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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역설 사전 - 마음을 지배하고 돈을 주무르고 숫자를 갖고 노는 역설의 세계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7월
평점 :
곽재식의 역설 사전
이 책, 사전이다. 역설을 한권으로 모아 놓은 역설 사전,
먼저 어떤 역설이 존재하는지 살펴보자.
1. 거짓말쟁이의 역설Liar paradox
2. 맨더빌의 역설Mandeville’s paradox
3. 애빌린의 역설Abilene paradox
4. 우정의 역설Friendship paradox
5.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
6.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
7. 레온티예프의 역설Leontief paradox
8. 루커스의 역설Lucas paradox
9. 경쟁의 역설Paradox of competition
10. 가치의 역설Paradox of value
11. 브라에스의 역설Braess’s paradox
12.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
13. 심프슨의 역설Simpson’s paradox
14. 점검의 역설Inspection paradox
15. 콩도르세의 역설Condorcet paradox
독자들은 이 안에 들어있는 역설을 분야별로, 필요한 부분을 골라가면서 읽을 수 있다.
몇 가지 짚어본다.
거짓말쟁이의 역설
나는 거짓말쟁이의 역설이 모든 역설의 어머니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역설은 재미있고,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역설의 재미와 가치도 잘 알려 준다. (12쪽)
이 말로 저자는 역설을 시작한다. 거짓말쟁이의 역설은 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헷갈리게 한다. 역설적이게도 거짓말쟁이의 역설은 모든 역설을 총망라하는 역설이다. 그래서 역설을 대하는 자세를 어떻게 해야할지 각오(?)하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꿀벌의 우화 -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맨더빌이 쓴 『꿀벌의 우화』와 박제가가 쓴 『북학의』는 유사점이 있다.
『꿀벌의 우화』는 사치를 하는 꿀벌들이 줄어들자 전체 꿀벌 사회가 빈곤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인데 그 내용이 신기하게도 박제가가 주장한 바와 같다. 박제가는 “다른 나라는 사치로 인해 망한다고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반드시 검소함 때문에 쇠퇴하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34쪽)
이는 『꿀벌의 우화』가 나온 것은 1714년이고, 『북학의』는 1781년에 쓴 것이니 거의 동시대이다. 그러니 동서양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이런 역설도 있다 : 애빌린의 역설 (45쪽 이하)
이런 역설은 듣지도 생각지도 못한 역설이다. 하지만 읽고보니 실생활에서는 많이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 의견에 반대하기 애매해서 그냥 전체 의견인줄 알고 동의한 것이 실상은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으로 찬성하고 넘어갔다는 것이니, 이 역설을 발견한 사람의 통찰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 날개를 달고 하늘로 탈출하려던 이카루스는 그만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추락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떤 역설에 해당하는가?
캐나다의 경제학자 대니 밀러는 기업경영에 이를 사용했다.
너무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은 바로 그 성공의 원인 때문에 오히려 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역설은 기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저자는 이를 수학과 통계학의 과적합 문제와도 연결시켜 살펴보고 있다. (112쪽)
또한 호랑이와 고양이를 대비시켜 이카루스의 역설을 설명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가치의 역설Paradox of value (168쪽 이하)
이것은 해결된 역설이다. 그러니 이제는 역설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이 역설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가치라는 개념의 중요성 때문이다.
가치의 역설이라 함은, 물과 다이야몬드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귀한 물건이지만 어찌된 셈인지 별 쓸모 없는 다이야몬드보다 값이 싸다. 이것을 가치의 역설이라 한다.
이런 모순, 즉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현재는 한계효용학파의 등장에 의해 가치의 역설이 해결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180쪽)
한계효용학파는 물과 다이야몬드의 가격 차이를 그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느끼는 한계효용으로 설명한 것이다.
비담의 역설? 심프슨의 역설!
저자는 신라 선덕여왕 때의 사건을 제시한다. 김유신과 비담 중 누가 더 잘 싸운 것인가?
신하들이 선덕여왕에게 올린 보고의 내용은 이렇다.
김유신 : (백제와) 100번 싸워 70번 승리, (고구려와) 4번 싸워 2번 승리
비담 : (백제와) 5번 싸워 4번 승리 (고구려와) 50번 싸워 30번 승리
그렇게 해서 승률은 각각
김유신 : 백제와 7할, 고구려와 5할
비담 : 백제와 8할, 고구려와 6할
그렇게 나온 승률에 의하면 당연히 비담이 앞선다. 하지만 선덕여왕은 비담 대신 김유신을 더 잘 싸웠다고 한다. 왜 그럴까?
부분을 살펴보면 비담이 더 잘 싸운 것 같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김유신이 앞선다.
김유신은 전체 104번의 전투에서 72번을 이겼고 (69퍼센트)
비담은 전체 55번에서 34번을 이겼다. (62퍼센트)
이게 바로 심프슨의 역설이다. 부분과 전체의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역설, 여러 분야에 흩어져 있어 잘 파악되지 않았던 역설들을 이 책에서 한꺼번에 모아 놓고 보니, 한눈에 보인다.
이런 책?
필요하다. 사전식으로 모든 역설을 정리한 책, 필요했다.
읽으면서 저자의 수고에, 그 발상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