가 대단한 점은 이렇게 소개해놓으면 그의 글이 얼마나 대단한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284)

 

대단하다, 하여튼!

 

그렇다. 이 문장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빌려 말하자면, 이 책이 대단한 점은, 내가 서평으로 이 책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말 하려고 해도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뭔가? 그럼? 읽어봐야 안다는 것이다. 아니 읽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읽어보면 안다? 읽어봐야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이 그렇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로서는 이 책이 말하는 그 책에 관한 그 무엇을 얼른 받아들이기 어렵다. ? 알지 못하므로! 그 책들이 어떤 책인가 알지 못하므로. 아무리 이 책에서 저자()이 신이 나서 말한다 하더라도 그저 그런가 보다하며 떨떠름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대단한 것이다. 그런 책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어 댈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책인가? 그게 우선 대단한 것이고, 또 생각해 보라. ‘아니, 그 책이 그렇게 대단한거야,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대단하다 말해도 너희들은 몰라, 라고 말하는 거야, 그래 그럼 나도 읽어봐야겠구만이라는 결론으로 유도하는 이 책이 또한 대단하지 아니한가?

 

그래서 그 저자들의 신남이 질투가 나서 성석제의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를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쓰는 저자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너무 한꺼번에 몰려오는 책을 모두 다 살 수 없는 게 또한 현실 아닌가? 해서 부득이 집 근처 걸어서 3분 거리의 시립도서관에 신세를 질 수밖에!

 

또 하나 빌리자, 한번에 4권이 한도이니, 아직 여유가 있다.

이중텐의 <삼국지 강의>.

 

왜 그 책인가? ‘누가 삼국지를 읽었다고 말하는가’(290)라는 도전적인 글을 읽고 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해서 역시 빌릴 수밖에.

삼국지, 버전을 바꿔가면서, 또는 번역자를 바꿔가면서 몇 수십 번 읽었던 삼국지인데, ‘누가 삼국지를 읽었다고 말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대체, 답할 수 없으니, 말하지 못한다 답할 수 밖에!

 

하여튼, 책을 읽든가 쓰든가!

 

이중텐 왈, “지혜와 지식은 다르다. 지식은 사회에 속하고, 지혜는 개인에 속한다. 지식은 주고 받을 수 있지만, 지혜는 오직 깨달을 수 밖에 없다”( 300), 깨닫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겠지?

 

그렇게 이 책에서는 세 명의 필자가 각각 책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된 것, 그래서 깨닫게 된 사건들을 풀어놓는다. 재미지게, 재미나게!

 

그러니 이 책을 잡고 읽으려는 사람들은 일단 이런 각오를 하자.

책을 더 열심히 사랑한다는 말에 걸맞도록 읽는 사람이 되던지, 아니면 그런 책을 누구처럼 - 누구긴 누구? 여기 필자 세 명이지- 써보기를 작정하든지. 하여튼, 책을 읽든가 아니면 쓰든가, 모두 다 행복한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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