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역사 - 우리가 몰랐던 제도 밖의 이야기
세라 놋 지음, 이진옥 옮김 / 나무옆의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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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역사


이 책 『엄마의 역사』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책이다.

엄마에게 역사가?

맞다. 개개인으로서 살펴볼 수 있는 엄마에게도 역사가 있듯이 ‘엄마’ 자체에도 역사가 있다.

그런데 엄마 자체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니, 엄마가 되는 과정이라 해보자. 그러면 엄마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엄마가 된 이후의 과정이 구체적으로 그려질 것이다.

동사로서 ‘엄마 되기’라고 바꿔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걸 이 책의 서술 순서에 맞춰 생각해보자.

항목의 타이틀을 읽어보면 엄마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과정들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 간단한 내용을 타이틀 옆에 적어둔다.


1. 숫자로 본 엄마 되기

2. 세대

3. 임신인지 알아내기 : 소변 테스트, 임신 테스트

4. 10주 차, 혹은 8주 경과 : 임신 날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5. 태동 : 임신이라는 첫 번째 확실한 신호

6. 솟아오른 앞치마 : 임신 말기를 ‘앞치마가 솟아오름’으로 표현했다.

7. 출산이라는 것 : 기대기. 쭈그리기, 힘주기, 배우자나 어머니나 신 부르기, 숨 헐떡기. 잡아당기기, 밀어내기.

8. 안녕, 아가 : 누군가는 생명 징후를 살피고, 누군가는 자신과 닮은 점을 찾는다.

9. 눈물과 일화들

10. 산후조리 시기 : 한달, 6주, 혹은 겨우 한 주나 열흘일 수도 있다.

11. 눅눅한 천

12. 방해받은 시간 : 밤, 아침, 오후, 저녁, 나는 밤이 무섭다. 아, 아이가 막 깼다.

13. 한밤중 : 엄마의 밤은 어떻게 다른가? 그들이 돌보는 아기들의 밤은?

14. 가득 찬 젖 : 젖을 물리는 일은 대단히 수치스럽기도 하고 다소 벅찬 일이기도 하다.

15. 불확실성 또는 생각 실험 : 아이 양육에 관한 안내서들은 다양하다. 이렇게 해보라, 저렇게 해보라.

16. 병원 처방과 의혹들 :

17. 아기 맡기고 찾기 : 아기를 건네고, 낮 동안 또는 밤 동안 떠나 있는 것, 아이를 건네 받는 것.

18. 종이꽃

19. 오크 세탁통 : 아이를 키우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항상 몇 가지 물건이 있다.

20. 마당 아기, 무릎 아기

21. 시간을 항해하기

그 밤의 끝에서 : 갓난아기는 더 이상 그다지 새롭지 않다.


이상 간단하게 살펴본 엄마되기의 과정,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임신 테스트기를 살펴보는 순간부터 더이상 갓난 아기가 새롭게 여겨지지 않는 순간까지, 엄마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서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이는 것이다.


이건 역사물이다


저자는 그런 ‘엄마 되기’의 각 과정을 살펴보기 위하여 역사적 기록물을 섭렵한다.

이런 기록들이 그래서 우리 앞에 등장한다.

태동을 느끼고 그것을 기록한 역사적 자료를 예로 들어보자.

1662년의 기록물이다. 런던의 일기 작가 새뮤얼 피프스의 기록이다.


왕의 정부(情婦)가 “우리의 주군 제라드 경의 저녁 만찬에서 태동을 느끼고 자기가 끝장이라며 울부짖었다. 그러자 모든 영주들과 남성들이 얼른 방을 떠났고ㅡ 여성들은 그녀를 도우려고 모여들었다” (73쪽)


저자는 엄마되기의 과정에서 이렇게 역사적 기록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적어둔다.


<4. 10주 차, 혹은 8주 경과>

음파를 활용한 아기의 모습 추적 :

심해에서 잠수함의 위치를 밝히려고 사용되던 그 기술이 이제 양수를 떠다니는 배아를 추적하고 진단하기 위한 것으로 변형되었다. (62쪽)


<10. 산후조리 시기>

1960년대 말의 기록인데, 이건 미군과 한국인 아내 사이의 일이다. (145쪽)


산후 9일, 10일째의 일이다.

한 미군의 한국인 아내가 자신의 아기에게 한국의 자장가를 불러준다. “한국말은 안돼”라고 남편이 소리지른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미국인임을 깨닫는다. 1952년부터 미국에서 형성된 이런 미군 아내들의 가족은 전형적으로 한 언어만 구사한다.


이런 기록을 만나니, 우리나라 여성들이 미국인과 결혼해서 낳은 아이를 어떻게 양육했을까, 궁금해진다. 자장가도 영어로 해야 했다니. 그 고충은 또 얼마나 심했을까? 아이를 얼르고 달래는 그런 일도 모두다 영어로 했을까? 그래서 이런 기록들이 귀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19. 오크 세탁통>

아이를 키우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항상 몇 가지 물건이 있다.


이런 기록도 있다.

백년 동안 기성 유아복 산업은 아기들이 특정한 색상을 필요로 한다고 제안해 왔다.


여기서 특기할만한 기록이 보인다.

1918년에 나온 첫 산업 무역 저널은 남자아이에게 분홍색을 추천했다. (360쪽)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파란색이라는 분명한 구분은 20세기 중반까지 확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즈음 아이가 딸이라면 당연히 분홍색 옷을 준비하는데, 친구가 낳은 아이가 딸이라는 소식을 듣고 파란 색 옷을 선물로 사간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다시이 책은?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또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키우던 시절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키운다고 생각하던 시절의 아빠로서, 나는 당연히 아이의 양육과정에서 빠져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빠졌던 양육의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 양육을 그래도 같이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빠진 부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이 책은 이 땅의 아빠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또한 이 책은 그렇게 엄마들에 의해 키워진 아이들 ? 물론 성장한 아이들이다. -이 읽어야 할 책이다. 해서 엄마의 수고가 얼마나 컸는지를 헤아려보는 것이 어떨까?


더해서, 아이를 잉태하고 이제 태동을 느끼는 시간을 맞이한 엄마와 그 아이의 아빠가 같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잘 키우자고 다짐해보는 시간 가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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