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빛나는 순간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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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이 책의 저자인 이금이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어느날 조카가 들고 있던 책을 어깨너머로 보게 되면서부터다그때 만난 책이 유진과 유진.

조카는 그 책에 유난히 관심을 가졌고 그 뒤 동명의 연극도 보았다고 해서나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게 되었다.

 

그뒤로 이금이 작가의 작품을 계속해서 읽게 되었는데얼마 전에는 벼랑을 읽은 적이 있다이번이 그러니까 이금이 작가의 세 번째 책이다.

 

등장인물들은 과연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태명고등학교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되는 4인방이 등장인물이다.

 

윤지오장석주오한결양근식

 

이렇게 한꺼번에 등장한 인물들은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진짜 주인공만 남게 된다윤지오와 장석주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은설.

 

그들은 만나고 흩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거치며 서서히 각자 삶의 자리를 찾아간다.

물론 고통의 단계를 거친 다음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들의 인생살이를 통해 인생은 엄연히 자기 선택에 달린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특히 석주와 은설의 인생이 더 그렇다.

 

우연은 이렇게 시작한다.

 

기숙사에 묵고 있는 석주와 지오는 어느 주말에 모두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교칙에 불구하고 기숙사에 몰래 숨어 남으려다가 그게 여의치 않아 부득이 밖으로 나오게 되고자전거 여행을 나서게 된다.

 

그들은 큰길보다는 그 길에서 갈라져 나간 작은 길들을 달렸다급할 것도 목적지도 없었으므로 달리다 경치가 좋거나 쉴 만한 장소가 보이면 주저 없이 자전거를 멈췄다석주는 자신이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해가 기울자 날씨가 선선해졌다석주는 자신의 발로 페달을 밟아 달려온 거리와 시간에 대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68)

 

그게 우연의 시작이었다. 아니 우연을 가장한 선택을 미리 연습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전거 여행을 떠난 둘은 밤중에 길을 헤매다 은설의 아버지 차를 얻어 타게 되어은설을 만나게 된다.

 

인생은 우연일까필연일까?

 

소설은 분명 현실과 다르다. 해서 픽션이지만분명한 것은 거기에 실제 인생의 모습이 들어있다는 것이다해서 우연과 관련해서 이런 말이 나오게 된다.

 

육십 평생 살면서 얻은 결론인데 인생은 결국 자기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거야.”(250)

 

저자는 <작가의 말(초판본)>에서 이런 말을 전해준다기차를 타고 가다가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건넨 사람이 한 말이란다.

 

조금 더 자세히 생각해보자저자는 작품 속에서 그 말을 이렇게 풀어낸다.

 

이른 봄얼음 녹을 때 냇가에 가 본 적 있어?” (240쪽)

 

은설의 아버지가 지오에게 하는 말이다.

이게 이 소설 제목이 말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깨진 얼음장이 흘러가다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어돌에 걸리거나 수면이 갑자기 낮아져 얼음장이 곧추설 땐 기여그때 햇빛이 반사돼 빛나는 건데 그 빛이 을매나 이쁜지 모린다.”

 

더 들어보자인생의 진리가 들어있다.

 

얼음장이 그런 빛을 낼라카마 우선 깨져야 하고 돌부리나 굴곡진 길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기여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더 들어보자인생이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

 

인생은 우연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기라사는 기 평탄할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고난이 닥쳤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마 그제사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지.”(240- 241)

 

이제 알았다우연히 어떤 일이 다가오지만그걸 필연으로 만드는 것은그래서 자기 인생의 길로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선택이라는 것.

 

다시 이 책은?

 

이 소설의 주인공, 석주와 은설그리고 지오에게 다가간 우연과 그들이 선택한 그들의 인생은의미있게 살펴보고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지오는 좋은 책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리는데그 정의가 정말 마음에 든다.

 

좋은 책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을 넘기려는 마음과문장의 의미가 깊어 그 장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충돌해다 읽기도 전에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155)

 

저자는 지오의 입을 빌려 좋은 책의 정의를 내린다.

이 책을 읽으니바로 이 책이 그런 좋은 책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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