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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평점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런 말이 자주 들린다.
내란, 심리적 내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가 내란인가, 야당의 입법 행위가 내란인가?
이런 논란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말들인가?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이런 해괴한 궤변들이 설 자리가 없을 것인데, 아무래도 뭐가 잘 못되어도 크게 잘 못 된 것 같다.
굳이 돌려 말할 필요 없다. 지금 나라 꼴이 내란 상태다
도시 곳곳에 탄핵 찬반으로 국민들이 갈라서 있다.
이렇게 나라 꼴을 만든 책임자가 누군가? 그건 분명하지 않은가?
그런 안타까운 나라 꼴을 보면,
내란이 곧 내전이 아닌가? 내란, 내전 조짐이 보인다, 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대체 우리나라가 왜 이 모양이 되었을까?
잘 나가던 우리나라 정치가 해괴한 일들로 나라 안팎으로 개망신을 떨고 있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건 앞에 우리는 서있다.
내전이란 말을 영어로 하면?
civil war다.
이 말이 Civil War로 쓰이면 미국의 역사에 있었던 남북전쟁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남북전쟁이 아니라 Civil War, 즉 내전이다.
우리는 미국 역사를 배우면서, 미국의 내전이 어떤 경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던가를 알고 있다. 그게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또 있다. 내전으로 나라가 거의 풍비박산이 되어버린 나라들, 어디 한 둘인가.
그러한 나라들,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 자료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 서두에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애덤 폭스라는 이름을 가진, 결국은 테러 행위, 음모, 불법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되는, 영화 속에나 등장할법한 인물인데. 그런 인물의 준동이 심상치 않다고 하는 말로, 저자는 책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책의 시작이 심상치 않은 것처럼, 이 책은 시종일관 그런 자들의 준동이 지금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그래서 우려스럽다는 걱정을 전해준다. 또한 그것은 미국의 경우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여러 나라에서도 그런 경향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는 염려를 덧붙인다.
아노크라시의 위협
이 책에서 새롭게 만나는 용어가 있다. 아노크라시. (32쪽)
아노크라시는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anocracy는 완전한 독재도, 민주주의도 아닌 중간 상태를 말한다.
아노크라시와 내전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32쪽)
한 나라가 폭력 사태로 향해 가고 있음을 경고하는 징후는 무엇이었을까? (35쪽)
저자는 이 개념을 이용하여, 나라들이 정치적 혼란에 이르는 과정을 분석하고 파벌화와 극단주의를 심화시키는 요인을 살펴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자는 오랫동안 탄탄한 민주주의를 유지해 온 국가들조차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설파한다.
이런 나라들 중에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연 어떨까?
역자의 글 <옮긴 이의 말>에서 나오는 말이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글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에서 독재로 변모하는 종형 전환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323쪽)
그런데 이런 평가가 무색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데이터는 순식간에 의미를 잃어버렸다. 모두 계엄과 내란 정국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측정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옮기기조차 싫다. (324쪽)
이런 말들, 이제 심각하게 생각할 단계에 와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언제나 평화가 지배할 것이라고 믿어 왔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제도는 흔들림이 없고, 우리 국가는 예외적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진 힘을 알아야 한다고 배웠다. (17쪽)
이말은 저자가 하는 말이니, 분명 미국을 전제로 하는 말이겠다. 하지만 이 말을 비단 미국에만 적용할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 말이 현재 우리 대한민국을 향해 말한 것이라 해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가 독재 국가로 변신하는 것은 지도자가 독재자를 본받아 국가를 조직하려고 애쓰는 이들처럼 검증되지 않은 허약한 인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들─대부분 매우 인기가 높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무시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안전장치에는 대통령에 대한 제약과 입법, 사법, 행정의 견제와 균형, 책임성을 요구하는 자유로운 언론, 공정하고 개방된 정치적 경쟁 등이 있다. 오르반, 에르도안, 블라디미르 푸틴, 또는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같은 독재자 지망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건전한 민주주의의 요구보다 앞세우면서, 일자리, 이민, 안전 등에 관한 시민들의 공포를 이용해서 지지를 확보한다. (42~43쪽)
여기 거론되는 이름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그들의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을 욕할 필요조차 없다. 역시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에는 내전 상태로 이행하는 단계에 있는 나라를 여럿 소개하고 있다.
이미 내전 단계로 들어선 나라들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바라고 소원한다. 그리고 정말 온맘으로 기대하고 기도한다.
이 책을 읽는 다른 분 독자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굳게 믿는 바이지만.
우리 모두 이렇게 되기를 기도하자.
우리나라가 지금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겪어내어서 내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하자. 그게 국민된 우리의 도리가 아닐까? 그리고 또 있다.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읽기를 권하는 것이다. 특히나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강제로라도 읽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