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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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캉디드

 

읽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이상하다 생각한 것도 잠시읽어가면서 점점 캉디드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이 다양하다그만큼 이 책이 말하는 바가 많다는 것이다.

 

캉디드그는 누구인가어떤 사람인가?

한 청년이 살고 있었는데타고난 본성 덕에 품행이 온화했고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해맑았다그리고 정말 순수한 데다 올곧은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9)

 

그런 그가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고 겪는 신기한 경험이 펼쳐지는데, 몇 가지 기록한다.

 

그는 여행한다

 

어떻게 여행이 시작되었을까?

그는 남작으로부터 엉덩이를 걷어차여 성 밖으로 쫓겨났다. 그것이 그가 여행을 시작한 계기가 된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중요한 곳만 살펴봐도 이 정도다. 

엘도라도수리남보르도 파리디에프포츠머스포루투갈과 스페인 해안을 따라서 지중해를 통과한 다음에 베네치아흑해프로폰티헤콘스탄티노플.

 

그러한 여정을 거치면서 겪은 모험을 생각해보면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떠오른다.

소설 속에 베니스의 상원의원 포코쿠란테의 집에 방문했을 때서재에서 호메로스의 책이 비치되어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을 보니(147볼테르는 호메로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캉디드는 그런 여정 곳곳에서 속아넘어가기도 하고유혹에 넘어가기도 하면서 오직 오매불망 마음 속에 품은 여인 퀴네공드를 만나기 위한 여정을 지속한다. 이는 오디세우스가 고향에 있는 아내 페넬로페를 만나기 위해 영생을 제공하겠다는 여신의 유혹조차 물리치는 모습과 방불하다여기서는 그런 유혹이 엘도라도이상향에 남아 있으라는 것이니똑같은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이 발휘된다.

 

이 책 캉디드를 읽을 때에는 통상적인 생각접어두고 읽어야 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볼테르의 상상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면서그런 일쯤 실제로 일어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여기 일일이 적을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기발한 상상력이 다양하게 펼쳐지는데 독자들이 그걸 손수 확인하면 더 좋을 것이다.

 

엘도라도라는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발표한 것은 1516년이다,

볼테르가 이 책 캉디드를 쓴 것은 1759년이니볼테르의 이 책이 훨씬 뒤에 쓰여진 것이다.

볼테르는 캉디드』 안에 유토피아를 그려 놓는데그게 바로 엘도라도이다. (84-98)

 

캉디드안에 등장하는 유토피아엘도라도의 모습은 이렇다.

 

캉디드가 재판정과 고등법원이 있냐고 물으니그런 것은 없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감옥 역시 없다고 한다.

 

신에 대한 생각은그들은 기도하지 않는다그들은 신께 바라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신은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신다그래서 그들은 기도 대신 감사를 드린다.

 

단순하게 꾸민 집이 이렇다.

문은 전부 은으로 되어 있고집의 온 벽은 금으로 되어 있다.

응접실은 루비와 에메랄드만 박아 장식했다.

 

이 나라에는 화폐가 없다식당에 가서 식사하고 돈을 낼 필요가 없다정부가 모든 비용을 감당한다.

 

호메로스베르길리우스밀턴에 대한 평가.

 

이 책에서 캉디드는 베니스에서 상원의원 포코쿠란테를 만나 대화를 하는 중에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 등 문학가에 대한 평가를 듣게 된다이는 작중 인물을 통하여 볼테르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여기에 중요한 대목만 적어둔다. (147-152)

 

거기서 거기인 전쟁들이 계속 반복되고,

신들은 아무런 결단을 내리지도 않고 우유부단하기만 하고,

헬레네는 전쟁의 원인인데 작품 속에서는 마치 단역 같고,

트로이는 계속 공격은 당하는데 결코 점령되는 법이 없잖아요.

나로서는 죽을만큼 지루한 책이었어요. (148)

 

캉디드는 그 무엇도 스스로 판단해 보지 못하면서 자랐기 때문에포코쿠란테의 말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149쪽)

 

내 이름은 빨강

 

이제 캉디드가 맨 처음 여행을 떠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남작으로부터 엉덩이를 걷어차여 성 밖으로 쫓겨났다. 그것이 그가 여행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했는데거기에는 이런 사연이 숨어있다.

 

캉디드는 툰더 텐 트론크 남작의 집에 살고 있었는데그 집에는 퀴네공드라는 딸이 있었다. 캉디드가 좋아했었다그러던 어느날 일이 묘하게 되어식사 후에 캉디드와 퀴네공드는 뱡풍 뒤에 둘이 남겨지게 되고거기에서 둘은 입맞춤을 하게 된다. 그 장면을 마침 지나던 남작이 보게 되었는데 남작이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 성 밖으로 쫓아낸 것이다. (13)

 

그런데 이 장면이 다른 소설에서 사용된 게 있다캉디드의 오마주다.

 

내 이름은 빨강의 주인공 카라와 세큐레이다.

카라는 에니시테의 집에 드나들다가 그집 딸 세큐레를 좋아하게 된다에니스테의 발언이다 

그는 우리 집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고우리 가족들도 그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세큐레를 사랑하게 됐을 것이다그러나 내 바람과는 달리 카라는 자신의 사랑을 묻어두지 못하고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정염을 딸애에게 털어놓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그 후로 카라는 더 이상 우리 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내 이름은 빨강, 1권 51, 65오르한 파묵민음사)

 

내 이름은 빨강에서는 카라가 세큐레를 좋아했다는 이유로 그 집을 출입하지 못하고 객지를 떠돌다가 12년만에 돌아오게 되고캉디드에서는 캉디드가 퀴네공드를 좋아한다는 이유때문에 성 밖으로 쫓겨나 방랑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그러니 오마주한 것이 아닐까?

 

다시이 책은?

 

그럼 볼테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캉디드가 오랜 여정을 마치고 정착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정착한 곳은 작은 농가거기에서 캉디드는 드디어 정착하여 땀 흘리며 농사지으며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그게 이 책의 결말이다.

 

노동은 우리를 세 가지 큰 불행즉 권태와 방탕그리고 가난으로부터 멀어지게 해주죠. (180

)

 

이것 저것 생각하지 말고일합시다삶을 견딜만하게 하는 단 한 가지 방법이니까요. (182)

 

소박한 땅은 많은 것을 내주었다. (182)

 

풍운아 같은 인생을 살다간 저자 볼테르의 염원치고 참으로 소박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이름만 듣고 읽어야겠다고 벼르던 이 책읽고나니 어떤 임금과 현자의 일화가 떠오른다,

현자에게 인생의 교훈을 줄이고 줄여서 가져오라 했던 왕처럼볼테르도 우리가 새겨야 할 것은 현재 그 자리에서 충실하라, 그게 인생의 황금율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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