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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현장 과학수사관 28명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2월
평점 :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건이 벌어졌다. 어떤 집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다급하게 119 응급차가 도착한다. 그 때 같이 온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과학수사관이다. 그들은 사건 현장을 보존하고, 그 안에서 무언가 찾아낸다.
마스크를 쓴 방호복 같은 옷을 입고, 분주하게 현장을 살피면서 누군가의 어떤 흔적을 찾아내는 모습들.....
흔히 보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고, 그들은 사라진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시신을 부검하는 장면,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하여 범인을 특정, 그리고 그 범인을 체포하는 우리의 주인공 형사가 등장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영화, 우리가 보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처럼 그들은 영화의 한 장면에서만 나온다.
그렇게 영화의 한 장면에서 등장한 다음 사라진 그들의 뒤 이야기, 우리는 모른다.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지, 또 그들을 그저 과학수사대라 불렀지 다른 것들은 모른다. 몰랐다.
그들의 이야기, 이 책에서 28개의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그들이 마주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죽음이다.
죽음을 맞이한 시신을 만나면서 일을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 아닐까?
죽어있는 시신, 그래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들은 그 말 못하는 시신에서 찾아내야 한다. 죽음의 진실을.
시신은 단순히 생명이 사라진 존재가 아니다. 모든 시신에는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다. 과학수사관은 그러한 사연을 제대로 듣기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한다. (106쪽)
그러니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생각하니, 새삼 여기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모두가 귀하고, 감사한 일인 것이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어찌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이런 일도 있다.
필리핀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이 침입한 괴한의 총에 맞아 죽었다.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를 하기 위해 파견된 우리나라 경찰, 3박 4일의 짧은 기간에 무사히 사건을 해결하고 귀환했다. 우리나라 경찰의 솜씨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129-139쪽)
모든 이야기가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그 정도가 더하다.
<처음 얻은 이름으로 출생 신고가 아닌 사망신고를> (47쪽 이하)
검시조사관인 필자가 사건의 현장, 방에 들어서니 아이가 침대 위에 있었다.
죽은 채로 말이다. 죽은 아이, 과연 누가 그 아이를 죽인 것일까?
아이 엄마는 아이를 일주일이나 방치해놓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자신은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아이의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니 시체 검안서에는 ‘무명녀’로 기재가 되었다.
그후 아이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친모를 설득하여 출생신고가 되었고, 곧바로 사망신고가 이루어졌다. 이름을 얻자마자 사망신고서에 적히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필자들이 사건 현장에서 본 핏자국은?
감식이란 범죄 수사에서 지문, 필적, 혈흔 따위를 과학적으로 감정하는 것을 말한다. (59쪽)
이 책의 주인공들이 사건 현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흔적이 있다. 바로 핏자국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에 등장하는 게 바로 이 것인데, 현장에 들어서면서도 그들은 혹시라도 핏자국이 뭉개질까봐, 신위에 보호 장구를 덧신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바닥과 벽 등을 샅샅이 훑어내어 혈흔을 찾는다.
피는 흔적을 남긴다. 그런 혈흔을 분석하여 범죄 현장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묻힌 혈흔, 낙하혈흔, 비산혈흔.
그래서 이런 기록이 등장한다.
범인의 옷과 화장실에 피해자의 혈흔이 묻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190쪽)
이런 흔적들을 토대로 하여 혈흔 형태 분석을 시행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만인부동 종생불변 (萬人不同 終生不變) 59쪽)
모든 사람의 지문은 서로 다르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프랑스 범죄학자 에드몬드 로카드 (112쪽)
범행은 그 책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 그 페이지를 앞뒤로 넘기면 그의 복잡다단한 면이 빼곡이 적혀있다. (142쪽)
다시, 이 책은?
범죄 현장에 가장 빨리 나타나, 사건 진상 파악을 하기 위해 애쓰는 그들,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지, 그저 과학수사대라 불렀지 다른 것들은 모른다. 몰랐다.
이제야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이름도 다른 직책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검시 조사관, 지문 감정관, 수중 과학수사관, 프로파일러,
심지어 법곤충 연구사도 있다.
또 체취증거견 핸들러(154쪽)라는 직책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 이 책에서 28개의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과학수사대, 생생한 육성으로 그들의 애환을 듣는다.
새삼 그들의 노고를 생각하게 되고, 감사하게 된다. 그들의 수고가 이 세상을 안심하게 만들어준다는 것, 이 책에서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