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 엄마의 죽음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성유보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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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 책의 끝을 저자는 이렇게 맺는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개인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돌발사건이다. 죽음은, 그가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무엇으로든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다.>(217)

 

이 문장 중,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저자에게 하나의 화두가 되었던 말이다. 같은 말로 제목을 삼은 소설이 그 결과로 나왔는데, (1943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946년에 출간된 <모든 인간은 죽는다>가 바로 그것이다.

 

그 소설에서 보봐르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죽음과 삶의 문제를 천착하는데, 이 책의 말미에 그 소설에서 생각한 바로 그 말 모든 인간은 죽는다 - 을 반복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책은?

 

196310, 저자가 로마를 여행하던 중에 어머니의 사고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소식을 듣고 파리로 돌아오게 되는데, 사고를 당한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져 투병생활을 하다가 한달 후 세상을 떠난다.

 

저자는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동안, 어머니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화해하고, 그리고 더 나아가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실존적 존재인 한 인간인 어머니에 대한 성찰을 담아, 이 책을 1946년에 펴낸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저자의 모든 것 철학은 물론이고, 인생 그 자체,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 다 들어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엄마와의 화해

 

저자는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동안 어머니와의 관계를 성찰하게 된다,

다음은 그런 주제에 관한 몇가지 생각들이다.

 

<나는 이번에는 서로가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5분이 지나도 적당한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았다 엄마와 나 사이에 공동관심사가 얼마나 적었던가를 생각해 보았다.> (138)

 

<오랫동안 둘 사이에 쌓였던 어떤 회환 같은 것들이 치유되고 있음을 느꼈다.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 같았던 해묵은 애정이 되살아났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말 몇 마디 또는 몸짓 속에는 애정이 배어들고 있었다.> (154)

 

살아있다는 것

 

<엄마는 살아있고, 의식있는 상태였지만, 당신이 살아있는 모습이 어떤 것인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155)

 

<“정신이 흐려지는구나.”

회진을 온 P 박사에게 엄마가 하소연을 했다.

내 의식이 없는 거 같아요.”

의식이 없으시다면 그걸 느끼지도 못하는 걸요.”

의사의 말에 엄마는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96)

 

<엄마가 나무라듯이 말했다.

잠을 자다니 오늘을 살지 못한 셈이야. 나는 살아 있는 날들을 그냥 보내버리고 있어.”

하루하루가 엄마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었다.> (170)

 

인간은 고독한 존재

 

<나는 사르트르에게 엄마의 입에 대해서, 그날 아침에 보았던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이야기 했다. 그리고 내가 거기서 읽었던 것들을 빼놓지 않고 이야기했다, ......결코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던 고독을, 그 고독은 죽음 앞에 혼자 서야 하는 고독이자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고독이었다.> (55)

 

<엄마는 아주 쉽게 상처를 받는 성격이었다. 한 마디 비난을 20년이 지나서도, 아니 40년이 지나서도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는 분이었다.> (74)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길래, 항상 끊임없이 외부의 관심을 추구한다. 그것을 저자는 어머니로부터 볼 수 있었다.

 

<엄마는 자신을 돌봐주는 걸 즐거워하고 끊임없이 우리의 관심을 당신 쪽으로 이끌었다.> (109)

 

<엄마의 친구와 친척들이 엄마 소식이 궁금해서 찾아왔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들을 맞이할 기력이 없어서 대부분 문 밖에서 돌아가게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걱정을 해준다는 게 엄마에겐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145)

 

<온종일 엄마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엄마가 나를 이대로 보내지 말아 달라!’며 애원을 하는거야.> (121)

 

존재와 부재

 

다음은 어머니의 죽음을 보면서, 저자가 떠올린 생각들인데, 사르트르와 함께 실존주의에 입각하여 삶을 관조한 저자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사라지게 되면 우리는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대해 고통스런 자책감을 수도 없이 느끼게 된다. 그는 죽음으로써 오히려 그만의 존재를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해준다. 그는 그가 없음으로써 완전한 무()가 되기도 하고 그가 있음으로 온전히 존재하는 세계마냥, 거대한 존재가 된다.> (93)

 

<지상의 존재가 무()에 이르는 과정을 나는 익숙할 때까지 지켜보았다.> (199)

 

<그렇게 기다려 왔으면서도 또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모습, 시체가 된 여자가 엄마 대신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손도 이마도 싸늘했다. 여전히 엄마였다. 그리고 영원히 엄마의 부재였다.>(177)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그런 죽음을 눈 앞에서 목도한 저자는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고통을 단지 엄마에게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로 확장시킨다. 바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다.

 

<엄마의 죽음은 비교적 편안한 것이었다,

나를 짐승과 같은 사람들한테 맡겨두지 마.”라고 하던 엄마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누구에게도 그렇게 호소할 수 없을 모든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자기 자신에게 단 하나의 보호자도 없이 무심한 의사들과 혹사당하는 간호사들의 인색한 자비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놓여 졌을 때, 그는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194)

 

이 책의 결론은?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결론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나도 엄마처럼 저() 속에 들어가게 되리라는 사실이야. 그게 아니라면 너무나 불공평할 테니까 말이야.”

그렇다, 우리는 우리들 모두의 장래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불행한 사실은 누구나 똑같이 겪게 될 이 일을 우리는 각자 혼자서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204)

 

이 말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또한 불행하다는 생각으로 끝을 맺으니,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어쩌랴! 그런 두 가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우리네 인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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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관심 - 전문가가 읽어주는 아들러 개인심리학 아들러 원전 시리즈 1
알프레트 아들러 지음, 김춘경 해설, 박일귀 옮김 / 리베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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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관심

 

이 책은?

 

이 책은 다른 사람이 아들러의 심리학을 토대로 하여 쓴 제 2차 저작이 아니라, 아들러의 육성이 담긴 책이다. 먼저 그런 면에서 첫 번째 가치가 있다.

그래서 특히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2차 저작으로만 아들러를 접했는지라, 특별히 아들러의 육성으로 직접 말을 들어본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있었다.

 

아들러의 생애, 그것을 살펴볼 필요성도 함께

 

이 책에는 아들러의 육성을 시작하기 전에, 김춘경 교수의 자세한 해설로 아들러의 생애와 그 사상의 요체를 들을 수 있다. 그렇게 아들러의 생애를 알게 되는데, 그렇게 아들러의 생애를 앞에 붙여둔 것은 아들러의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기에 그렇다. 그 필요성은 무엇일까?

 

아들러의 어릴 적 이야기를 살펴보면 아들러의 주요개념인 열등감, 열등감 보상, 우월추구와 노력, 출생 순위, 격려 등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4)

 

, 아들러는 자기 삶의 과정에서 겪었던 문제들을 이론화하여 인간 이해에 큰 진척을 만들어 놓았다.

 

예컨대, 그가 어린 시절 아파서 누워있을 때에 건강한 형이 밖에서 뛰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심한 열등감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열등감을 느끼던 그 시절과 것을 극복해 내는 그 과정이 그에게 모든 인간의 발전은 무의식중에 열등감을 극복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15)는 이론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아들러의 사상

 

아들러의 사상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체계적이다.

요약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전체성을 강조한 개인심리학

정신 건강의 척도인 공동체감

현대인이 시달리는 열등감

보상의 궁극적인 목적인 우월추구

행동에 방향을 제시하는 가상적 목적

 

또한 그는 둘째로 태어났는데, 그런 그의 환경이 출생 순위에 따라 인격형성이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 아이는 다른 형제들과는 확실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다. 태어나 얼마 안되었을 때는 혼자이므로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그러다가 둘째가 태어나면 갑작스런 상황변화를 겪게 된다. 왕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한다. 쥐고 있던 권력을 잃는 것은 첫째 아이에게 대단한 비극이다. 이러한 비극은 원형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며 성인이 되어서도 인격적 특징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둘 째 아이의 상황도 나름의 특징이 있다. (51)

 

아들러의 인간관

 

아들러는 인간을 가치 있는 존재, 사회적으로 동기화될 수 있는 존재,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 (18)

 

결국 아들러는 인간을 사회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보았다. 비록 열등하고 연약할지라도 이를 극복하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것이 인간이다. 아들러는 이 의지를 바탕으로 창조적 힘을 발휘해 신의 경지까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간에게서 보았다. 또한 아들러는 인생을 더 큰 사회에 소속되어 가는 과정에서 전체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렸다. 이러한 아들러의 공동체감 사상이 좌절과 절망, 불신과 다툼이 팽배한 우리 시대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는 참신한 치료제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39)

 

이런 고백으로 마무리하자.

 

아들러의 심리학을 다른 책으로 먼저 접했다.

아들러의 용기 시리즈이다. <미움받을 용기>, <행복해질 용기>,<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 <늙어갈 용기>를 읽었다.

 

그런 책을 접하면서, 혹시 용기라는 단어가 아들러에게는 아주 사소한 개념인데, 그 책의 저자가 다만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침소봉대하여 쓴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것이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가는 말이지, 아들러의 본 취지와는 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러한 용기 시리즈에서 강조한 용기가 아들러 심리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어떠한지를 살펴보려고 했었다.

그래서 만약 그 용기가 아들러 심리학의 기본이 아니라, 단지 그 저자의 독단적인 제목 뽑기라면 무언가 한마디 해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들러의 심리학에서 용기는 그런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한 용기 시리즈가 아들러의 심리학을 왜곡시키거나 편중된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여기 이 책 <행복해지는 관심>에서도 용기는 여기저기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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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인성인문학 - 문학 역사 철학에서 사람다움의 길을 찾다
임재성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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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인성인문학

 

묘한 일이다. 이제 인성까지도 점수로 매기겠다고 나서니, 참 별꼴이다.

어떻게 인성을 점수로 환산할 수 있을까?

아니, 인성이 무엇인지 아는지? 위정자들이 그런 한심한 발상을 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그들이 받는 월급이 아깝다. 국민들이 피땀흘려가며 일해서 내는 돈으로 내는 세금인데..

 

정말 궁금하다. 어떻게 생각했기에, 인성을 점수화해서 성적에 반영한다는 그런 발상하신 분들, 인성은 그만두고 살아간다는 것이,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은 해 보았는지?

 

저자가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도 그러한 안타까움에서이다. 청소년들에게 과연 어떻게 해야 인생을 올바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청소년에게 인문학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철학과 역사 그리고 문학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러한 문사철이 어떻게 우리 삶에 작용을 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인문학의 필요성

 

대체 인문학은 왜 필요한 것일까?

저자는 먼저 공자의 말을 들어 설명한다.

 

<젊은이들은 집에 들어가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가서는 어른들을 공경하며, 말과 행동을 삼사고 신의를 지키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과 가까이 해야 한다. 이렇게 행하고도 남는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글을 배우는 것이다. > (논어, 학이편)

 

공자의 말에 의하면, 올바른 행실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런 행실을 다 한 다음에 남는 힘이 있으면, 그때에 공부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공부만 잘하면, 즉 학교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게 바로 현실이다. 그저 성적만 죽어라고 올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셈이다.

그러니 그런 목표를 앞에 두고 몰아대는 이 풍조에서 청소년들에게 공부보다 먼저 올바른 행실을 강조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꼰대들이나 하는 소리다.

 

그래서 저자는 더더욱 그러한 행실을 우선시 하는 선현들의 말로, 올바른 삶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인문학의 필요성을 필두로 하여, 인문학의 갈래인 철학, 역사, 문학을 두루 설명한다.

철학에서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며, 역사에서는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살펴보며, 문학에서는 감성의 부활이 사람다움의 길을 걷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인문학으로 사람다움을 회복하는 길이 바로 인성을 개발하는 것이며, 그러한 인성을 개발하는 것은 결국 사람다움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따라서 사람다움을 찾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언급한, 그래서 읽어봐야 하는 책들

 

이 책을 읽어,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이에 그치지 말고, 이 책에서 거론된 책들중 최소한 이 정도만이라도 읽어보면 어떨까?

 

논어, 도덕경, 중용, 맹자, 명심보감, 장자, 대학, 채근담, 한비자, 주역

성경, 소크라테스의 추억(크세노폰), 국가(플라톤),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

역사(헤로도토스), 사기(사마천), 역사란 무엇인가 (E, H. ),

변신(카프카), 이솝우화, 호밀밭의 파수꾼, 해리 포터, 탈무드, 세 가지 질문(톨스토이),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로마제국 쇠망사 (에드워드 기번),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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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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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하게 불안을 즐겨라

 

이 책, ,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양의 방대함은 물론이거니와 저자가 다룬 내용도 불안에 대해 안다룬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하는데는 다음의 말을 빌려올 수밖에 없다.

뉴욕 데일리 뉴스에 실린 셰릴 코널리의 평이다.

<어릴 때부터 극심한 불안과 공포증에 시달려 온 저자는 유머와 통찰,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미국인 일곱 명 가운데 한 명이 시달린다는 병을 살핀다. 스토셀은 흥미진진한 일화를 곁들여 역사적 개관에서 최신 치료법까지 훑으며 이 병에 대한 진짜배기 식견을 보여준다.> (9)

 

코널리가 말한 이 병이란 바로 불안이다.

불안, 그 병에 대한 저자 스토셀의 최종 결론은 선물일 수도 있다”(421)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니 그 선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그렇게 결론을 내린다 할지라도, 마음 편하게 내린 결론은 아니다. 그가 불안과 함께 살아온 그 역정(歷程)을 살펴보노라면, 그가 겪은 간난고초가 떠오른다.

 

결혼식장 불안 습격사건

 

저자가 묘사한 결혼식 장면을 읽어보고, 저자의 형편이 어떠했는지를 상상해 본다면, 그가 어떠한 고생을 했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죽을 것 같이 몸이 아프다.

욕지기가 치솟고 몸이 떨린다.

땀이 줄줄 흐른다.

나는 세 가지 적과 싸운다. 떨리는 팔다리, 토하고 싶은 충동, 무의식. 머릿 속에는 이 생각뿐이다.(18-19)

 

이런 상태로 결혼식장에서 식을 겨우 마친 그 이유는 바로 불안 때문이다.

그의 결혼식은 어떤 장면으로 끝을 맺었을까?

 

<다행이도 예식이 끝난다.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나는 신부에게 매달려 통로를 따라 나온다.>(20)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식이 끝나고 교회당 밖으로 나오자, 그 증상이 가라앉았다는 사실. 그게 바로 불안의 증상이다.

 

그렇게 불안에 고통받고 있는 저자가 전방위적으로 불안에 대해, 살펴본 모든 것들을 이 책에 담아 놓았다.

 

불안이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그렇게 사람을 옥죄이는 불안, 그 불안이 없어진다면 어떨까?

그런 흥미로운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는데, 마침 보스톤 대학교의 대이비드 발로도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안이 없다면 아무 일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덧붙여 말한다.

<운동선수, 연예인, 기업인, 예술가, 학생들의 성취도가 낮아질 것이다. 창의성은 사라지고 아예 씨앗조차 뿌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대신 우리는 정신없이 바쁜 사회에서 늘 꿈꾸어오던 이상적인 상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빈들거리는 삶에 도달할 것이다.>(38)

 

어떤가? 그런 장면이 상상이 되는가?

아무런 걱정, 불안이 없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빈들거리는 삶!

그러나 그런 생활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그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끔찍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을 이렇게 맺는다.

“(불안이 없다는 것은) 인류에게 핵전쟁만큼이나 치명적인 일이다.”

 

불안을 적당히 즐겨라

 

그러니 불안은 있어도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이지만, 없어도 문제가 된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버드 대학교 로버트 M. 여키스와 존 딜링엄 도슨이 연구해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적당한 정도의 불안이 사람과 동물의 수행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이다. 물론 너무 불안이 크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불안이 너무 없어도 마찬가지로 성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37)

 

다윈은 말한다.

옳은 두려움을 갖는 종은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37)

 

또한 키르케고르가 말했다.

따라서 적당히 불안해 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가장 중요한 일을 배운 셈이다. (53, 80)

 

그러니 불안은 없어도, 있어도 괴로운 일이니까 적당히불안해 하면서 살아가자는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로 했을 것이다.

 

그러한 저자의 고백이 실상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형편과 하등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모습은 다름아니라,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불안을 좀 더 알고, 함께 살아가면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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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지름길이 없다 - 하버드대 성공학 명강의
스웨이 지음, 김정자 옯김 / 정민미디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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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정말 지름길이 없다.

 

첫 째, 우선 책의 성격을 확실하게 짚고 싶은데, ...

이 책이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하버드데 성공학 명강의라는 말이 맞는 것인지 우선 궁금하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이 책의 내용이 하버드 대학교에서 성공학이란 과목으로 강의한 것이라는 것인데, 이 책이 그러한 강의내용을 기록한 책인지?

이 책의 저자 스웨이의 약력을 살펴보니, 하버드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분이라는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베이징 대학을 졸업하고 글을 쓰는 일을 하며 10 여 년 동안 시간관리학, 하버드 대학 교육학 이론 등을 연구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하버드 대학교에서 강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그 내용 또한 성공학이란 과목으로 강의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둘 째, 책의 내용 중에 이 책이 하버드 대학교의 성공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

 

관련이 있는 부분을 꼽으라면, 두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과 윌리엄 제임스 교수의 말을 인용해 놓은 것이다.

 

우리는 현실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항상 바쁘게 움직이면서 외부 세계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지만, 정작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찾고 나만의 정원을 돌아볼 만한 여유는 없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글을 마무리 한 다음에 'lesson point'와 '하버드 심리학 수업'이라는 항목을 마련하여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이고 있다.

 

하나 예를 들어본다면, <고통은 서서히 삭이고 즐거움은 천천히 즐겨라>라는 항목에서, 본문의 끝에 하버드 심리학 수업이란 항목으로 다음의 글을 덧붙이고 있다,

 

<느리게 생각하기는 심리학의 기대효과와 유사하다.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한 기대가 태도나 행동에 미치는 효과를 기대효과라고 한다. 관리자는 이를 이용해 새로운 임무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심리를 유발하여 업무에 대한 흥미와 긍정적인 태도를 이끌어낸다.>(25)

 

그런데 이상한 일은 하버드 심리학 수업의 결론으로 직원 즉 조직에서 조직의 구성원인 직원 들의 업무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편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인데, 과연 그 말을 덧붙인 본문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의아해진다.

 

본문에는 결코 그러한 내용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문의 결론은 이렇다.

<결국 어떤 고통스러운 순간이나 행복한 순간도 시간과 함께 지나가기 마련이며, 억지로 애쓴다고 잡을 수 있는게 아니다. 풍경을 감상하듯이 고통은 서서히 삭이고, 즐거움은 천천히 즐길 수 있을 때 인생은 우리로 말미암아 영원해 질 수 있다.>(25)

 

생각해보라. 이러한 말로 결론을 맺은 글에 덧붙여 <느리게 생각하기는 심리학의 기대효과와 유사하다.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한 기대가 태도나 행동에 미치는 효과를 기대효과라고 한다. 관리자는 이를 이용해 새로운 임무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심리를 유발하여 업무에 대한 흥미와 긍정적인 태도를 이끌어낸다.> 라고 말한다면, 이야말로 사족이 아니겠는가? 사족도 제대로 달린 게 아니라, 몸통은 동쪽으로 가는데 다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사족!

 

이러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책의 내용 하나하나는 음미해 볼만하다.

내용을 음미하다 보면, 이 책이 하버드 어쩌고 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하버드란 말을 붙이지 않았으면 사람들 눈에 덜 띄었을 것은 확실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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