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바로 써먹는 쓸모 있는 한국사
미리내공방 엮음 / 정민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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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바로 써먹는 쓸모 있는 한국사

 

실제 학창 시절에야 역사책이 한 두권은 있었다.

교과서와 그리고 교과서를 보충할 수 있는 참고서, 이런 식으로 역사는 늘 곁에 있었다.

물론 그것이 수험용이었으니 그 기능은 다르겠지만, 하여튼 역사는 가깝게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학창 시절이 지나고 난 후 역사는 어디에 있었을까?

아마 신문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우리와 연결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간접적인 역사 기술 말고, 역사에 대한 목마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학창 시절에 갖고 있던 역사책을 다시 보면 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역사는 항상 현재 시점에서 다시 쓰여지는 것이기에 새로운 역사 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인데, 이 책의 특징을 몇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대한제국은 어떤 나라인가?

 

만약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잠시 망설여질 것이다.

대한제국이라......

그러나 이 책의 설명을 빌리자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대한제국은 조선 말기 제 26대 고종 34년인 18971012일부터 1910829일까지 존속한 나라이다. 대한민국의 시작을 알리는 근대 국가로 출발한 대한제국은 그 국호에서 이미 자주성과 독립성을 한층 강하게 천명하였다. (18)

 

우리가 우리 역사를 배우면서, 가끔씩은 헷갈리던 역사의 대목을 이 책에서는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이 대한제국을 그렇게만 짧게 서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8쪽에 이어서 계속해서 대한제국의 의미 및 현재에 이르는 의의까지 서술하고 있음은 물론 본문에 들어서면 251쪽에서부터 274쪽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설명이 뒤따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우리 역사에서 왕조별로 확실하게 그 과정의 역사를 간단하면서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점인데. 특히 대한제국을 조선과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그래서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리나라 역사는 이렇게 구분이 된다.

 

고조선 | 삼국 | 통일신라 | 고려 | 조선 | 대한제국 | 일제 강점기 | 대한민국 탄생

 

조선에서 일제 강점기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으로, 일제 강점기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역사적 사실도 의미가 있어보인다.

 

대한민국이란 국호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19193.1 독립운동 직후에 만든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정한 것이다. (356)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 책에 등장하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356쪽)

 

중국 상하이에서 소집된 임시 의정원에서 신석우가 먼저 대한을 제시하였다.

그러자 여운형이 대한은 조선왕조 말기에 잠깐 쓰다 망한 이름이니 부활할 필요가 없다, 며 반대하였다. 이에 신석우가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며 대한제국의 제국을 공화국을 뜻하는 민국으로 바꾸어 대한민국을 국호로 제시하였다

 

이런 연유로 현재의 우리나라 국호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또다른 특징은 각 시대를 잘 요약해 놓았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사 부분이 그렇다.

 

마지막 장인 <역대정부>를 살펴보자.

1 공화국에서 문재인정부까지 다루고 있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이 부분은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각 정부에 대한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로 또한 학자마다 서있는 지평이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 다루기 어렵다,

그래서 최소한의 공통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그 지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데, 그마저도 쉽지 않으니, 보통의 독자로서는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현대사 부분이 반가운 것이다.

 

<역대 정부> (365쪽에서 380쪽까지)

 

1 공화국 : 이승만 정부

2 공화국 : 장면 내각 정부

3 공화국 : 5.16 군사 정부

4 공화국 : 박정희 유신 정부

최규하 정부 : 신군부 과도 정부

5 공화국 : 전두환 정부

6 공화국 (1) : 노태우 정부

 (2) : 김영삼 문민정부

 (3) : 김대중 국민의 정부

 (4) : 노무현 참여 정부

 (5) : 이명박 정부

 (6) : 박근혜 정부

 (7) : 문재인 정부

 

그렇게 구분하여, 각 정부에 관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더 필요한 시기인 현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가늠이 잘 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새롭게 쓰여진 역사책, 거기에 설명도 자세하지만 무엇보다도 조금은 간단한... , 이런 모순을 어찌 충족할 수 있을까?

그런 책이 있을까? 찾아보면 있다. 해서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새롭다, 간단하다. 그러면서도 상세하다.

우리가 옆에 두고, 우리 역사를 알고 싶을 때 펼쳐 참고해볼 수 있는 그런 교과서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쓸모 있는 한국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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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훔친 남자
양지윤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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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훔친 남자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나무를 훔친 남자>를 비롯해 모두 8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있다.

 

<나무를 훔친 남자>

<알리바바 제과점>

<우리 시대의 아트>

<롤라>

<박수 치는 남자>

<수조 속에 든 여자>

<진실의 끄트머리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

<인류의 업적>

 

단편 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니까, 순서에 관계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집에서 의미있는 순으로 고르라면, 제목에 남자’, ‘여자라는 단어가 들어간 작품들이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의미가 있지만, 이 세 편은 특히 그렇다.

 

<나무를 훔친 남자>, <박수 치는 남자>, <수조 속에 든 여자>

 

<나무를 훔친 남자>,

 

회사에 몇 그루 쯤은 항상 있는 나무,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보니 그런 나무에 누가 신경을 쓰던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 의문에 저자는 이 소설로 답을 해주고 있다.

나무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회사에서 그런 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결국은 그 나무들을 자기 집으로 옮겨간 남자의 이야기. 그러나 현실에서 그는 나무를 훔친 사람이다.


거봐 가짜잖아

정말 모르고 그랬을까요?

모를 리 있어? 딱 봐도 가짜인데.

미친 놈이네. (33)

 

<박수 치는 남자>

 

시도때도 없이 박수를 치는 남자, 이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없다.

그런데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는 그런 상상을 하면서, 소설을 끌어나간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슬플 때도 박수를 쳤다.

한 마디로 그것은 병이었다. 왜 미처 몰랐을까. 그녀는 어이 없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잘 살아. (151)


그런 박수, 이렇게 쓰이기도 한다. 

 

박수 치는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러한 생활에 만족했다. 만일 그러지 않았다면 진즉에 환승 통로를 떠나버렸을 것이다. (166)

 

남자가 박수를 쳤을 때 그는 슬픈 기쁨을 느꼈다. 그 소리는 자신의 연주가 아니라 끈질긴 삶의 선율에 보내는 박수처럼 느껴졌다. (167)

 

<수조 속에 든 여자>

 

이 소설집에서 이 작품이 단연 백미. 압권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저절로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박수 치게 만드는 소설, 꼭 읽어보기를. 박수 치는 독자가 되기를 .....

 

그녀는 수조에 갇힌 게 아니었다. 제 발로 들어간 것이다. 그녀의 들뜬 표정이 말해주었다. (173)‘’

 

좋아 들어갈게

사흘 째 되던 날 그가 말했다.

오늘 밤 자정에 여기로 와. (178)

 

거길 밟고 올라가면 돼

수조가 약간 흔들렸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그가 냅킨처럼 허리를 접었다.

나머지 다리도 안으로 집어넣었다. (179)

 

그 순간 이 소설의 제목은 바뀐다. <수조 속의 여자>에서 <수조 속의 남자>.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해서 남자와 여자 이야기인 것이다.


어떤 남자, 여자인가?

작품 속 주인공들은 모두다 어딘가 이상하고 괴짜 같은 사람들이다.

이런 시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은 소설 속에서만 주인공일까?

 

실제 현실에서는?

여기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이 현실세계에서도 주인공이다.

너나 나나, 저 사람이나 이 사람이나 모두다 어딘가 하나쯤은 모자라고, 비어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그런 우리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수조를 사이에 두고 남자와 여자가 나누는 대화다.

 

사람은 어디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얼 보느냐가 중요해. 이 유리 좀 봐,

나는 세상에, 너는 수조에 있지. 중요한 건 우라 두 사람은 서로를 본다는 거야. (184)

 

다시. 이 책은?

 

우리는 이 책을 읽는다. 책 속에서 이상한, 괴짜 같은 사람들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는다.

그런데 잠깐, 관점을 바꿔본다면?

 

나는 세상에, 너는 수조에 있지. 중요한 건 우라 두 사람은 서로를 본다는 거야.”


나는 책 밖에, 너는 책 속에 있지. 중요한 건 책 속에 있는 사람이나 책 밖에 있는 사람이나 두 사람은 서로를 본다는 거야.”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본다, 나를 보았다.

수조 안의 남자가 바로 우리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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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드리 노니다가 - 라종일의 탐미야담, 1983년 어느 가을밤, 젊은 정치학자 마음에 깃든 옛이야기
라종일 지음, 김철 옮김 / 헤르츠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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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드리 노니다가

 

이 책은 향가와 설화 등 고전시가를 바탕으로, 저자의 새로운 눈길을 더하여 새롭게 쓰여진 글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헌화가’, ‘구지가’, ‘처용가’,‘여우 설화’, ‘유리 설화’, ‘동명왕 설화’, ‘지귀 설화등이다.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헌화가와 구지가

 

헌화가를 서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니, 그 노래들이 새롭게 보인다.

그리고 그 용이 나중에는 거북이로 변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우리도 용 때문에 죽고 사는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용과 맞서 싸웠다. 단지 서양과는 달리 우리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 아주 평화로우면서도 굳센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집단으로, 세속의 부귀 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위해 싸웠다. 한 아름다운 여인을 위해서 싸운 것이다..

 

서양 이야기에서는 흔히 용과 싸워 이기면 공주와 결혼하고 한 나라를 이어받지만, 우리 노래는 그렇지 않다.

 

그렇게 해서 헌화가가 불려지고, 그 다음에는 구지가가 흘러나온다,

용은 이제 용이 아니라 미천한 거북이가 되었고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당하는 형편이 되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처용가

 

저자는 처용의 상황을 먼저 이렇게 진단한다.

 

분명하게도 처용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또다른 감정인 질투와 의심으로, 결국은 그런 갈등으로 완전히 탈진했을 것이다.

 

그럴 때 그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어떤 서양 놀이판에 등장하는 못난 무사처럼 그 아내의 목을 맨손으로 졸라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56)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처용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처용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바로 인간사를 짓누르고 있는 비참한 거짓과 무지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58)

 

그런 깨달음이 후세에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것을 저자는 아쉬워한다.

처용의 노래가 대중의 세속적인 소원과 맞물려 일개 신화로 타락한 점을 안타까워한다.

 

새롭게 알게 된다.

 

여우 설화, 동물의 마성에 관한 순수한 슬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여우 이야기, 그 이야기를 저자처럼 새롭게 해석한 것은 처음이다.

처음 듣는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곰의 경우처럼 사람이 되고 싶은 동물들의 이야기는 많이 전해져 오는데, 저자는 그 중 여우를 예로 들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여우 이야기에서 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들의 정곡을 찌르는 말로 끝난다.

 

이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겉으로는 완벽하게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얼마나 많은 우리가 실은 여우거나, 늑대거나 뱀이거나, 물고기 또는 지네인지, 우리는 아마 그걸 모르는 게 아닐까요? (81)

 

말의 진정성을 전하기 위해 저자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저자의 진정성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기를......

 

지귀 설화. 단 한번 눈길에 부서진 영혼

 

지귀 이야기, 지금까지 흘러넘겼다. 그 이야기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하고, 또 찾으려 하지 않았었다. 누가 그런 시시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것인가?

 

그런데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그 사나이에게 저자는 눈길을 주었다.

마치 선덕 여왕이 절에 행차했다가 나오는 길에, 잠들어 있던 사내에게 눈길을 주었던 것처럼,

 

그래서 선덕여왕의 눈길에 의해 산화되었던 지귀, 그는 저자의 눈길로 인해 우리 앞에 새롭게 살아났다. 지귀의 모습은 저자의 따뜻하고 차분한 손길로 우리 앞에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어릴 적, 학창 시절에 <고문(古文)> 교과서에 한번 보고, 그 뒤로는 잊혀졌던 노래들이다.

그 뒤로는 한번도 생각하지도 읽지도 않았던 노래들을 다시 접하니 그런 감회조차 새로운데, 그 때 들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니, 더욱 새롭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래도 쌓였던 세상살이에 대한 통찰에 이런 이야기가 덧붙여지니, 각각의 이야기마다,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문장마다 밑줄 긋고 새겨보게 된다.

우리 옛날 이야기도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구나, 하는 경탄도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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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스토리
아자부 게이바조 외 지음, 박기옥 옮김 / 포즈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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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스토리

 

이 책은 소설집이다. 4편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인터넷 밈과 나

#이니시에이션스

#울트라 새드 앤 그레이트 디스트로이 클럽

#파인더 너머 나의 세계

 

제목 앞에 모두 해시태그가 붙어있다. 소설 4, 의미 있는 내용들이다.

 

<#파인더 너머 나의 세계>.

 

4편의 소설 중에서 읽히기 쉬운 것은 아무래도 서사가 바로 드러나는 <#파인더 너머 나의 세계>이다.

 

이 소설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소설과 영화가 등장하기에, 더욱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쥬라기 공원>, <쇼생크 탈출>
<데스 노트>, <남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공기 인형>,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타이타닉>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남녀가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을 요약한다면? 세 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남녀가 처음 만나 호감을 갖기 시작할 때에는?

분명히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제가 지루한 인간이 아님을 보여주느라 바빴다. (174)

 

시간이 흘러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함께 있는 시간이 당연해지자 작품 감상을 열렬히 나누는 일은 없어졌고, 영화를 함께 보는 날도 차츰 사라졌다. (191)

 

종착역에 다다르면?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벌써 예전에 흘러가고 말았다. 그리고 한번 작아진 불씨는 다시 커지는 법이 없다. (195)

 

<#울트라 새드 앤 그레이트 디스트로이 클럽>

 

제목이 어마어마한데, 그 내용이 알차다.

제목에 등장하는 단어 하나 하나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소설이 진행이 될수록, 서서히 이 구절의 진의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103)

 

울트라 새드, 완전 슬프다는 뜻. (115)

요즘 회사도 디스트로이 하고 싶었거든, (149)

 

<#이니시에이션스>

 

이 소설에서는 신세대 용어 다수 등장한다,

다행하게도 역자가 일일이 그런 용어에 설명을 붙여주어서, 신세대 용어도 제법 알게 된다.

 

햇살캐와 음침캐 61

덕질 61

숨덕 67

트친 69

입덕 75

 

이런 용어 알아두는 것도 사회를 읽어가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문해력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사족이지만, 아쉬운 점들

 

해시태그?

해시태그는 개념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나무위키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Hashtag

메타데이터 태그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소셜미디어)나 마이크로 블로그에서 특정한 주제나 내용을 담은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 넘버 사인(#, 해시)을 사용한다.

종류에는 3가지가 있는데, 마케팅, 사회 참여 그리고 장르 태그가 있다.

 

그럼 이 책의 제목(해시태그 스토리)에서는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일까?

책에서는 제목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대신 인터넷 서점에서는 설명을 붙여놓았다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 참조)

 

의문 하나!

왜 이런 설명을 종이책에서는 찾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요즘 시대가 인터넷 시대라 하지만, 종이책으로 발간하면서 거기에는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다니?

 

의문 둘,

책의 띠지에 이런 글이 보인다.

 

새시대 소설가들이 선사하는 신작 앤솔로지

인스타그램, X, 유튜브

타임 라인을 떠돌며 지친 당신을 위로할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분 좋은 SNS 이야기

 

그리고 띠지 뒷면에는 4편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이 있다.

 

#인터넷 밈과 나 - 인터넷에서 유명한 시골길에서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 소녀사진.

그 사진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는?

 

#이니시에이션스 - 26, 비정규직, 미혼 여성

덕질 자금이 필요해 잠깐의 욕심으로 2차 창작 그림을 판매하지만...

 

#울트라 새드 앤 그레이트 디스트로이 클럽

- 스토커 침입으로 위기에 처한 나를 구한 건, 고등학교 시절 축제 테마였다. 친구의 슬픔과 현재의 나를 날려버려라!

 

#파인더 너머 나의 세계

- 대학시절 서브컬쳐에 빠져 살던 나.

어느날, 옛 애인이 오래된 인스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데.....

 

확실히 새시대이긴 하다. 책 소개를 띠지에만 하고 정작 본 책에서는 아무런 정보도 없다니.

 

! !

이렇게 띠지의 소개글을 옮겨버리면, 혹시 스포일러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염려가 될 정도로 띠지의 내용이 정확하다. 그래서 이 책의 출간 담당자는 책에 대한 정보를 일체 제공해주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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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노인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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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책 제목은 이렇다.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앞 부분의 최소한의 교양’, 그런 교양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뒷말이 걸렸다.

내가 과학과 미술에 걸쳐서 교양이 있을까? 그것도 최소한의 교양이?

 

그런 자문자답 끝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내겐 과학과 미술에 대한 최소한의 교양이 없을 듯해서. 그런 나의 생각은 맞았다.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예로 들은 <열역학 제2 법칙, 즉 엔트로피 법칙을 설명할 수 있을까?>에 걸린 것이다. 설명 불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니 이 책 읽을 수밖에.

 

이말 먼저 적어둔다.

과학을 알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저자의 확신에 찬 답은 이거다.


과학을 앎으로써 지식이 배양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적 사고 체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과학을 알면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이 생겨, 사물과 이치를 과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삶의 기본이 되고 기준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바랄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런 앎을 이 책에서 배운다.

 

콜럼버스의 관은 왜 공중에 떠있을까? (67쪽 이하)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세비야 대성당에 콜럼버스의 유해가 있다.

그런데 그 유해가 있는 관은 바닥에 묻혀있는 게 아니라 공중에 떠있다.

거기에는 아주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처음에는 호의적이던 스페인 왕실이 콜럼버스가 새 항해에서 큰 이익을 내지 못하게 되자, 외면하고 냉대하기 시작하고, 결국 그는 냉대속에서 55세의 나이로 쓸쓸히 생을 마친다.

그 때 그의 유언이, 죽어서도 스페인 땅은 절대 밟지 않겠다, 였다.


그래서 그의 유해는 도미니카로 쿠바로 떠돌다가 스페인으로 오긴 왔는데, 땅을 밟을 수 없으니 별 수 없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관을 떠매고 있는 네 사람은 당시 스페인을 구성하던 네 개의 나라 국왕들이다.

세비야 대성당에 가는 독자가 있다면 그런 콜럼버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루마니아 출신의 화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작품 <공간 속의 새> (145)

 

이 작품을 전에 본 적은 있는데 이 책으로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새기게 된다.

이 작품을 사서 미국으로 가져가려던 미국의 사진작가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세관에서 미술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세를 물게 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 자세한 내용이 145 ~ 146쪽에 소개되고 있는데, 기억해둘 것은 이것이다.

 

이 작품은 제목처럼 새의 형태에 치우치지 말고 작품을 둘러싼 공간까지 포함하여 감상해야 한다.

 

제멜바이스의 불운 (179)

 

오스트리아 빈의 종합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던 이그나츠 제멜바이스의 이야기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원인모를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한 결과 그 이유를 찾아냈다. 바로 소독의 문제다. 소독하지 않은 손으로 산모를 만진 결과 산모들이 병균에 감염되어 죽어간 것이다,

그가 병동의 의사들에게 염화 칼륨액으로 손을 씻도록 지시하자. 산모들의 사망률이 놀랍도록 줄어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로 이런 주장이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매우 위험한 주장으로 간주되어, 그는 결국 병원에서 해고되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놀라운 경험 (266쪽 이하)

 

첫째, 모네의 그림 <건초더미>를 본 것,

여기에서는 마술 같은 색채의 미학에 빠져들었고


둘째,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본 것.

여기에서는 소리와 함께 색들이 떠오르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쉔베르크의 무조 음악을 듣고 감명받았는데, <인상 3(콘서트)>를 그려 선물했다.

그는 깨닫는다

아름다움은 점, , , 색채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을 공부하면서 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철학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생각이 왜 철학자들이 그런 것을 철학으로 삼았을까 였는데, 이 책에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

 

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화두는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오늘날 입자물리학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이 단순한 응용 기술이 아니라 자연관이라는 것.

그런 연구가 계속 되어온 결과 이 세상은 믿음의 수준에서 증거의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바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노력과 그것을 이어온 과학자들의 덕분인 것이다. 

 

읽고 나니, 미술과 과학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물론 그것은 저자의 설명 솜씨가 대단해서 그렇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과학이. 미술이 조금은 쉬워진 느낌이 든다.

이 책, 정말 신기하게도 그림과 과학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미술에서 이야기를 꺼내 과학에 이르게 하는 저자의 글 솜씨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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