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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노인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평점 :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책 제목은 이렇다.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앞 부분의 ‘최소한의 교양’, 그런 교양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뒷말이 걸렸다.
내가 ‘과학과 미술’에 걸쳐서 교양이 있을까? 그것도 최소한의 교양이?
그런 자문자답 끝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내겐 과학과 미술에 대한 최소한의 교양이 없을 듯해서. 그런 나의 생각은 맞았다.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예로 들은 <열역학 제2 법칙, 즉 엔트로피 법칙을 설명할 수 있을까?>에 걸린 것이다. 설명 불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니 이 책 읽을 수밖에.
이말 먼저 적어둔다.
과학을 알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저자의 확신에 찬 답은 이거다.
과학을 앎으로써 지식이 배양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적 사고 체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과학을 알면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이 생겨, 사물과 이치를 과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삶의 기본이 되고 기준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바랄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런 앎을 이 책에서 배운다.
콜럼버스의 관은 왜 공중에 떠있을까? (67쪽 이하)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세비야 대성당에 콜럼버스의 유해가 있다.
그런데 그 유해가 있는 관은 바닥에 묻혀있는 게 아니라 공중에 떠있다.
거기에는 아주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처음에는 호의적이던 스페인 왕실이 콜럼버스가 새 항해에서 큰 이익을 내지 못하게 되자, 외면하고 냉대하기 시작하고, 결국 그는 냉대속에서 55세의 나이로 쓸쓸히 생을 마친다.
그 때 그의 유언이, 죽어서도 스페인 땅은 절대 밟지 않겠다, 였다.
그래서 그의 유해는 도미니카로 쿠바로 떠돌다가 스페인으로 오긴 왔는데, 땅을 밟을 수 없으니 별 수 없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관을 떠매고 있는 네 사람은 당시 스페인을 구성하던 네 개의 나라 국왕들이다.
세비야 대성당에 가는 독자가 있다면 그런 콜럼버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루마니아 출신의 화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작품 <공간 속의 새> (145쪽)
이 작품을 전에 본 적은 있는데 이 책으로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새기게 된다.
이 작품을 사서 미국으로 가져가려던 미국의 사진작가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세관에서 미술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세를 물게 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 자세한 내용이 145 ~ 146쪽에 소개되고 있는데, 기억해둘 것은 이것이다.
이 작품은 제목처럼 새의 형태에 치우치지 말고 작품을 둘러싼 공간까지 포함하여 감상해야 한다.
제멜바이스의 불운 (179쪽)
오스트리아 빈의 종합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던 이그나츠 제멜바이스의 이야기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원인모를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한 결과 그 이유를 찾아냈다. 바로 소독의 문제다. 소독하지 않은 손으로 산모를 만진 결과 산모들이 병균에 감염되어 죽어간 것이다,
그가 병동의 의사들에게 염화 칼륨액으로 손을 씻도록 지시하자. 산모들의 사망률이 놀랍도록 줄어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로 이런 주장이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매우 위험한 주장으로 간주되어, 그는 결국 병원에서 해고되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놀라운 경험 (266쪽 이하)
첫째, 모네의 그림 <건초더미>를 본 것,
여기에서는 마술 같은 색채의 미학에 빠져들었고
둘째,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본 것.
여기에서는 소리와 함께 색들이 떠오르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쉔베르크의 무조 음악을 듣고 감명받았는데, <인상 3(콘서트)>를 그려 선물했다.
그는 깨닫는다.
아름다움은 점, 선, 면, 색채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을 공부하면서 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철학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생각이 왜 철학자들이 그런 것을 철학으로 삼았을까 였는데, 이 책에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
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화두는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오늘날 입자물리학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이 단순한 응용 기술이 아니라 자연관이라는 것.
그런 연구가 계속 되어온 결과 이 세상은 믿음의 수준에서 증거의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바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노력과 그것을 이어온 과학자들의 덕분인 것이다.
읽고 나니, 미술과 과학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물론 그것은 저자의 설명 솜씨가 대단해서 그렇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과학이. 미술이 조금은 쉬워진 느낌이 든다.
이 책, 정말 신기하게도 그림과 과학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미술에서 이야기를 꺼내 과학에 이르게 하는 저자의 글 솜씨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