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명 지르게 하라불타오르게 하라

 

이 책 제목은 무섭다.

비명 지르게 하라불타오르게 하라

 

무슨 내용이기에 이렇게 자극적이고 무서운 제목을 달았을까?

너무 무섭다. 그래서 부제를 읽으면서 일단 그 무서움을 달래본다.

<갈망관찰거주의 글쓰기>

 

그러니 이 책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체험한 사건들일들을 기록한 글 14편이 실려있다.

그런 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치열한 기억그리고 그 기억을 철저하게 글로 옮긴 기록 정신을 먼저 새겨볼 수 있다대단한 글이다.

 

<갈망관찰거주의 글쓰기>?

 

저자가 부제를 <갈망관찰거주의 글쓰기>라고 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인데그 이유는 무엇일까?

 

종이책에는 책 내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실려있지 않지만인터넷 서점에서는 이런 정보가 보인다.

 

제이미슨은 자신에게 없는 타인의 무엇을 갈망하는 일그리고 그것을 관찰하고 응시하는 일그리하여 결국 그 안 혹은 그 언저리에 정주하고 거주하는 일에 대하여 치열하게 묻고 탐구해나간다.

 

쓰고자 하면 모든 것이 이야기거리다.

 

이 책에 실려있는 글을 보면 정말 이런 말이 실감이 난다.

글을 쓰고자 하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이야기거리고 글감이라는 것이다.

 

예컨대실연박물관 (305쪽 이하)

 

실연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물품들에는,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붙어있다.’

그러니 실연박물관에 있는 물품들만 소개해도 이 책을 꽉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있는 실연박물관을 다룬 <실연박물관편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건져낼 수 있다.

 

이곳의 전시물은 무엇을 없애기보다는 그것이 존재했다고 주장하는 것들이다. (305)

끝이 났다고 해서 끝나기 전 일어난 모든 일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321)

 

키스의 역할(?)은 이렇다.

데이브와 처음 키스했던 날 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여태 살아 있는 기분이 아니었어그런데 지금은 살아있는 것 같아.”(332)

 

등장하는 햄릿 (52)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주인공 햄릿도 이렇게 등장한다,

 

터커는 어쩌다보니 세상의 호레이쇼들 앞에서 햄릿을 연기하게 된 분별있는 조연같았다천국과 지상에는 ....그대의 철학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더한 일들이 있다.

 

이 글의 터커는 전생에 대해 연구하는 정신과 전문의다저자가 그를 방문하여 그가 만난 전생 체험자에 대해 듣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말을 한다.

 

그러니 우리 철학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예컨대 전쟁에 대한 체험도 있다는 것을 햄릿의 입을 빌려서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저자의 이런 발언도 기억해 둔다.

 

어쩌면 세상에는 내가 공감할 수 없는 경험내가 결코 믿지 못할 일이 있을지도 몰랐다. (57)

 

인간이기에 인간의 일이 낯설지 않다.

 

저자는 몸에 새긴 타투를 언급히고 있다. .

 

내 팔에 길게 새긴 타투는 이 사람에 대해이 순간에 대해이 탄환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말이었다. Homo sum: humani nil a me alienum puto(나는 인간이다인간에 관한 그 무엇도 내게 낯설지 않다). (60)

 

그리고 나중에 다시 그 타투를 언급한다.

 

자꾸 내 타투가 생각났다. 1년 전연대감과 호기심을 표현하겠다며 진심 어린 의도를 담아 새긴 것인데이제는 내 팔이 나를 꾸짖는 것 같았다어쩌면 내가 인간에 관한 모든 걸 알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134)

 

그러니 <나는 인간이다인간에 관한 그 무엇도 내게 낯설지 않다>는 말을 인간에 대한 연대감과 호기심을 가지겠다는 의도로 새겼는데지나다보니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리라한 인간이 인간을 다 알기에는 인간은 더 넓고 깊은 존재라는 것을 고백한 것이라 할까인간에 대하여 경외감을 표현하고 있는 글로 읽었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인간을 낯설지 않게끔 열심히 연구하며 살펴가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기쁘다저자가 낯선 곳에 가서 낯선 것을 만나고 글로 옮기는 많은 것들이 독자들에게는 인간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 되니까많이 듣고 배우는 기분이 든다그게 기쁘다.

 

다시이 책은?

 

모든 출산 이야기는 두 개의 출산 이야기야아기가 태어나고엄마 역시 태어나. (358)

 

저자가 쓴 <태동>에 나오는 글이다이 글을 읽으면서 여자가 아닌 남자로단지 아빠인 내가 다시 한번 내 자녀의 태어남을 생각해 보게 된다. 한 사람이 이 땅에 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그 글은 이렇게 끝이 난다.

 

내가 거기 있었어도착울음새로운 세계의 시작. (360)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마지막 글이 <태동>인데출산을 몸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나는 이 글을 책을 내보내는 작가의 심경으로 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임신하고 그 아이가 태 속에서 커가는 것을 느끼며 기록하는 것이 글을 써서 이 세상에 내보는 산고의 고통으로 읽혀지는 것이다그러면 모든 글쓰기는 직접 아이를 낳는 것처럼 두 개의 이야기가 되는 것인가?

글이 태어나고또한 작가 역시 글쓰기의 고통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것,

글쓰기는 그런 힘을 갖는 것이다고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