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류 - 죽음을 뛰어넘은 디지털 클론의 시대
한스 블록.모리츠 리제비크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번째 인류

 

모든 것은 인터넷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인터넷 이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변했다그래서 현재의 모습은 과거와 달라졌다.

개인적으로도 또한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또한 전 인류의 모습이 과거와 달라졌다.

 

해서 이제는 우리 생각의 기반을 모두 인터넷에 두고 시작해야한다.

이 책은 특히 그 중 불멸에 관한 철학적 담론을 인터넷과 관련하여 시작한다. 

인간은 불멸할 수 있는가영원히 살 수 있는가비록 다른 형태의 모습을 할지라도?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단순히 목차를 열거하는 게 아니라중요한 논의가 들어있는 부분의 타이틀을 추려보았다.

 

1장 인간 유한성의 끝 디지털 불멸성

2장 불사의 몸이 된다는 것

4장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다

5장 축복받은 자들의 섬 디지털 영혼을 구독하세요

6장 잊고 싶지 않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것삶을 저장하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7장 산 채로 묻히다 디지털 공동묘지 매일 수천 명씩 죽는 페이스북 사용자들

8장 영혼이 죽어서는 안 된다

9장 육신에서 벗어나다

11장 인공지능과 의식

12장 진정한 나 테세우스의 배

13장 잊을 수 없음 불멸성이라는 지옥명예는 죽지 않는다

14장 영원한 삶 디지털 유산 영혼의 재탄생

 

이 책에서 저자는 끈질기게 인간의 정체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대체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이 책 293쪽 이하의 <테세우스의 배>라는 항목을 몇 번 읽어보고 다음 장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내 몸이 나인가아니면 내 영혼이 나인가?

그 둘을 합한 게 나인가?

내 몸이 나라면죽어 몸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는 것일까?

영혼이 나라면몸은 죽어도 영혼은 살아있다는 것이니 그걸 어디에다 따로 존치할 수 있을까?

 

또 있다,

나는 나의 기억이 나인가?

몸은 움직이지 못해도 기억이 남아있다면 나일 수 있다.

다시 이런 의문나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때에도 나일까?

 

이런 질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바로 인터넷이다인터넷 상에 나의 기억이 남아있다면?
더하여 가상 현실로 죽은 나를 만들어 놓고다른 사람들이 가상현실 상에서 나를 만날 수 있다면그게 나일 수 있을까?

 

이 책에는 그 사례가 나온다.

 

VR로 죽은 딸을 다시 만난다는 내용으로 전 세계적 화제를 몰고온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 나온 사례다. (19, 326)

 

어머니 장지성씨는 딸 나연을 공원에서 만난다. 물론 죽은 딸이다.

딸 나연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이날 아바타로 만들어져 시뮬레이션으로 어머니와 만나 대화도 하고 걷기도 한다. 단 만질 수는 없다.

 

그러한 경우이 어머니는 정말로 자신이 딸이라고 부른 존재와 만난 것일까?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이는 곧 애도의 문제로 연결이 된다.

죽을 때에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낸 사람을 제대로 애도하고 보내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게 애도 이론인데이 경우에는 그 차원이 아니라서 심리학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이는 다시 유족의 슬픔을 이용한 디지털 산업의 위험성에 직결된다.

유족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하여 생전의 모습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수시로 가상 현실속에서 만나도록 하는 부추김도 생각할 수 있다. (385쪽 이하)

 

또 이런 논의가 있는데이 책에서 얻어야 할 바람직한 결론은 이게 아닐까?

 

박탈상실부재를 제대로 경험해야 한다는 것.

위의 사례를 예로 들자면딸의 죽음을 박탈로그리고 상실과 부재로 받아들여야하는데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충고는 그래서 아주 적절하다.

 

과잉되고 불필요한 것들로 만들어진 세상부재를 경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세상은 곧 지옥으로 변한다. (334)

 

그러니까 살면서 상실부재이별작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뎌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한 채 영원히 존재하는 시뮬레이션과 계속해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334)

 

그래서 이런 것기억해 두면 좋을 것이다.

 

슬픔을 결핍이나 약점 또는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심리적인 문제로 볼 게 아니라충족한 삶에 속한 요소중 하나로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338)

 

다시이 책은?

 

이 책에는 인터넷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철학적 담론이 들어있다.

비단 나 자신과 관련된 디지털 클론의 문제뿐만 아니라첨단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데 아주 유용한 정보들도 많이 들어있다

 

왜 그런 문제들을 계속 되짚어봐야 하는가?

이고어 레비트 (독일인 피아니스트)의 발언이 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 될 것이다.

 

월광 소나타를 그토록 자주 연주했으니 피아노를 치지 않는 순간에도 소나타의 선율이 들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소나타를 자주 칠수록더 열심히 여러 차례 칠수록그 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지고 곡이 저에게서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럴수록 저는 더 행복해지고더 자주 그 곡을 치고 싶 다고 생각하죠. (.......) 저는 절대 이 곡은 이제 다 이해했으니다음 곡을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아요제 목표는 다시 시작 부분으로 돌아가는 거에요.”

 

삶의 기본적인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생각하자는 것이 책은 그럴 때 아주 좋은 교사가 되어 우리를 인도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