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문고는 어디에 : 문화방송 녹취록 사건을 파헤치며 - 왕초보의 대한민국 검찰문화 입문기
조정윤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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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안타까운 책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가 기록한 <우리의 신문고는 어디에>를 읽고 느낀 첫 소감이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어떻게 그렇게 일이 꼬이게 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가 요양병원을 개설하는데 돕는 과정에서 사무장병원이라고 오해를 받아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 사건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사건 병원의 행정원장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병원의 운영을 행정적인 측면에서 도와주고 있던 중, 해당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권모의 진정을 받은 검찰이 수사를 하게 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저자의 주장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결코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주장을 담은 책이다.

저자의 말을 사실이라 인정한다면, 저자는 실로 억울한 일을 겪고 있는 것이며, 그것을 대한민국 사법부에서는 풀수가 없기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면에서 안타까운 책이다.

 

사실관계, 오해인가 아닌가?

 

오비이락(359)이라는 말을 저자도 언급했지만, 정황상 그러한 점이 많이 보인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사무장병원이라고 오해받게 되는 사실들이 몇가지 존재한다.

(참고로, ‘사무장 병원이라 함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의사를 고용하여 명의를 병원장으로 한 다음에, 실질적인 운영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하는 병원을 말한다. )

 

사건의 발단은 9층 건물의 임대 상담을 저자가 도와주기 위하여 이 일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독자인 내가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그 건물을 임대해주려는 그 일에 왜 저자가 개입하게 되었는지였다. 그 건물과 어떤 관련이 있기에 그 당시 쉬고 있었다는 저자가 그 일에 개입을 하게 되었을까?

 

그 궁금증은 나중에 풀린다. 그 건물이 바로 저자의 남편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소유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가 건물을 임대하는 일에 개입하게 된 것이다.

 

그런 연유로 저자는 건물 임대에 관여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병원을 유치하게 되었는데, 병원 개설의 초기에 저자가 여러 가지로 관여하고 심지어 자금까지 지원함으로서 그런 오해를 사게 된 것이다.

 

진정인은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저자가 병원 개설에 필요한 여러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것을 보았기에, 사무장 병원으로 오해하게 된 것이다.

 

법적 사항들 설명을 더 했더라면?

 

진정을 취하하려면 왜 진정취하금을 주어야 하는지(22,102)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병원 적자 때문에 세무서에서 왜 환급금을 주는지(19)에 대하여 설명이 없다.

사건병원이 패소하면 받게 될 거액의 환수금을 나누어 주지 않으려고(23,102)라는 대목은 과연 무슨 의미인지, 독자들은 궁금할 뿐이다.

 

사건의 개요를 기록하면서 그러한 점들을 설명해 주었더라면 이 책을 읽는데에 조금 편하지 않았을까? 

 

글을 차분하게 썼더라면?

 

물론 이 책이 공개 진정서와 재심 청원서등 실제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을 중심으로 엮은 책인 것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같은 내용이 몇 번 씩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런 경우 책의 앞부분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다음에책 뒷부분에는 참고 자료들을 모아서  참고사항이나 부록으로 편집해 놓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나 검찰수사에 대한 공개 진정서중 사실관계항목은 그 뒤에 이어 나오는 재심청원서의 사실관계와 사실상 기본은 동일한 것인데, 다시 실어 놓아서 그 점유량이 너무 많다. 독자들은 읽어가다가 같은 내용이 등장하니, 답답할 것이다.

 

이 책이 단순히 소송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 발간한 것이라면 모르되, 저자의 억울함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면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다가서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을 한 번 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장을 한번쯤 가다듬었더라면?

 

<사건병원은 개설된지 불과 수개월 경과된 초기였기에 자금면에서 과도기적 불안정을 심히 겪고 있었던 중이었는데 그러나 만일 검찰 수사가 병원개설하고 적어도 1년 정도 경과한 후에 재개됐다면 그 기간 안에 건물주 회사는 임대료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임차인 병원장으로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사건병원은 곧 자금 수급에 안정을 되찾고 병원장이 책임지고 안정적으로 운영을 도맡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17)

 

말인즉 읽고 읽으면 이해는 되는데, 문장이 너무 비문이라서 읽어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런 문장을 예로 들자면 한이 없다. 그만큼 저자가 흥분하고 있다는 것인지?

 

책 표지의 홍보 문구가 이상하다

 

책 표지의 홍보문구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왕초보의 대한민국 검찰문화 입문기

문화방송 녹취록 사건을 파헤치며

 

그런 식의 문구가 과연 이 책을 얼마나 알리는데 주효했는지 모르겠으나

실상 그 문구는 이 책의 내용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다.

 

문화방송 녹취록 사건을 파헤치며라는 말은 마치 문화방송(mbc)에서 어떤 사건을 보도하면서 그 녹취록을 작성했다는 것이고, 저자가 그 실상을 파헤치는 책처럼 보이는데, 이 책의 주요골자는 그것이 아니다. 문화방송에서 방송한 녹취록은 그저 이 사건의 한 부분일뿐이다. 이 책은 그 녹취록 사건을 파헤치는 사건이 아니라, 저자가 진정당한 사건을 검찰에서 수사받는 과정에서 문화방송에서 방영한 그 내용이 들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왕초보의 대한민국 검찰문화 입문기가 아니라, 무고한 시민이 검찰 수사받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고초를 기록한 것이다. 그 점을 오히려 강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아마 출판사에서 그런 문구로 홍보효과를 노렸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안을 읽어보면 책의 내용과 표지 문구가 다름에 독자들은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이 책, 그래서 여러 모로 안타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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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이익을 얻게 하라 : 관자처럼 (양장) - 나와 조직을 부강하게 만드는 주인경영법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1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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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에게 한걸음 더 쉽게 다가가기

 

 

신동준의 <관자>

 

신동준 선생의 <관자>를 읽었다. 사상최초의 정치 경제학서라 일컬어지는 <관자>를 신동준 선생이 국내 최초로 완역한 책이다.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20151월에 출간한 책이다. 물론 관자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완역이 아니고 부분만 번역한 채로 <관자>라는 이름을 달고 출판되었다.

 

(이 부분 짚고 넘어간다면, 국내에 번역된 책 중 그런 책들이 상당수 있다. 책 전체를 번역하지 않고, 일부만 번역하여 실어 놓았지만, 제목은 마치 전체를 번역한듯한 인상을 풍기는 책들 말이다. 그래서 일단 제목에 이끌려 사 읽고 난 다음, 그 책의 허망함을 읽고는 망연자실했던 경험, 독자들은 한 두번 겪어 봤을 줄 안다.)

 

그런 면에서 신동준 선생의 <관자>는 특기할 만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20세기 말까지 관학을 제대로 연구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인 신동준이 1998년 박사학위로 제출한 논문이 사실상 최초의 본격적인 관학 연구에 해당한다. 지난 2006년 관자의 한글 완역본이 최초로 출간되었으나 여러 사람이 공역한 탓에 적잖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신동준, <관자>, 209)

 

그런 면에서 신동준의 <관자>는 가치가 있다. 저자인 신동준 박사는 그동안 관중이란 인물을 발굴, 그의 존재가치를 면밀히 분석하여 학계에 알려오고 있었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사마천의 부자경제학 : 사기 화식열전>이란 책이다. 그 책은 부를 향해 줄달음질치는 인간의 본성을 꿴 사마천의 상가 이론에 초점을 맞춰 상가가 출현한 배경과 전개 과정 등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그런 점에서 관중과 자공, 사마천으로 이어지는 상가의 흐름을 21세기의 관점에서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최초의 해설서에 해당한다.’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거기에 바로 관중의 위치가 드러나고 있다.

 

신동준의 <상대가 이익을 얻게 하라, 관자처럼>

 

이 책의 가치를 먼저 제 1편에서 찾아보자.

 

1편은 <실현가능한 이상을 현실에서 추구하라>이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중의 생각을 <관자> 1편 제 1<목민>에서 가져온다. 목민의 다섯 번째에 수록된 내용이다.

 

가정의 법도로 향리를 다스리고자 하면 향리가 다스려지지 않고

향리의 법도로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면 나라가 다스려지지 않고

나라의 법도로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면 천하가 다스려지지 않는다.

가정은 가정의 법도로 다스리고, 향리는 향리의 법도로 다스리고

나라는 나라의 법도로 다스리고, 천하는 천하의 법도로 다스려야 한다. (24)

 

이 부분 신동준의 책 <관자>에서는 해석에 치중하다 보니, 그것을 가지고 다른 말을 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르다. 이 본문이 의미하는 바는 이미 다뤘으니 재론하지 않고그 말이 동양 사상사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가, 또한 그래서 현재에 어떻게 적용이 될 수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더 깊은 뜻을 논하고 있다.

 

이런 식이다.

<대학>에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 하였는데, 동양 사상사를 살펴보면, 이 말을 많은 사상가들이 나름대로 해석, 적용하여 왔었다.

예를 들면, 수신제가(修身齊家)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관계를, 맹자는 수신제가만 잘하면 치국평천하는 저절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그 반면에 한비자를 비롯한 법가는 치국평천하가 이루어지면 수신제가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관자에서 가정은 가정의 법도로 다스리고, 향리는 향리의 법도로 다스리고 나라는 나라의 법도로 다스리고, 천하는 천하의 법도로 다스려야 한다고 한 것은 그들의 생각과는 다른 주장이다.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을 주장했는데, 이는 공자와 순자의 생각과 비슷하다.

 

순자는 맹자의 주장이 수신제가를 극히 중시하여 치국평천하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비난하였다. 공자는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의 이념을 하나로 통일시켜 소위 내성외왕(內聖外王)과 수시치인(修己治人)의 치평학(治平學)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관자에서는 이론을 위한 이론주장이 아니라, 그 이론을 현실에서 실현가능하도록 현실추구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자의 그런 생각들을 이 책에서 풀어내어, 관자가 지향하는 정치경제학가난하고 비천한 자들이 부유하고 존귀한 자를 증오하지 않고, 부유하고 존귀한 자들도 가난하고 비천한 자들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상대가 이익을 얻게 하는 것임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저자는 그런 관자의 생각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무위로 다스리는 경영법

덕으로 다스리는 경영법

법치로 다스리는 경영법

무력으로 다스리는 경영법

이익으로 다스리는 경영법

 

이 책의 가치

 

이 책은 <관자>의 응용편이라 해도 될 것이다. 아니 응용편이 아니라, <관자>에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한층 더 관중의 생각을 깊게 전해주고 있다. 그러니 이 책에서도 관중의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관자를 그저 평범한 고전으로 여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독자들이 더욱더 관자를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 책을 펴냈다. 그래서 관자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내용들이 이 각박한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며, 현실을 바꿔 나갈 수 있는지를 고심하며 쓴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저자의 고뇌의 흔적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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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 - 아들러 심리학의 행복 에너지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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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치매에 걸렸어요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그야말로 의미심장하다. 뜻이 매우 깊다.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

 

아버지를 위하여, 내가 상처를 받을 각오를 하라는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간호한다. 그렇게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받게 되는 상처를 아버지를 위하여 감수하라는 것이다.

 

그러니 책 제목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나 자신이 상처받는 것은 아버지를 위한 것이다.

2. 아버지를 위하여 나 자신이 상처받는 것쯤 두려워하지 말라.

 

이 책의 전제 -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어요

 

치매 걸린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부모와 아들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책이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러는 과정에서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성찰해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그런 생각 - 용기 - 을 추출해 낸다,

 

간호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

그리고 치매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렇게 간호하는 과정에서 상처받지 않은 용기를 가진다는 것

 

따라서 이 책을 두 가지 트랙으로 읽어도 될 것이다.

하나는 치매 걸린 가족을 간호하는데 필요한 지식

또 하나는 그러는 가운데 (환자인) 아버지와 벌어지는 갈등을 심리학을 이용하여 다스리기.

 

그래서 치매 걸린 가족을 간호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얻으려 한다면, 이 책의 1, 2장과 45장을 읽으면 될 것이고, 환자와의 갈등을 해소하려 한다면 제 3장을 읽으면 될 것이다.

 

상처받을 용기

 

저자는 많은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부모를 간호한다는 것을 마치 부모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마라는 것이다. 자녀가 부모를 간호하는 것이 마치 부모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할지라고, 실상은 부모가 자녀에게 준 것들은 도저히 다 갚지 못한다는 것. 그러니 은혜를 갚는다는 차원에서 부모를 간호한다는 것은 그 방향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충고 하나는, 바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우리 사회가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곁을 지켜주는 바가 갖는 힘을 평가하는 것을 잊고 있다면서, 환자인 아버지 곁에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것도 그 자체로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120) 또한 이와 연결하여, 저자는 가만히 있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145)라며 가만히 있는 것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또하나, 부모를 열심히 간호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 따라서 그 다 하지 못하는 점을 자책하지 말라는 것.

 

괴로워하지 말라, 상처받지 말라

 

그런 자세로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자기 스스로 상처를 입고 그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라는 것, 그러니 상처받지 않을 용기를 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 <상처받을 용기>는 역설적인 말이다. 그런 상처받을 만한 상황에 처한다 할지라도 그런 일로 인해서 상처받지 말라는 말이다,

 

그런 일에 상처받지 말고, 꿋꿋하게 아버지를 대면하면서, 간호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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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즈니스의 모든 것 - 소설로 읽는 중국 비즈니스 매뉴얼
김민혁 지음 / 청동거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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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즈니스, 열 여섯 개의 갈림길에 서다.

 

이 책 제목 <중국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다. 맞다, 이 책 안에는 중국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다가 아니다. 그냥 정보를 나열한 모든 것이 아닌 것이다. 거기에는 중국에서 우리 기업이 어떻게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지, 그것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가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열 여섯 개의 갈림길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진술되는 과정이 참으로 흥미롭다.

중국에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조은 식품이라는 가상의 기업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하여 그저 한 가지 경우로만 진행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문제마다 <선택의 갈림길>이란 항목을 따로 두어,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해 나가는 식으로 하나 하나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선택의 갈림길>에서는 다음과 같은 선택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회사 대표가 등장한다.

 

<첫 번째 갈림길에 김종원 대표가 섰습니다.

만약 당신이 김종원 대표라면 누구에게 중국 사업을 맡기겠습니까?

중국어를 전공하고 재무에 밝은 박재석 차장을 보내겠습니까?

아니면, 오랜 영업 경험의 정혜원 차장을 보내시겠습니까?

아니면, 열정과 패기의 젊은 조주혁 대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24)

 

이런 선택지를 제시하고는 그 경우의 수를 모두 상정하고 검토한다.

그래서 결국은 세 번째의 경우인 조주혁 대리를 선택하고, 중국에 보낸다.

 

이런 식으로 중국에서 한국 기업이 마주치는 모든 문제점을 하나 하나 뽑아내고, 분석하며 그 결과를 보며준다.

 

서술이 소설 형식이라, 재미있다.

 

그런데 이 책의 또다른 특이한 점은 서술이 소설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조은 기업'의 젊은 직원 조주혁 대라가 중국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느냐 하는 기업 소설의 형식을 갖춰, 읽는데 무척 훙미를 자아내게 한다.

그러니 이 책은 소설로서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다 들어있다,

 

다른 경쟁자들보다 부족한 스펙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그러한 열세를 극복하고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니 처음 등장하는 주인공은 무언가 불안한 상황, 그러니 독자들은 자연적으로 그 주인공이 그런 열세를 딛고 승리해주기를 응원하게 되고, 그 뒤를 추적하는 독자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무려 열 다섯개의 시험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그가 마주하는 문제들을 풀기 위해 또 다른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때, 좋지 않은 결말을 가져다 주는 선택지가 등장하면, ‘제발, 주인공은 이 선택지를 뽑지 않기를바라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조주혁 대리(중국에서는 팀장으로 일한다) 는 그런 독자들의 바람을 잘 아는지, 모든 경우의 선택을 슬기롭게 잘 이끌어가며 드디어 원하던 목표치 300억 고지를 달성한다.

 

중국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란?

 

그렇게 조주혁 팀장이 넘어가야 할 선택의 갈림길이 모두 열여섯 개다.

그러한 고개들을 넘어가면서 조팀장은 중국이라 거대한 나라에서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런 고개들을 넘어가다 보면 저자가 제시한 중국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극복하게 되는 데, 어떤 것들인가?

 

중국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중국과 한국의 소비자는 다르다.

중국인에게 다가가기

문화는 겪으면서 배운다.

중국 소비자는 왕이다.

길을 모를 때에는 중국인에게 물어라

중국인 직원도 회사의 주인이다.

편견을 버려라.

 

이러한 사항들을 차분하게 배우면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추가되는 정보 ; 사례연구

 

이책이 그렇게 소설 형식으로 조팀장이 좌충우돌하면서 결국 승리를 쟁취하는 이야기로만 끝이 난다면, 과연 그 내용들이 실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을까?

 

여기에서 저자는 그 정보의 공신력을 뒷받침하는 방편을 하나 집어 넣는다.

바로 <사례 연구>라는 항목이다.

 

예컨대, 6<중국인에게 다가가기>라는 항목에서는 4개의 사례연구를 제시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혜택의 점진적 폐지” (138)

중국 여자들은 남자에게 의존적인가?”(163)

한국 기업과의 거래만 제시하는 한국 기업”(169)

중국 사람에게 계약은?”(173)

 

그러한 실질적인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서 이 책이 제시하는 내용들이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하나의 재미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하고 있으니, 바로 조팀장과 중국인 직원 메이와의 사랑이다.

 

조팀장은 중국인 여인 천링을 처음 만나 호감을 가졌고, 드디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 사랑은 곧 이별로 결말이 난다. 그런 아픔을 겪고 있는 주인공에게 독자들은 어느새 측은함을 느끼게 되고, 그 주변에 있는 여인, 메이에게 왜 관심이 없는지, 의아해 한다. 이왕이면 성격좋고 능력있는 메이와 러브라인이 만들어지기를 - 실상 저자의 저의가 곳곳에 보이기는 한다- 고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고대는 몇 번의 굴절을 겪은 다음에 이루어진다.

전근을 보내버리고, 잊으려 했는데, 그게 안되니 결국은 비행기를 타고 찾아간 조팀장에게

메이는 다음과 같은 말로 화답한다.

- - - -.”

 

그렇게 이 책은 끝이 난다. 그러니, ‘중국 비즈니스에 관한 모든 것을 이런 식으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가득 담아 보여주는 책, 독자들은 기-다-렸-던 것,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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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과 대화하다 사계절 1318 교양문고
문숙희 외 지음 / 사계절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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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너무 허투루 읽었었다

 

새삼스럽게 새로 소설 읽기를 배우다

 

나의 학창시설, 소설, 아니 문학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으나, 혼자 스스로 책을 읽는 선에서 그쳤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수시로 느끼곤 했었다. 아무래도 내가 소설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곤 했는데, 이 책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나누는 대화 중 내가 소설을 허술하게 읽었나봐”(384)라는 말은 그래서 나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았다.

 

분명 저자가 의도하는 바가 있을 것인데, 소설을 허술하게 읽고, 나 혼자만 무언가 다르게 생각하고도, 소설을 잘 읽고 있다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그러한 생각으로 문학을 어떻게 한번 새로 공부해 보겠다는 마음 그치지 않았었는데, 마침 손에 들어온 책이 <청소년, 소설과 대화하다>였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에는 모두 총 9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그리고 한편의 소설이 끝날 때마다, 그 뒤에 <소설 읽고 대화하기>라는 장을 마련하여, 그 글을 읽은 다음에 학생들과 선생님이 나누는 대화에서 그 소설에서 짚어봐야 하는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 대화를 읽으면서, ‘아이들의 대화에서는 요즈음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읽었고, ‘선생님의 말씀에서는 내가 그 앞에서 문학 강의를 듣는다 생각하며 읽었다. 알고 있었던 개념은 더 확실하게,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면 받아쓰기 하면서 듣는다 생각하며 집중하며 읽었다.

 

이 책에서 건져 올린 것들

 

살아있는 표현들

 

기쁘다, 슬프다, 하는 감정들을 나타낼 때에, 어떻게 하면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그런 표현을 자주 접했다.

 

<엄마가 수술대위에 누워있는 광경을 떠올리면 심장이 호두처럼 쪼글쪼글해지는 것 같았다.>

<심장으로 따뜻한 피가 스며들어 오는 느낌.>

 

유하순의 <불량한 주스 가게>에서 건져 올린 표현들이다.

그저 기분이 따뜻해 졌다, 라는 말 대신에 심장으로 따뜻한 피가 스며들어 오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것, 얼마나 신선한가?

 

열린 결말

 

유하순의 <불량한 주스 가게>의 결말을 두고 토론이 벌어지는데, 그 결말이 딱 부러지게 되지 않고, 그저 중도에서 그친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열린 결말이라는 개념으로 정리가 된다.

 

<‘열린 결말이어서 작위적이지 않고 더 흥미로운 것 아닐까요?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는 것은 이야기로서 살아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요.>(41)

 

문학작품이 주는 힘

 

그런 문학 작품들이 주는 힘은 무엇일까? 문학은 읽는 사람에게 어떤 힘을 주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바로 '상상하는 힘'을 주는 것이라 말한다.(97)

 

<(이 소설을 읽으며)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우정을 가꾸어 나갈지, 자기 꿈을 실현할지, 답이 없어 보이는 가족 문제는 어떻게 될지 등 앞날을 상상해 보게 되더라고.>

 

김유정의 소설 제목은 왜 봄봄일까? 177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왜 그 소설 제목은 을 두 번 썼을까? 그냥 이 아니고?

 

그런 나의 궁금증을 다소 풀어주는 대화가 여기에서 진행된다.

<봄만 되면 주인공은 장인에게 점순이와 성례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번번이 거절당해. 그러니까 작년에도 거절당하고 올해도 거절당하고, 그런 봄이 계속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해.>(177)

 

제목을 그렇게 한 김유정의 속내는 모르겠으나, 이 말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인칭 관찰자 시점

 

서술자의 시점에 관하여는 3인칭과 일인칭 두개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새로 알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일인칭 시점에서도 나뉜다는 것. 바로 일인칭 주인공 시점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나뉜다.

 

이 책에서 그것은 두 번 언급이 되는데, 첫 번째는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다.

그 소설의 화자는 어린 영희이다. 그러니 일인칭 시점으로 소설은 진행이 된다. , 그저 그렇게 일인칭 시점이면 분석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과 일인칭 관찰자 시점'을 대비하는 발언은 현진건의 <고향>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등장한다.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렇지만 관찰자 시점을 잘 활용한 것 같아. 한 개인의 일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황폐해진 고향이라는 점에서 조선 사람 모두의 고향이라고 여기게 되잖아. ‘를 지켜보던 또한 고향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함께 침통해하고.> (324)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는 그러니까 소설에서 전해지고 있는 사건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를 관찰하고 그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관찰자 시점으로 소설을 이끌어 가는 이점이 무엇인지 학생들의 대화를 좀 더 읽어보자.

 

<작가가 노동자의 삶을 상상하면서 어설프게 묘사하는 것보다 식민지 시대 지식인이 노동자나 농민 계층의 삶을 알게되고 같은 조선 사람으로서 동질감을 느끼는 식으로 그리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해.>(325)

 

결국 현진건이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 소설을 이끌어 가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이다.

 

사족 하나.

 

소설가 전상국이 웃음소리를 ㅎ ㅎ'로만 표현한 적이 있다. (227)

 

요즈음 문자를 보낼 때 흔히 쓰는 ㅋㅋ’, ‘ㅎㅎ의 원조가 바로 그일 줄이야!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

 

그렇게 소설 한 편을 읽고, 그 소설을 허투루 읽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한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발견하고, 그래서 다시한번 문학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바로 타자에 대한 공감’(309) 이라는 것도.

 

다른 책을 더 읽게 하는 힘까지

 

그래서 지금껏 허투루 읽던 소설들을 이제 조금 다른 모습으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조차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침,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에 대한 <소설 읽고 대화하기>에서 작가 박형서를 알게 되었다. 그가 이 소설을 패러디한 소설을 썼다는 것.(229)

그래서 찾아보니, 그의 소설집 <자정의 픽션>에 이런 제목의 작품이 있었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 - '달걀'을 중심으로>

 

그래서, 읽었다. 새로운 의미의 소설. 이 책 읽고 조금은 나아진 독해력 덕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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