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행,
백
년 전으로
이 책의
성격,
그리고
줄거리
이 책의 줄거리에는 그럴듯한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인 나
-
문학자(26쪽),
세상의
진보에 뒤처진 문학자(62쪽)
- 와
그의 부인이 일본 시모노세끼를 출발하여 부산으로 와,
조선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보고 듣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그러니
이야기라고 할만한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것을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여행기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나의 판단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평자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이 소설이 단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저열한 식민지 여행기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면 역자는 굳이 본서를 번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350쪽)
그래서 해설자는 이 글 속에서 여러
가지를 찾아내고 있다.
‘연애소설’로서
오후데와 ‘나’와의
관계를 분석하기도 한다.
여러 면에서 이 책은 살펴볼 거리가
많이 있다.
일본인의 시각으로 본 당시 조선의
모습
<줄줄이
걸어다니는 키 큰 흰옷의 사람은 모두 조선인이었다.>(16쪽)
<한사람
한사람 모두 담뱃대를 물고 있군>
(16쪽)
<창
밖을 오가는 산천은 나무가 없는 산이나 제방이 없는 강이었다.>
<산은
남벌된 채로 버려져 있고 강은 수시로 범람하여 위치를 바꾸었다.>
(31쪽)
<조선인은
밤에는 언제까지나 깨어있고 아침에는 언제까지나 늦잠을 잔다고 들었다.>
(80쪽)
그리고 특이한
기록으로,
기차에
대한 기록이 있다.
<내지에서
보지 못했던 광궤식의 큰 기차가 -
이것도
식민지적이라고 해야 할 것인데 오로지 실용 일변도의 거의 장식이 없는,
예를
들면 앞을 장식한 천도 없고 옆으로 늘어뜨린 장식도 없는 단지 장대한 철갑같은 기차가 .....>(31-32쪽)
기차에 대한 서술은 또
등장한다.
<
장식없는
실용 일방의,
그
자체가 하나의 무기처럼 커다란 기차는 우리를 태우고 다시 북으로 북으로 달려갔다.>(179쪽)
이런 표현을 볼 때에
‘나’의
눈에 당시 조선에서 운행되는 기차는 그렇게 낯설게 보였나 보다.
일본의
것과는 매우 달랐음이 분명하다.
그러니
일본이 당시 조선에 대한 생각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조선에
놓아준 기차는 그저 실용적인 -
일본의
침략을 효율적으로 감행하기 위한 -
용도임을
알 수 있다.
당시 학문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대한 언급,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관리
이외의 사람이 되기 위해 학문을 하는 자는 없습니까?”
“지금
현재 있어도 매우 소수일 것입니다.”
“만약
일본 사회와 같은 경로를 간다고 한다면 조만간에 실업을 지향하여 학문을 하는 자도 생기게 되겠지요.”
(128쪽)
홍상과
‘나’의
대화 중 일부이다.
모든
백성이 가진 희망이 최우선으로 관리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는 것을 대화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그만큼
학문의 용도가 제한되어 있었다는 말이겠다.
실용적인 학문은
쓰임새가 없었고,
오직
과거를 통해 관리가 되는 것만이 학문의 목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백년 전 당시의 사건들을 통해
‘역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기회도 만날 수 있었다.
<나중에
보면 아이 장난 같다고 생각되는 것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목숨을 건 일이었고,
당시
사람들에게는 정말 식은 죽 먹기였던 일이 나중에 보면 청사에 기록될 대사업이 되기도 하네.>(147쪽)
<개인의
이해득실을 잊고 생각해보면 세상이라는 것은 재미있어.
적이라든가
아군이라든가 하는 것도 제비를 뽑아 임시로 역할을 정하는 것 같네.>(147쪽)
역사를 상기시키는 장면들
민비
-
명성왕후를
말한다 -
묘로
가는 길...이미
다른 곳으로 이장되었으므로 유해는 이곳에 없습니다.
(156쪽)
모란대(198쪽),
을밀대(203쪽),
모란봉,기자릉(200쪽),
부벽루(204쪽),
능라도(206쪽)
등등
이 작가의 마음을 관통하는 모순된 생각
이 소설을 이끌고 있는 작가의
마음에는 아무래도 두 가지 모순된 생각이 담겨있는 듯하다.
해설자는 이것을 이렇게 정리해
놓았다.
<‘나’는
망국의 국민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동시에 북으로 뻗어가는 훌륭한 국가의 한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침략자로서의 반성이 부족한 ‘나’의
한계라고도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와 집단의 대세를 초월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355쪽)
조선을 생각하는 듯한 발언들
그래서 그런 모순된 생각 중 한쪽에
있는 조선인을 생각하는 듯한 발언이 몇 개 보인다.
<......조선인은
우리 두 일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소담
집에서도 먼저 놀러와 있던 그들은 우리 때문에 떠났다.
나는
그것에 대해 결코 승리를 자랑하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남의 화원에 발을 들여 놓은 기분으로 쓸 데 없는 행위였던 것을 후회했다.
그들
조선인은 그들 조선인으로서 각각 유쾌한 자신의 세상을 만들게 하라>(102쪽)
<‘기생
배!’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거듭 애틋하게 생각했다.
실제의
이 기생 배와 내 공상의 기생 배 사이에는 너무도 먼 거리가 있었다.
물과
기름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들과 우리 일본인 사이는 도저히 융화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는 듯했다.>(325쪽)
이 책에서 찾아볼 의미들
그러한 것과는
별개로,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다른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당시의 조선을
외국인-
특히
조선을 침략한 일본인-
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 관점과 그 당시의 풍물을 살펴 볼 수 있다는데 더 의의가 있다.
해설자도
이 점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는
말하길,
이
책은 “일본문학계에서의
평가에 관계없이 우리 근대의 풍경을 그린 장편 <조선>은
반드시 일본보다는 한국에서 널리 읽히고 연구되어야 할 매우 중요한 작품”(349쪽)이라고
한다.
사족,
소설적 표현
-
재미있는
표현
<오후데는
손짓과 눈빛으로 소담에게 맥주를 강요했으나,
소담도
손짓과 눈빛으로 그것을 사양했다.>
(151 쪽)
이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자,
어떠한
정경이 떠오르는지?
문학자라
소개된 ‘나’의
소설가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