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람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박영준.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나를 닮은 사람

 

이 책은?

 

<고민하는 힘>에서 저자 강상중은 노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는 요즘 시대를 말할 수 없다 (157) 말한다. 일본은 초고령 사회시대를 맞이하여 노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는 것인데 그 중에 하나 노인 간호 문제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논의 중 하나로, 저자인 히라카와 가쓰미가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느낀 것들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아버지가 87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16개월을 간병하면서 파악한 아버지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진솔하게 적어 놓았다,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저자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던가?

일단, 저자에게 아버지는 존경의 대상은 아니었다. 저자에게 존경의 대상은 학교나 책 속에서만 존재했다. 인물을 평가하는데 학력이라던가. 사회적 지위라던가 하는 지표로 존경여부를 결정하던 저자에게 아버지는 당연히 존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10)

 

그런 아버지가 병에 걸려, 이제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아버지를 보면서, 저자는 아버지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지는데, 안타깝게도 이제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어떤 심정으로 늙음과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아버지를 앞에 두고, ‘나를 닮은 사람을 발견해 나가는 기록이다. ‘나를 닮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내가 언젠가는 조우해 (아버지와) 똑같이 좌절하거나 곤혹스러워하면서, 극복하거나 좌절할 미래의 모습”(12)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이 사건 아버지가 가스대 위에 플라스틱 용기를 올려놓아, 하마터면 불을 낼 뻔한 일 은 우리 두 사람이 노화라는 것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52)

 

절절한 사연들, 가슴아픈 일들

 

저자가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느꼈던 마음들, 읽으면서 가슴이 울컥해지는 대목이 많았다.

 

<결국 하룻밤 사경을 헤매고 아버지는 자신의 발로 사바세계로 다시 돌아오셨다. 그러나 돌아온 아버지는 어제까지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80)

 

<앞으로 몇 년을 더 사실지 알 수 없으나 거기엔 희망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나는 늙고 병든 채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4)

 

<이즈음 아버지는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신체의 모든 에너지는 온전히 생명을 연장하는데만 사용하고 있는 듯 했다.> (122)

 

<그러나 나는 아버지의 의식이 분명할 때가 가장 괴로운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189)

 

<섬망 속에 살고 있는 아버지가 어떤 현실을 보고 있고, 어떤 공간을 호흡하고 있는지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214)

 

<아버지도 늘 그렇듯 그곳에 잠들어 계셨다.

평소와 다른 것은 아버지의 얼굴에 천이 덮인 것뿐이었다.> (236)

 

이 책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다

 

저자는 그런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아버지가 늙어가는 모습은 내가 늙어가는 모습이기도 한 셈이다.”(12)이라는 말이 바로 그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것은 저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니, 이런 과정이 바로 우리네 인생의 모습이 아닌가?

 

<전후 일본을 온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 온,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시대에 뒤떨어져 점차 삶의 의욕을 잃고 종국에 ....> (35)

 

그런 모습이 결국은 저자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저자의 미래이기도 하고, 또한 나의 모습이니, 이 책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말 한마디, 생각 한 조각이 피부에 와 닿게 되는 것이다.

 

이 책, 밑줄 긋고 싶은 말

 

<체념이란 장래에 관여하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인지 모른다. 될 대로 되라 할 수 밖에 없고, 될 대로 되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체념에는 비애가 잠재되어 있지만 공허한 희망을 품으며 절망하는 것보다 낫다.> (225-226)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많으나 어떻게든 된다. 어떻게든 된다.”(248)

N 스프링의 사모님이 저자의 어머니 불단에 바친 편지.

 

다시, 이 책은?

 

<지금 당장은 이것이 아버지의 일이지만, 누구나 겪었거나 앞으로 겪어야 할 일이며, 나아가서는 ’, ‘우리모두에게 닥칠 일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죽음으로 인간은 실존적 각성을 촉구받는다.”고 했던가.>

 

그것처럼, 이 책은  바로 우리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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