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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냥이로소이다 - 웬만해선 중심을 잃지 않는 고양이의 바깥세상 참견기
고양이 만세 지음, 신소윤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나는
냥이로소이다,
이
책은?
고양이가 글을 쓸 수
있다면,
그래서
반려묘인 고양이가 같이 살아가고 있는 반려인과의 생활을 고양이의 입장에서 글로 옮겨 놓을 수 있다면 어떤 글이 될까?
그런 글이
나왔다.
저자
–
고양이가
아닌 사람 –신소윤이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던 덕에 최대한 고양이의 시선 가까이에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고양이를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화자로 내세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라는
작품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이
책은 더 아기자기하고 가정적인 내용으로 고양이를 이해하는데, 아니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적절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일인칭 화자가 되는 것은 고양이
‘만세’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에서는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시작하는데 반하여,
이
책에서는 주인공 만세가 반려묘로 입양되어 살게 되는 집에서 만나는 존재 –
개,
사람
–를
설명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제리는
개,
지우는
사람인 아기,
반려인
1과
반려인 2.
반려인
1은
그 집의 여주인,
반려인
2는
그녀의 남편이며, 지우는 그 둘 사이에 태어난 딸이다,
이렇게 사람
셋,
동물
둘인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고양이 만세의 시점으로 묘사되고 있다.
우리말,
새로운
낱말들
이 책을 읽다가
‘저지레 욕망’(74쪽)이란
말을 만났다.
처음
보는 낱말이다.
찾아보니 이런 의미다
저지레 :
[명사]
일이나
물건에 문제가 생기게 만들어 그르치는 일.
그래서
‘저지레
욕망’이란
어떤 일,
물건을
문제가 생기게 만들고 싶은 욕망을 말하는데,
이
책에서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
<현관과
거실 사이에 설치된 울타리 밖에는 제리 형님과 내 화장실,
반려인들의
화장실,
신발이
널려있는 현관까지 아기의 저지레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 천지다.>(74쪽)
<태풍
1호가
끝없이 저지레를 하는데
자양분을 공급하는 이가 있다.
바로
태풍 1호의
엄마 태풍 2호다.>(168쪽)
아이 지우가 집안에서 이것저것
말썽을 피우는 것을 묘사한 대목이다.
하악질(198쪽)
<그때부터였다.
병원에서
하악질을 시작한 것은.>(198쪽)
<나는
거의 패닉이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하악질을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199쪽)
‘하악질’이란
말을 역시 처음 접했다.
무슨
의미인지?
사전에는
없는 단어였다.
다른 데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어느날
갑자기 얌전하던 우리집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면서 공격성을 보인다면 집사님들은 당황해서 이유를 알지 못하는데 일단 고양이 하악질은 경고에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하악질은
"나한테
다가오지마"
라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고양이가 방어적으로 싸우고싶지 않다,
혼자있고
싶다는 의미로 잠시 혼자 놔두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http://haemul.tistory.com/603
저자의 관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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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
평소에 고양이가 물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왜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지 궁금했었다.
오죽하면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장화를 신겼을까.
(『장화
신은 고양이』
등)
이 책의 저자는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것을 다음과 같이 관찰, 소개하고 있다.
<목욕
:
세상에서
가장 싫은 일.
뜨끈하다가
차갑다가 축축한 그 느낌을 견디기가 너무 어렵다.
>(20쪽)
<휴,
물에
푹 젖는 그 기분,
목욕은
정말 끔찍하다.>(105쪽)
<고양이
몸으로 어딜 가서 비를 피하란 말인가.
물에
젖는 건 상상만 해도 싫은데.>(177쪽)
<목욕은
아주 어릴 적부터 싫었다.
털
안으로 축축하게 젖어오는 그 느낌이 불쾌하고,
쏴
하고 쏟아지는 물소리가 무섭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목욕을 싫어한다.>(196쪽)
<그들은
나를 목욕시킬 때마다 전쟁을 치러야 한다.
욕실을
쩌렁쩌렁 울리는 내 울음소리에 어디서 동물을 학대한다는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며 나를 씻겨야 한다.>(197쪽)
다시,
이
책은?
책을,
글을
이렇게 쓸 수도 있지 싶다.
화자를
고양이로,
시점을
동물과 인간의 어울어짐에 두고 아기자기하게 한 가정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저자가
직장맘이다.
아기를
기르면서 또한 고양이와 개를 키우는 저자는 따뜻한 시선으로,
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 놓았다.
주의
:
고양이털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지 않는 게 좋다.
이
책을 읽으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죽을 지경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