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기억 회수 투쟁에 동참하다
범죄추리소설이니,
모든
것을 새겨 읽어야 한다.
저자는 여기
저기,
힌트를
숨겨놓고,
언뜻
지나치면 알아볼 수 없게 해 놓았으니,
잘
살펴 읽을 일이다.
실종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뜻밖에도 아무런 관련이 없을듯 하던 극중 화자가 정작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해결해버린다.
그래서 조금은 밋밋한 구조로 되어
있지만,
끝까지
범인을 알 수 없게 해 놓았기에,
추리소설로서는
아주 제격인 작품이다.
등장인물
레이첼 왓슨
:
캐시:
레이첼의
친구.
레이첼이
임시로 묵고 있는 집의 주인이기도 하다.
어머니
:레이첼의
어머니
메건
:
소설의
도입부에서는 레이첼의 생각 속에서 제스라 불린다.
스콧
:
메건의
남편.
레이첼의
생각속에서 제이슨이라 불린다.
애나 왓슨
:
톰 왓슨
:
애나의
남편이며,
레이첼의
전 남편,
에비의
아버지
에비
:
애나와
톰 사이의 딸
형사 개스킬
경위,
라일리.
추리소설인지라,
차츰차츰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설프게
보이나,
차츰차츰
일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무언가 보일 듯,
보일
듯 해진다.
처음에는 주인공조차 마음에 들지
않더니 차츰 차츰 마음에 들게 된다.
처음에는 글의 얼개가 흐릿하게
보이더니,
차츰차츰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이 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인 레이첼
–
범인이
아니다 -
에
대하여 생각을 몇 번 고쳐먹었었다.
1) 그녀를
경멸하다.
이 작품 도입부인 첫 번째 장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 남은 감정은 경멸이었다.
직장에서 해고당한 알콜
중독자,
레이첼은
친구인 캐시 집에 얹혀사는 신세다.
그러나 그 사실을 친구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아침과 저녁에 기차를 타고 다니며 예전처럼 출퇴근하는 척을 한다.
그
출퇴근 기차길에 기차는 잠간 정지신호를 받고 정차하는 지점이 있는데,
거기에서
그녀는 기차 창문으로 옆에 있는 집을 보게 된다.
그래서
부부의 이름을 제시와 제이슨으로 이름을 붙이고....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의 상황이나 행동이 못내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왜
그러고 살까?
또
실종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웬
오지랖?
하면서
주인공을 못마땅해 해했었다.
2) 그녀를 동정하다
그렇게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인가,
내
마음에 약간 변화가 생겼다.
경멸의
마음에서 동정으로 바뀐 것이다.
.
<정말
오랜만에 나의 고통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흥미가 생겼다.
목적이
생겼다.
아니
적어도 정신을 딴 곳에 쏟을 수 있게 되었다.>
(128쪽)
3) 그녀를 응원하다
그리고 연이어서 그녀를 응원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기억을 되찾기를
학수고대 하는 심정이 되었다.
기억을 회수하면서부터 그녀가 기억을
되찾는데 동참하기 시작하였다.
기억의 문제
어찌
보면,
이
작품은 기억의 문제에 천착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기억’에
관한 통찰력이 뛰어나다.
<자기가
한 행동이 기억나지 않으면 그 공백을 채우면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게 되잖아요.>(326쪽)
이 한
문장,
기억에
관한 분석중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가 지난 날 뭔가 했는데
–
흔히
말하길 ‘저질렀다’고
하는 경우 –
그것이
무엇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
어떤
생각이 들까?
저자는 위와 같이
말한다.
백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래서 주인공 레이첼은 그 때문에
고통당한다.
그러나,
저자는
레이첼의 기억을 담보로 하여 이 소설을 풀어나가는 것이니,
그의
기억이 하나씩 ‘회수’되어
가면서 이 소설은 활기를 띄게 된다.
<기억난다.
그
토요일 밤 난 여기 굴다리 입구에 서 있었고,
애나가
톰의 차에 타는 걸 봤다>.(328쪽)
그러나 이 기억은 곧 의문에
부딪힌다.
자기의 기억이 온전할 리가 없다는
자기부정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억일 리가 없다.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톰은
차를 몰고 다니며 날 찾았고,
애나는
그 차에 함께 타고 있지 않았다.
경찰에게
들은 바로는 그랬다.
그러니
말도 안되는 기억이다.>(328쪽)
또 하나 기억을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자리에 아이 에비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나를 내버려두고 떠나서 차에 탈 때 아기를 안고 있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에비는 어디에 있었던 거지?
> (364쪽)
이런 기억의 회수 투쟁에 주인공
레이첼과 함께 하는 것,
이
책 읽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