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인문학
이
책은?
굳이 설명이 불필요한 이어령 선생의
신작이다.
신작이라
하지만,
어제
오늘 씌여진 책이 아니라,
저자
말에 의하면 이 주제를 30여
년 품어왔다 하니.
그만큼
농익은 내용이라 하겠다.
그렇게 품어온 보자기 인문학은
저자의 어릴 적 추억과 함께 시작된다.
초등학교 때 책보를 싸가지고 다니던
시절부터 –
경험하지
못한 독자들은 영화를 통해서라도 그런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마치 추억의 장면처럼 기억되는 –
저자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보자기.
저자는
그 보자기에 대한 담론을 풀어내는데,
그
담론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하고 그것을 포스트모던 문명과 관련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의 의식과 함께 성장해온 ‘옛것의
시학(詩學)’이며,
거창하게
말하면 물건을 기호로 바꿔 미지의 문명을 읽어가는 ‘독서법’”(13쪽)이기도
하다.
보자기와 관련한 동사
저자의 풍부한 언어 관련 지식은
독자들에게 끝없는 연상의 나래를 달아준다.
그래서 보자기를
통해서,
관련된
단어들을 배우게 되는데,
그런
단어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깔다,
뒤집어쓰다,
덮다,
늘어뜨리다,
묶다,
닦다.”(39쪽)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음미해보면,
보자기를
가지고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명료해진다.
그만큼 보자기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한
것이다.
그 반면 가방과 관련된 동사는
무엇이 있을까?
‘넣다’라는
것 말고는 다른 동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38쪽)
사고의 확장
보자기로부터 시작한 담론은 저자의
폭넓고 깊은 지식의 사유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그
누가 보자기 하나를 가지고 그렇게 많은 물건들을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을지?
그런 항목들을 목차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병풍의
의미론
‘젓가락’의
메시지
‘앉는
것’의
시학(詩學)
좌우가 없는 짚신의
세계
가겐(加減)
문화의
명암
‘포장
문화’와
‘오쿠(奧)의
미학’
달걀
꾸러미(苞)와
‘짚
문화’
노이즈가 만들어낸 질서
까치밥
송죽매(松竹梅)로
감싸는 동아시아의 문명
보자기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나?
포용하는
법
가방과는 달리 보자기는 둥그런 것도
네모난 것도 그리고 수박이나 술병이나 어떤 형태이든 관계없이 모두 쌀 수가 있다.
그만큼
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융통성을 배운다.
보자기는 융통성이 없는 가방과
달리,
쌀
수도 있고 입을 수도 있으며 묶을 수도 있다.
그런만큼 보자기에서 융통성을 배울
수 있다.
유연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가방처럼 칸막이가
없다는 보자기의 단순한 특성에서 유래하는 것들이다,
게다가
보자기는 딱딱한 그리고 입체적인 자기 부피를 가지고 있지 않는데,
그러한
점에서 유연성 또한 배울 수 있다.
이
책,
‘넣다’와
‘싸다’의
이항대립.
저자는 보자기를 가방과
비교하는데,
비교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그것을 사실적인 세계와 연결되는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코드의 차이로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요 명제는
‘넣다’와
‘싸다’의
이항대립이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원시
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어떤 물건을 보관하거나 옮기는 행위는 모두 대립하는 이 두 동사에 의해 전개되어 왔다.
이
선택의 차이에서 다시 여러 문화의 패러다임이 생겨난다.>(27쪽)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비교,
또는
추세를 읽어가면서,
보자기를
둘러싼 문명론을 알게 되는 이 책으로 저자를 따라 가노라면 독서의 즐거움을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