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라면의 역사, 한 권으로 맛보기

 

라면의 역사, 한 권으로 정리하기.’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그 쯤 되겠다.

우리가 즐겨 먹는 라면, 이 책의 표현에 의하면 대부분의 한국인이 생애 최초로 시도해 보는 요리’(255)인 라면이 어떻게 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는가를 기록한 책이다.

 

삼양라면의 고 전중윤 회장이 일본의 묘조 식품의 오쿠이 사장을 만나, 라면을 도입하게 되는 전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서 전회장의 마음을 새기고 싶다,

625 동란 이후 우리 국민들이 배를 곯던 모습, 그래서 꿀꿀이죽에 목숨을 걸었던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전회장이 평생을 걸고 이루어야 할 일,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하여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찾아내는일에 전생애를 걸어, 결국은 라면을 이 땅에 도입하며 주린 배를 채워주게 된 것이다.

 

그러한 노력은 결국 일본 묘조식품의 오쿠이 사장을 만나게 되는데, 그 자리가 지성이면 감천이다’, 라는 격언이 맞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오쿠이 사장을 전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의 마음을 읽는다.

오쿠이 사장이 제시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두 라인 설치비용은 모두 합해서 천만엔, 환율로 계산하면 27천 달러에 구입......그리고 삼양식품이 독자적으로 생산이 가능할 때까지 기술 지원은 우리 묘조 식품이 책임을 지고 지도해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그건 무상 제공입니다.” (225)

 

아마 그런 조건은 전무후무한 것이리라.

그런 파격적인 조건에 의해 기계와 기술이 도입되었고, 그래서 생산된 라면이 공급되었을 때에 가격이 우리 돈으로 10원이었다. (264, 라면 가격의 변천사)

 

당시 커피 한잔에 35, 영화가 55, 담배는 가장 대중적인 것의 가격이 25원이었으니, 10원이라는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묘조 식품이 그렇게 파격적인 조건으로 제공하게 된 것을 바로 전회장의 마음을 오쿠이 사장이 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회장이 말한 바, 에도 시대 일본과 조선의 관계에 큰 역할을 한 아메노모리 호슈라는 사람의 ()과 신()의 교류’(214)가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전회장이 한 달 가까이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하네다 공항을 통해 귀국하기 위하여 비행장에 도착한 순간이 아닐까 한다.

그 때 오쿠이 사장의 비서가 헐레벌떡 달려와 편지 봉투 한 장을 내민다.

거기에는 영업기밀이라면서 보여주지 않고, 결코 알려줄 것 같지 않은 스프 배합표가 들어있었다.

오쿠이 사장이 전회장의 인격을 다시 한번 확인한 다음에. 그 인품을 믿고 건네준 것이다.

배고픈 서민들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도록, 하라는 당부와 함께.

 

이 책을 쓴 저자는 일본인 무라야마 도시오이다. 일본인이 그가 일본과 한국 양국을 돌아보면서, 라면이 어떻게 일본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해서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올게 되었는지를, 아주 담담하게 어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기록한 것이다. 음식의 역사를 아주 담백한 맛을 내도록 기록한 책, 라면의 기록으로는 아주 안성마춤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