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서 소중한 것 - 세상의 중심에서 흔들리는 청춘을 위한 인격론 강의
와타나베 가즈코 지음, 최지운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오늘 당신이 여기 있네요

 

이 책을 읽고, 말 그대로 한 수 배웠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러한 것들이 아니라, 따로 있다.

맞다. 사람으로서 소중한 것이 따로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격, 사랑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 책의 저자 와타나베 가즈코는 수녀다. 수녀라 하면 마더 테레사, 이해인 수녀님 정도 알고 있었는데, 그 명단에 한 분을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마더 테레사의 글은 글쎄, 그분이 쓴 책이 있는지? 읽어본 적이 없고, 이해인 수녀의 글은 시와 수필로 제법 접해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의 경우는 무척 달랐다.

 

읽기 전에, 경건한 마음으로

 

인생강의다.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인생강의. 그 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 책의 서두에 <수업 전에>라는 글이 있는데마치 내가 그분의 강의실에 들어가 앉아 있는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차분차분하게 강의 수강 시 주의할 점들을 말씀하고 계신다. (저절로 존대어가 나온다.)

 

 

이 수업은 학점을 얻기 위한 수업만은 아니라는 것. (12)

시작과 끝의 예의를 갖추라는 것. (12)

수업이 끝난 후 칠판에 글자가 남아있으면 누구든 지워달라는 것. (13)

수업 중에 잡담은 삼가라는 것. (13-14)

대리 출석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이름을 부를텐데, 그 의미는 오늘 당신이 여기 있네요라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라는 것. (19)

 

그러한 주의를 듣고 나니, 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게 되어, 책을 잡는 자세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는 난생 처음이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

 

읽으면서 곳곳에 밑줄을 긋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것도 배웠지만, 다시 듣는 말이라 할지라도 그 의미가 달리 전달되니, 마음판에 한 자 한 자 새겨지는 듯했다.

 

인격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해서, 그러한 인격을 가진 존재로서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그러니 그러한 인격을 가진 자로서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라는 저자의 목소리가 나지막하면서도 울림이 있게 전달되고 있었다.

 

그렇게 를 이해한 다음에는 타인을 이해하는 단계가 따른다.

그런데 여기, 타인을 이해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노력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그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럴 마음이, 그럴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그런 노력을 세 가지로 말한다.

 

잘 듣는다는 것.

배려한다는 것.

경험을 존중한다는 것.

 

이 세 가지 중에서 특히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세 번째, 타인의 경험을 존중한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나도 그런 적이 있어요. 그런데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 좋아요라고 간단히 결론을 짓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기 아닙니다.>(177)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나의 경험에서 얻은 결론을 타인에게 강요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도 그랬으니 당신도 그럴거야' 라는 생각으로 타인에게 조언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만의 슬픔이나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177) 라는 저자의 말에 다시 한번 타인 이해에 대한 생각을 고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마치 강의를 듣는 학생처럼, 저자가 학생들을 호명하는 차례를 경건하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저자가 내 이름을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오늘 당신이 여기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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