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새벽을 맞이하는 인문학적 풍경들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문이란 문은 다 연다.

     새처럼 깃털 달고 날아올까,

     아니면 바닷가 파도처럼 밀려올까?

          - 에밀리 디킨슨,  <새벽의 인문학> 95쪽에서 인용.

 

작가의 눈은 우리와 다르다.

 

이 작가의 눈은 신비하다. 경이롭다. 작가의 눈은 현미경으로 또는 망원경으로 작동한다. 아니 그보다 더 치밀한 광학적 프리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가 언제 새벽에 새들의 첫 노래 소리도 숨죽인 듯 낯설’(139)은 것을 느껴 보았던가? 그리고 그러고 나면 한 마리 한 마리씩 노래를 받아 부른다’(139)는 것을 생각이라도 한 적이 있던가?

 

그런 - 우리는 결코 상상도 하지 못했던 - 새벽을 저자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새벽을, 우리가 잠자느라 또는 잠이 깨어서도 전혀 보지 못했던 순간들을 그만의 특이한 눈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새벽의 <파브르 곤충기>, <시튼의 동물기>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곤충기, 동물기가 있다. 시튼의 동물기, 파브르의 곤충기이다.

그러데 그런 것들보다도 더 치밀하게 관찰한 기록이 여기 이 책에서 전개된다.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워 대충 그 항목만 소개하련다

 

나는 청설모가 꼬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로 시작하는 청설모 이야기. (161)

푸른가슴왜가리의 옆모습은 이곳에서 아침에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로 시작하는 왜가리 이야기.(162)

굴뚝새 한 마리가 현관문 근처에 달아놓은 베고니아 화분으로 뛰어든다, 라는 굴뚝새 이야기. (165)

 

어디 그뿐인가, 그림도 시도 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그림 <남풍, 맑은 하늘>을 주제로 한 산 이야기, 더 나아가 파도이야기 (170)

 

그리고 모네가 우연히 호쿠사이의 작품을 접한 일화도 우리를 새벽으로 인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171)

 

모네에 대한 찬사는 비단 여기뿐만이 아니다. 모네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77쪽부터 한 장에 걸쳐 이어진다. 고딕 성당을 그리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창가에 이젤을 놓는 모네, 바로 루앙성당을 대상으로 서른 한 장을 그린 일화를 설명해준다. 그것은 새벽에 빛이 역동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그리기 위한 모네의 노력이었다.

 

신선한 시각 - 저자는 우리를 툭 친다. '저 새벽 빛을 보라'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저자는 새벽에 뜨는 태양의 빛이 어떻게 우리 사람의 눈에 인식이 되는가, 시간이 변함에 따라 어떻게 빛이 변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신선한 시각”, “우리의 지각은 늘 레이다망을 피해 다니다가 모네 같은 화가가 우리를 툭 치며 외칠 때에야 깨어난다.”(79)

 

모네만 그런 것인가? 아니! 이 책의 저자가 우리를 툭 치는 바람에 우리는 비로소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우리를 깨우게 하는 방법이다

 

 

 

 

 

뜻밖의 소득 -영화 <아름다운 비행 (Fly Away Home)>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던 소녀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야생 기러기들과 함께 생활하고 이들과 함께 비행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있다.

원제는 <Fly Away Home>.우리 말 번역은 <아름다운 비행>이다.

  

그런데 영화의 내용에 모티브를 준 실제 일화가 있다. 캐나다의 빌 리시먼이 1993년 자신이 제작한 초경량 항공기를 타고 기러기들을 캐나다에서 미국 버지니아 주 까지 이주시킨 적이 있다. 리시먼은 영화에 직접 항공기 스턴트 더블로 참가했다. 물론 이 영화에서 아내를 사고로 잃었다거나 딸과 함께 비행했다는 내용 등은 영화만의 픽션.

 

그런데 이 일화가 실제라는 것을 들어 알고 있기는 했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된 것이 의외의 소득이었다.

 

<리시먼은 새와 함께 비행한 최초의 인간이었다. 1988년 온타리오 근방에서 초경량 비행기로 캐나다 기러기떼를 이끌고 비행한 경험이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 책 42쪽 이하를 참조하시라.

 

http://movie.phinf.naver.net/20111222_42/1324560152872Xczmx_JPEG/movie_image.jpg?width=100%

 

경탄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다음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우물에서 맑은 물을 길어내듯이 건져낸 글들이다. 이런 표현들을 이 책 말고 어디에서 읽을 수 있을까?

 

<새들은 노래로 주변 경치 속으로 파고들어 사방을 누빈다.> 97

 

이런 표현은 어떤가?

<아주 단순한 소리라도 내려면 목구멍을 부풀리는데 그럴 때면 흰 목덜미에서 조그만 깃털 두 개가 삐죽 솟는다.> (102)

 

이런 표현, 거짓말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표현을 접하면 독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 일 것이다. 하나는 아니 어떻게 그런 관찰이 가능한가? 어떻게 그렇게 세밀한 관찰이 가능했을까? 그냥 지어낸 말 아닐까? 조그만 깃털 두 개가 솟았다니? 세 개도 아니고 한 개도 아닌 두 개가? 그런 의구심이 그 하나요.

 

또 다른 반응은 경탄!

특히 시간을 기록하면서 새벽을 묘사한 새가 내는 모든 소리”(95쪽 이하)는 경탄 그 자체이다.

이런 기록은 그냥 카메라나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리기는 오히려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이런 식으로 글로 옮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누가 할 수 있으랴?

이 책의 저자 밖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그래서 매 페이지마다 경탄하며 읽었다. 저자는 새벽을 맞이하는 독자들에게 풍경을 인문학적으로 보여주는데, 모든 것이 경탄할 만 것들이다. 그렇게 새벽을 경탄하며 맞이하면 하루가 얼마나 풍요로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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