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다정함 - 김연수의 문장들 푸른사상 교양총서 21
민정호 지음 / 푸른사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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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다정함 : 김연수의 문장들

 

김연수, 소설가다.

물론 그의 작품을 많이는 읽지 못했지만 그가 어떤 작가인지는 안다.

대단한 작가라는 것, 안다.

 

예스 24의 작가 소개에는 이렇다.

<1994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등단한 이후 총 13권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오직 쓴다라는 동사로만 존재해온 작가,>

 

쓴다라는 동사로만 존재한다니 대단한, 이라는 말이 맞는 것이다.

그건 바로 이 책으로 증명이 된다.

이 책의 저자 민정호는 그런 작가 김연수의 책을 읽고 감동받아, 그의 글에서 길어온 문장을 토대로 또 다른 글을 길어온다. 더 맛있는 글이다. 그러니 글이 글을 낳고 낳는 셈이다.

 

그런 글, 여기 모두 46개의 글이 실려있다.

 

먼저, 이런 글, 김연수의 이런 글 읽을만 하다,

 

이 책의 저자가 쓴 글을 읽기 전에 저자가 인용해 놓은 김연수의 글을 차분하게 읽어보았다.

어떤 글이, 어떤 점이 저자로 하여금 그 글을 읽고, 다시 글을 쓰게 만들었는지. 김연수의 글 안에 분명 끌리는 무엇이 있었을 게다. 그러니 독자들은 먼저 김연수의 글을 음미하면서, 저자의 글도 읽어보는 게 어떨까? 다음은 김연수의 글이다.

 

제아무리 인생을 깊이 들여다본다고 해도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불가항력적인 우연의 연속이다. (136)

 

사물에 담긴 추억으로 우리는 같은 인생을 여러 번 살아갈 수 있습니다. (166)

 

모험의 정신이란 비록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뿐이라고 하더라도 세상에 굴하지 않고 그 길을 가는 사람의 정신일 것이다. (171)

 

저자의 이런 글, 밑줄 긋고 새겨본다.

 

이번에는 저자가 김연수의 글을 읽고, 그 글을 기반으로 쓴 글중, 새겨보고 싶은 글을 적어둔다. 김연수의 글로부터 내려온 그 어떤 힘이 저자의 글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간 MBTI에 심드렁했던 이유는 이와 같은 피할 수 없는 영역까지도 분류, 유형화를 해놓은 부분 때문이었다. (48)

 

김연수는 소설가의 재능에 대해 말하면서 체력을 이야기했다. 생경한 지적인데, 재능이란 처음 등단할 때 한 두권의 책을 쓰면서 모두 소진된다고 말하며.

그런데 이게 작가에게만 통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모든 일이 다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구나 시작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가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51)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저장된 기억들이 제한된 언어로 표현되는 순간, 여기에는 반드시 틈이 발생하고 이 틈은 어떤 언어로도 결국 채워질 수 없게 된다. (75)

 

전이에 대하여,

그러니까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주변에 영향을 끼친다. (164쪽)

 

생각하고, 새겨볼 문장

 

우리가 경험하는 직접 체험만이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있다.(25)

 

저자가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발췌 소개한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그간 경험했던 간접 경험이 얼마나 효용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니, 과연 그랬다. 남에게 건네 들었던 간접 경험은 아무래도 직접 경험보다는 못했다.

그걸 이 책에서 확실하게 해둔다. 직접 경험의 중요성을.

 

사람들과의 유대가 없으면 그 장소는 그 어떤 의미도 없다. (35)

 

저자가 이푸 투안의 책 공간과 장소에서 발췌 인용한 글이다.

장소와의 유대는 먼저 사람들과의 유대에 의해서 정해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알게 된 영화, 음악, 그림 등

 

애니메이션 <모아나>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바다 너머로 모험을 떠나는 모아나의 삶이 그려진다. 나는 이 삶이 참으로 진실하다고 말하고 싶다. (21)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 (115)

그의 곡 < I’ll never know>

 

고흐는 한때 생활고로 심한 고통을 받아 용병부대에 입대하려고 했다.

그 사실은 고흐와 동생이 주고 받은 편지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152)

 

다시, 이 책은?

 

저자의 글은 김연수의 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김연수의 그 작품을 읽지 않고 그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다소 있다. 해서 김연수의 모든 책을 옆에 두고 같이 읽어가면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런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이 책은 김연수와 그의 글을 읽으며 이유 없는 다정함을 발견한 저자의 글을 함께 읽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저자자 몇 번이나 강조한 이유 없는 다정함이 그리워지는 세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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