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쓰미의 반딧불이, 한순간의 광채로.

 

 

주인공 사진 작가 아이바 싱고’ - 아니, 이 이야기가 시작될 당시에는 앳된 학생이었지 -가 애인인 나쓰미와 함께 사진 촬영을 나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애잔한, 잔잔한 이야기가 여름밤의 반딧불이 불빛처럼 아련하게 그려진다.

 

등장 인물, 면면을 살펴보니

 

등장하는 인물, 주요인물 - 싱고, 나쓰미. 할머니 아들, 그리고 불사 운게쓰, 그리고 아이들 - 모두다 한결같이 좋은 사람들이다. 누구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인물들이다. 이것을 볼 때 - 물론 이 작품만 두고 볼 때 - 작가 모리시와 아키오는 참 좋은 사람 같다. 그 머릿 속으로는 나쁜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터이니,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작중 인물들이 한결같이 좋으니 말이다.

 

갈등 구조? 없어도 좋아

 

대개의 소설에서 갈등은 주요한 요소이다. 갈등이 있어야, 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그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독자들을 몰입하도록 하는 장치가 서넛 쯤 주어지면, 그 갈등이 해소되면서 독자들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데, 그러한 갈등장치 없어도 훌륭한 소설이 된다는 것을 이 소설은 증명해 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가져야 할 것들

 

살아가면서 느껴야 할 세 개의 기쁨

 

저자는 지장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세 개의 기쁨을 이야기한다.(103)

 

첫째, 이 세상에 태어난 기쁨

둘째, 부모에게 사랑받는 기쁨

셋째, 반려자와 함께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기쁨.

 

그렇게 세 개의 기쁨을 말하는데, 이 세 개의 기쁨이 이 소설이 말하려는 게 주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지장 할아버지와 그 부인의 만남과 헤어짐그리고 그 아들과의 관계, 그런 인생살이에서 세 가지 기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소설은 웅변하고 있다.

 

(내 아들로 태어나서) 고마워, 하는 마음

 

 

그래서 그런 세 가지 기쁨이 인생을 살아가도록 지탱해주는데, 그것을 작가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기쁨은 감사로 나타난다는 것.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어머니가 매일 밤 그렇게 말해줬기 때문인 것 같단다.”(110)

 

사진 뒷면에 적힌 글자를 보았다,

고마워

만년필로 적은 듯한 남색 글씨. 인화지가 부식된 탓에 조금 흐릿했다.

.......

할아버지는 그래서 사진 뒷면에라도 적어두고 싶었던 것일까? 이 세 글자에는 내 아들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라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110)

 

사람에게는 가시가 있다.

 

사람에게는 가시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것을 모른다. 다만 다른 사람은 안다. 그 사람이 가시를 가지고 있는지를. 작가는 가시의 존재와 위치를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나쓰미도 이 남자가 여전히 불편했고 그 점을 늘 의식했다. 그래도 몇 번 만나는 동안 조금씩이긴 하지만 남자의 시선에서 뾰쪽한 가시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86)

 

어디 가시가 눈에만 있을까? 목소리에도 있다.

 

운게쓰가 앞을 바라본 채 말했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거친 말투이지만 처음 만났을 때랑 비교해보면 목소리에서 가시가 제법 사라졌다.” (205)

 

밑줄 치고 싶은 구절들

 

그 후로는 내가 찍는 사진이 하루가 다르게 나다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스스로 셔터를 눌러 잘라낸 한 순간의 풍경에 깊은 애착을 가지게 된 것이다. (128)

 

그보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보이지 않는 소리와 냄새까지 찍혔다는 점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단순한 이차원의 영상이 삼차원 이상의 정보를 알려준다, (222)

 

줄곧 혼자 지내셔서 그런지 옆얼굴에서 느껴지는 표정이 무척 쓸쓸했다. (231)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그 해 여름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등장으로 지장과 할미의 위태롭던 생명이 반짝 빛을 내기 시작했다. 단조롭고 아무런 자극이 없어 지루했던 다께야의 일상에, 쏘아 올린 불꽃같은 한순간의 광채를 그들이 선사했다. 그 빛을 받고 생각지도 않게 변화된 것이 다름 아닌 운께스 자신이었다.>(268)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 이 책을 읽고, 책중 주인공 같은 그러한 사람 만나, 불꽃같은 광채가 인생의 앞길에 비추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