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코를 찾아서 - 글쓰기 다섯 길을 걷다
간호윤 지음 / 경진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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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코를 찾아서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저자 글의 특징은 엄청난 독서량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해서 종횡무진고전을 이용하여 글을 쓴다.

고전을 잘 엮어내어 현재를 살펴보고 더 나아가 미래에 힘이 되는 결론을 만들어주고 있으니저자의 글을 읽을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에는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치열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넘쳐난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글쓰기는 어떤 것일까?

 

저자로부터 배운다글쓰기에 관한 가르침이다.

 

명색이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나이다몇 권 저서도 내었다그런데 그 책이아니 글이글은 있는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다나는 왜 쓰는가내 글은 내 삶에 무엇이고 나는 학자로서 치열하게 글을 쓰는 것일까? (16)

 

치열한 글이다저자가 보여주는 치열한 자기 성찰이 글을 쓰는데 필요한 자세임을 앍게 해준다.

 

구병성의(久病成醫 오랫동안 병을 앓다보면 자신이 의사가 된다)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끈기를 가지고 공부함을 가르친다.

 

나 역시 강산이 두서너번 바뀌도록 국문학이라는 병을 앓는다헌데 나는 의사가 못 되려는지병이 꽤 깊어 명치에 박혔는데도 도통 진척이 없다. (19)

 

그 다음이 중요하다저자는 그렇게 말한 다음 이렇게 글을 이어간다.

 

그래도 이 고질병을 자꾸만 더 앓으련다정성을 다해 오늘도 입을 앙다물고 당조짐을 해대며 끙끙 앓으련다.(19)

 

그런 저자의 자세가 공부에 필요함을또한 글쓰기에도 필요함을 새기게 된다.

 

이태준 선생 말씀대로 생명력이 있는 글을 만들려는 공부와 기술이 필요하다. (21)

 

이쯤 읽다보면저자가 이런 말을 했음이 기억난다.

 

인간 일생이 출생에서 죽음이라면 글쓰기 일생은 작가 의식에서 주제로 여행이다글쓰기 구성문체는 그 다음이다구성이니 문체문장문법 따위 여줄가리는 다른 글쓰기 책에 널려있다이 책에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5)

 

'여줄가리'라는 말을 여기서 처음 만난다.

여줄가리 :

1.원몸뚱이나 원줄기에 딸린 물건.

2.중요한 일에 곁달린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

 

그런 <구성이니 문체문장문법 따위>를 여줄가리로 여기는 저자에게 글쓰기에 있어 중요한 것을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다섯 가지 길로 보여준다.

 

심도(心道), 즉 마음 길.

관도(觀道), 즉 보는 길.

독도(讀道), 즉 읽는 길.

사도(思道), 즉 생각 길.

서도(書道), 즉 쓰는 길.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읽어보자.

 

첫 번째 길은 심도(心道), 즉 마음 길이다집을 짓기 전에 집터를 어디로 정할까를 찾는 시간이다. ‘마음 길은 작가로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글들로 구성했다.

 

두 번째 길은 관도(觀道), 즉 보는 길이다집터를 닦아보는 첫 번째 시간이다글쓰기는 사물을 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보는 길은 사물 보기를 하는 글들로 구성했다.

 

세 번째 길은 독도(讀道), 즉 읽는 길이다. ‘읽는 길은 책 읽는 방법과 책을 읽으며 느낀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네 번째 길은 사도(思道), 즉 생각 길이다글쓰기를 하는 데(터 닦기어떠한 생각을 담아낼 것인가를 정하는 시간이다생각은 구슬을 꿰는 작업이요글에 대한 사랑이다.

 

다섯 번째 길은 서도(書道), 즉 쓰는 길이다집을 짓는 시간이다즉 글을 써보는 시간이다.

 

그리하여 저자가 보여주는 그 다섯 가지 길을 열심히 따라 가보았다.

길 따라 가며 가슴에 주워담은 글들이 가득이다일일이 소개할 수 없음이 유감일뿐이다.

 

출판하는 것에 대하여 :

우리 고전은 맥이 끊겼다한자 몇 자 보이면 눈길조차 안 준다. (37)

 

겨우 커피 2-3 잔 값이거늘 그것조차도 우리 삶우리 고전 사는 데는 돈을 쓰지 않는다.(37)

 

현실이 그렇다책 사는데특히 우리 고전 책 사는 데는 아까워하면서 커피는 호기롭게 마신다.

 

저자의 눈에 뜨여 여기에 올라오게 된 책들영화들, 모두다 진지하게 새겨볼 필요가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39)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48)

에드워드 윌슨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100)

쇼펜하우어 <문장론> (117)

줄리언 반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124)

 

더 이상 일일이 옮기지 못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글쓰기의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글쓰기에 관한 귀한 가르침을 얻게 된다.

 

글 잘 짓는 묘리는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거나 비슷하게 하는 데 있지 않다. (56)

 

추사 김정희의 글에 보이는 글이다.

 

글쓰기의 묘방(妙方)은 무방(無方)이다.

글쓰기는 글쓰는 것에서가 아니라글 쓰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68)

 

저자가 전해주는 글쓰기에 대한 무방 아닌 묘방은? (68-83)

첫 번째글은 마음이다.

두 번째글은 소박하고 깨끗한 마음이다.

세 번째글은 벌레 수염과 꽃 잎사귀이다.

 

저자의 글은 길다만연체다그래서 읽다가 길을 헤맬 수도 있다,

(68-83)에서 글쓰기에 관한 저자의 가르침을 읽다가 조금 헤맸다그래도 잘 헤쳐 나오기는 했다.

 

글은 벌레 수염과 꽃 잎사귀이다라는 글에서 벌레 수염과 꽃 잎사귀는 그 뒤로도 계속해서 화두가 된다이런 식이다연암 박지원의 글에서 찾아보자.

 

벌레 수염과 꽃 잎사귀에 관심이 없음은 문심이 없다는 말이다작용하는 제 형상을 세심하게 따지지 않는 사람은 글자 한자를 제대로 모른다고 일러도 괜찮다. (87)

 

그래서 통찰이란 게 등장한다본질을 보는 눈이 필요한 것이다.

 

원근법과 역원근법 (102)

 

원근법에 대한 귀한 가르침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원근법이 사물 표현으로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그렇지 않다.

역원근법이란 게 있다배경의 입체를 전경의 입체보다 크게 그리거나화면의 중심을 향하여 집중하여야 할 선대로 확산하여 그리는 방법이다.

 

역원근법은 고정된 시각으로 보는 원근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다.

 

이 항목 글에서 배운 지혜가 참으로 크다.

 

다시이 책은?

 

글 쓰는 마음이 생겼으면 고전을 찾아 읽었으면 한다. (67)

 

거기에 덧붙인 저자의 고전이란 말의 풀이는?

10대를 전함직한 글이기에 책상에 올려놓고 소중하게 다룬다,는 의미이다. (67)

 

그래서 글을 쓸 일이 있거든이 책을 읽어볼 일이다.

저자가 고르고 골라낸 고전의 글에서 글쓰기에 뜻밖의 영감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퍼내도 퍼내도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 같은 책이다. 곁에 두고 계속 읽어가면서 길어내는 물로 수시로 목을 축이며, 글쓰는 길에 들어서 참고할만한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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