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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화학자 - 화학과 요리가 만나는 기발하고 맛있는 과학책
라파엘 오몽.티에리 막스 지음, 김성희 옮김 / 더숲 / 2016년 1월
평점 :
부엌의 화학자
질렸다.
정말
질렸다.
TV의
먹방 프로그램에 이제 질렸다.
어찌보면 모든 채널에 등장하는 것
같은 음식프로,
먹방이니
쿡방이니 하면서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을 셰프라고 말하게 만든,
마력의
프로그램.
이제
그만보고 싶었다.
TV를
이 참에 끊어볼까 하는 마음까지 먹게 만든,
그렇게
만든 세태,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듯 예능으로 만들어버린 이 세태를 안타까워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음식과 요리의 본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그런 나의 안타까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이 책은
‘혁신적인
물리화학자 라파엘 오몽과 분자요리의 대가 티에리 막스가 펼쳐내는 새로운 과학의 향연!’이라고
소개하는 것처럼,
‘향연’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향연이니 그 안에 음식이 없을 리
있겠는가?
여기 이 책 안에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듯 놀이하는 쿡방,
먹방
대신에 그야말로 음식과 과학이 만나는 진지한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그
향연은 과학적이기에 진지하기도 하며 신기하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재미있기까지 하며 또한 그 안에 배울거리가 가득한 성찬으로 채워져 있다.
음식에 대한 새로운 개안
그저 주어진 음식을 먹는데 그치는
나에게 이 책에 등장하는 요리에 대한 여러 ‘생각’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자의
시각으로 요리라는 것을 바라보니,
지금까지
보던 음식이 달리 보이고,
그
음식을 먹기 위하여 변형을 가하는 행위인 ‘요리’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몇 가지만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요리란
무엇인가?
<요리란
어떤 주어진 재료를 먹기에 적합한 것으로 만들거나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 그 성질을 변형시키는 일이다.>
(84쪽)
물리화학자에게 음식물은 일종의
물질로 고려될 수 있다.
물질의 변형과 움직임을 연구하는
유동학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거기에 등장하는 유동의 모습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탄성,
가소성,
파열.
탄성은 외부 힘에 의하여 변형을
일으킨 물체가 힘이 제거되었을 때에 원래 모양으로 되돌라가려는 성질이며,
가소성이란
외부 힘에 의하여 변형을 일으킨 물체가 힘이 제거되었을 때에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또한
파열은 결국은 끊어지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
세 가지가 음식물을 요리할 때에 펼쳐지는 모습들이다.
이처럼 물질의 성질을 기계적으로
외부의 힘(응력)이
가해졌을 때에 이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을 안 다음에 요리를
바라보니,
요리
자체가 다르게 보인다.
요리의
혁신이란?
그래서
‘요리의
혁신’이란
‘요리에
있어서의 혁신은 요리와 관련된 그 모든 변수를 새롭게 조합한다는 데’
있는(40쪽)
것이며,
그러한
혁신을 위하여 요리사들은 ‘어떤
재료가 가진 흥미로운 성질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31쪽)
그러자매 요리를 할 때에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들 (껍질
버리기,
씨
버리기,
생선에서
살만 떼어내고 나머지는 버리기.
채소
돌려 깎기,
가운데
심 제거하기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분자요리란?
이 책에는
‘분자요리’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분자요리라는
개념은 요리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활동을 말한다.
(12쪽)
다시 말하면 기존의 방법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기술적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며,
경험적인
요리방법 대신에 정확한 지식에 따른 요리를 말한다.
그래서
재료과학이 말하고 있는 모든 지식을 요리에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16쪽)
즉,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분자요리는
과학이 얻은 결과물을 사용하고 새로운 재료와 방법,
도구를
도입하는 요리 트렌드다.>
(27쪽)
그렇게 요리에 과학을 접목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과학자는 요리의 구조를 통해 질감의
변화를 줄 수 있다.
요리를 더 잘하기 위하여 요리할
때에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예컨대,
단백질은
온도의 영향으로 구울 경우 그 접힌 형태가 펼쳐지면서 구조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알면,
요리하는데
그 점을 고려하여 굽는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달걀을 삶을 때에 노른자의 응고 온도를 넘기되 흰자는 지나치게 익히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분자요리의 개념을 가지고
요리하는 자세를 새로 가다듬는다면,
음식물이
‘친숙한
질감에서 새로운 질감으로’,
또한
‘처음
한 입과 마지막 한 입의 맛이 다른 요리’로
변화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새삼
저자의 책쓰기에 대한 자세를 생각하게 된다,
화학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되지 않았을 내용들을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어찌 그리 쉽게 쓸 수 있었을까?
저자가 밝힌 머리말에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난다.
<나는
다양한 독자층이 이 책의 내용을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18쪽)
그런 저자의 태도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저자의 마음가짐이 없었더라면
제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을
것인데,
저자가
글로 만들어 놓은 맛있는 떡을 쉽게 먹게 해주어서 얼마나 감사하지 모르겠다.
이런 저자의
태도,
공연히
전문가연 하면서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들,
그리고
내용 중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독자인
너의 책임이니 사전을 찾아보라’고
힐난하며,
현학(衒學)을
마치 대단한 무엇이라도 되는 양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이 땅의 저술가들이 본받기를,
재삼
재사 부탁한다.
그러니
그런 분들,
이
책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