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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 -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1월
평점 :
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
-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이어령의 동갑내기 부인 강인숙 선생이 그동안 다녔던 여행을 기록한 여행기들을 다시 정리해서 펴낸 책이다.
이 책 소개에 의하면, 이 책은 2002년 출간된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과 저자의 에세이 「로스앤젤레스에 두고 온 고향」을 한데 모아 엮은 것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부와 2부는 1999년 스페인과 프랑스 파리에서의 “첫 번째 제철 여행”을,
3부와 4부는 1977년 미국과 ‘비철의’ 프랑스 여행을 전한다.
검색해보니, 저자 강인숙(姜仁淑, 1933년 10월 15일 ~ )은 대한민국의 문학평론가, 수필가, 번역문학가, 대학 교수이다. 현재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겸 영인문학관 관장이다.
괄호 안의 생몰 연대가 마감되지 않은 것을 보니,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오래 더 사셔서 더 깊은 통찰을 후학들에게 전해주시기 기대한다.
이 책, 온통 배울 것투성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읽을 게 없다. 읽으면서 배우고 또 배우게 된다.
심지어 여행지에서 백치기를 당했는데, 그 과정을 상세히 기록해 놓아서 더더욱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는 말씀이다.
이런 것, 알게 된다.
<나란히 있어 빛을 발하는 두 개의 왕좌>(79-85쪽)에서 이런 기록을 만난다.
세고비아 성에서 가장 눈을 끄는 것은 나란히 있는 두 개의 왕좌였다.
카스티야의 공주 이사벨이 아라곤의 왕자 페르난도와 1469년에 결혼해서 나중에 두 왕국이 하나가 된다. (79쪽)
여기 등장하는 이사벨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것을 후원한 여왕이다. (81쪽)
해서 관심이 간다.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함으로 침체해가던 스페인이 한때 세계를 제패하던 강국으로 재생할 수 있었으니 이사벨 여왕은 앞을 내다보는 출중한 통치자였다.
아버지가 사망하자 위기에 처한 이사벨이 자기가 직접 신랑을 선정하고 찾아가 프러포즈를 해 결혼이 이루어진다. 그러니 이사벨과 페르난도는 15세기의 왕가에서 본인들 의사에 따라 결혼을 결정한 특별한 경우였다.
이사벨은 왕이 되자 남편에게 자기 나라 내정에는 간섭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했고, 페르난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한다. 아라곤의 페르난도가 여왕의 나라 카스티야에서 같이 살면서, 자기 나라는 부왕을 두어 다스리는 식으로 약정을 맺은 것이다. 그리고 결혼한 지 10년 만에야 그들은 왕국을 하나로 통합할 것을 합의한다. (79 ?80쪽)
그 뒤로도 이사벨에 관한 기록은 이어 등장한다.
169쪽 : 이사벨 여왕 부부가 묻혀있는 왕실 예배당
더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이사벨은 트라스타마라 왕가 출신의 카스티야 여왕(재위: 1474년 - 1504년)이다.
별명은 가톨릭 여왕이다. 남편 페르난도 2세와 더불어 부부 군주, 가톨릭 군주로 불린다.
레온과 카스티야의 상속녀였던 이사벨은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와 결혼하여 공동 군주가 되었고 이를 통하여 스페인(에스파냐) 통일의 기초를 만들었다.
1492년 그라나다를 점령함으로 레콩키스타를 완성하였다. 지난 800년간의 북아프리카의 이민족이자 이교도에 의한 이베리아반도의 지배를 종식시키고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는 대단한 업적을 이루어 냈다. 콜럼버스의 신항로 개척을 지원하여 신대륙의 존재를 유럽에 알렸으며 이를 통하여 스페인의 해외영토 개척의 기초와 16세기의 번영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위키백과)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크다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는 실제 본 적이 없고, 또한 그 크기에 대한 관심도 없었기에 그저 그런 정도의 크기로만 생각하고 있던 그림인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이런 기록이 있으니 말이다.
벽 한 면을 독차지하고 있는 〈게르니카〉는 처음 보는데도 전혀 낯설지 않다. 책에서 자주 보았고, 해설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생긴 기시감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질감과 색채의 뉘앙스에서 오는 실체감이 회화의 본질이라면 사진은 무엇과 같다고 할까? 돌 속의 미녀가 걸어서 나오는 갈라테이아와의 만남이 여기에서도 이루어졌다. (102- 103쪽)
이런 이슬람 문화 배경지식, 알게 된다.
이슬람 세계의 색채에 대한 탐욕은 무채색의 자연에 대한 반발이라고 누군가가 한 말이 기억이 난다. 이슬람 문화권은 대체로 불모지가 많아서 그들에게는 색채가 너무나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색채에 환장을 한다.(108쪽)
그러고 보니, 이슬람 세계의 그림에는 유달리 화려한 색채로 그려진 그림이 많다, 세밀화를 몇 점만 들여다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또하나, 이런 정보도 가치가 있다.
글자 쓰기가 예술이 되는 나라는 한자 문화권과 이슬람 문화권뿐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아랍 글자들은 그림처럼 아름답게 도안화되어 있고 다양한 색채로 씌여져 있어서 서예 작품들이 컬러풀하면서도 생동적이었다. (246쪽)
트로이의 목마는 어떤 목재로 만들어졌나?
트로이의 목마는 목마니까 당연히 목재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나무는 어디에서 가져온 것일까? 이런 의문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는데, 이 책에서 이런 기록을 만난다.
그리고 이다산의 소나무로 만들어진 트로이의 목마.....트로이의 목마는 수천년이 지난 뒤에도 다시 이다산의 소나무로 만들어진 것을 보면, 소아시아애도 소나무가 있는 지역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122-123쪽)
기억해둔다. 트로이의 목마는 소나무로 만들었다. 그 소나무의 산지는 ‘이다산(山)’이다.
그런데 이다산이 있는 곳은 크레테인데, 크레테에서 소나무를 가져다가 목마를 만들었다는 말인가? 궁금해진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기록
마리 앙투아네트, 외국에서 온 그 철부지 왕비는 혁명을 겪으면서 성숙해져서, 죽을 때는 의연하게 단두대로 걸어가며 “자유여! 너의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악이 행해지고 있는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르봉 왕가의 유일한 남자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칭찬을 들었다는 것이다. (262쪽)
그녀의 마지막 모습
그녀의 죽을 때 모습은 이랬다고 전해진다.
마차가 기요틴 앞에 도착했다. 왕비는 굳은 얼굴로 기요틴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는 베르사유의 대리석 계단을 올라갈 때처럼 굽이 높은 검은색 구두를 신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마지막 계단을 올라갔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마리 앙투아네트가 나왔으니, 그녀의 남편 루이 16세에 관한 기록도 살펴보자.
한쪽에서는 혁명이 무르익어가는데, 사냥을 하지 않는 날은 아무 일도 없는 날로 간주했다는 루이 16세, 이곳은 그가 혁명군에게 납치당해 와서 유폐되어 있던 곳이다. (345쪽)
이곳이라 함은 튈르리 궁전을 말한다.
저자의 기록대로 루이 16세는 혁명이 일어났는데도 사냥을 즐겼다.
그의 일기에는 이런 기록이 남아있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로 건너온 날, 처음으로 둘은 만난다.
그날의 일기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긴다. “왕세자비와 만남”
결혼식 날 일기. “리앵(rien : 아무일도 없었음)"
1789년 7월 11일 네케르를 해임했다. “아무일도 없음, 네케르 떠남.”
왕이 사냥에서 돌아와 회의에 나타났다. “사고로 중단되었음”
파리를 탈출하다가 붙잡혀 돌아온 날. “6시 30분 출발, 8시 파리 도착, 휴식은 없었음.”
루이 14세에 관한 기록은?
있다. 여행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베르사유 궁전에서 예배를 드릴 때, 왕은 2층 발코니에서 제단을 향하여 미사를 드리고, 신하들은 아래층 홀에서 2층에 있는 왕을 향하여 미사를 올리게 했다. (351쪽)
베르사유 궁전에 관한 기록이 많이 있어 베르사유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49, 178, 182 쪽
오벨리스크에 대한 이런 표현, 의미있다.
다행스럽게도 프랑스 사람들은 그 오벨리스크에 최대의 대접을 해주고 있었다. 콩코르드 광장 한복판에 그것 하나만 세워준 것은 오벨리스크에 대한 최대의 오마주다. 광장 전체를 대지(臺地)로 제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는 건물 사이에 설치되어 잘 보이지 않는 오벨리스크도 있었는데, 이 광장에서는 시야가 그렇게 시원스럽게 열려있으니. 오벨리스크는 하나만으로도 이집트 5천 년의 여사를 대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모르긴 해도 유럽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약탈해온 오벨리스크 중에서 파리의 것이 가장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264쪽)
다시, 이 책은?
사람들은 집의 고마움을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267쪽)
저자의 이 말,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사람들은 인생의 고마움을 깨닫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이 책의 고마움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기이다.
게다가 이 책에서 여행기의 진정한 목적을 발견한다.
이제는 이곳을 떠나도 마음이 홀가분할 것 같은 안정감이 되돌아왔다. 어차피 다 보고 떠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결국 자기 앞에 놓인 것밖에 못 보고 죽는다. 그것도 다 보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끔 다른 여행기를 쓰는 것, 그리고 그런 여행기가 쓰일 이유가 거기에 있다. (381쪽)
여행은 인생처럼, 다 보고 떠나는 사람은 없다. 해서 남의 여행기, 남의 인생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알기 위해선 읽어냐 하니 이 책,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의미를, 또한 인생에서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