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로운 조선시대 - 궁녀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역사
조민기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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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로운 조선시대

역사를 드라마로 배우면 생기는 일들

 

역사를 드라마에서 배우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많은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고 배우게 된다.

물론 그런 가운데 부정적인 경우도 있다.

 

탈렌트 최수종은 우리 역사에서 수많은 나라의 임금으로 알려져 있다.

우스개 이야기가 아니다.

심심찮게 아이들 시험지 답안이 유머 란에 올라오는데고려를 건국한 왕도 최수종이고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도 본명은 최수종이다.

그런 경우는 그저 유머라고 해두자그런데 이런 경우는?

 

장옥정장희빈으로 더 잘 알려진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는 드라마 몇 개로 그녀를 알고 있다.

 

궁녀가 약을 먹이려 하자장씨는 궁녀를 밀치고 몸을 비틀며 발악하였다.

나를 죽일 테면 세자와 함께 죽이거라내가 무슨 죄가 있는가?” (96)

 

이건 <인현왕후전>에 나오는 대목이지만이런 모습들이 장옥정을 다룬 드라마에서도  나온다,

 

1988년 MBC <조선왕조 오백년인현왕후>

희빈 장씨가 사약을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가 옷고름이 풀어지는 격렬한 장면을 연출했다.

 

2002년 KBS2 <장희빈희빈 장씨의 입을 강제로 벌려 사약을 먹인다.

 

그러니 장희빈의 최후 모습은 이런 식으로 드라마 시청자들의 기억에 오롯이 남았을 것이다.

그러면 장옥정이 죽을 때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

 

희빈 장씨는 세자의 어머니이자 숙종의 후궁으로 자진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였다발악하며 억울해하지도 않았고 세자에게 패악질을 하지도 않았다. (95)

 

희빈 장씨는 숙종 27년 10월 8일 자진했다. (95)

 

이 책에 그런 기록이 있어확인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숙종조 부분을 찾아보았다.

 

숙종실록35숙종 27년 10월 8일 신유

희빈 장씨를 내전을 질투하여 모해하려 한 죄로 자진하게 하라고 하교하다

부교리 권상유 등이 세자 보안을 위해 장 희빈의 구명을 청했으나 허락하지 않다

판중추부사 서문중 등이 청대하여 장 희빈의 구명을 논의했으나 허락하지 않다

 

숙종실록35숙종 27년 10월 10일 계해

예조로 하여금 자진한 장 희빈의 상장의 제수를 참작하여 거행하라고 하교하다

왕세자와 빈궁의 거애 절차에 대해 논의하다

장씨의 상장에 제수를 주라고 호조에게 하교하다

장씨의 상을 선인문으로 나가게 하다

 

숙종은 희빈 장씨의 모든 장레를 궁에서 주관하며 최상의 예우로 치렀다.

희빈 장씨의 장지는 예조참판등이 고른 끝에 고른 명당으로 선정됐고숙종은 세자와 세자빈에게 망곡례를 행하게 했다세자 부부는 희빈 장씨의 상복을 3년 동안 입되 왕비와 같은 예로 할 수는 없기에 3년을 채우기 며칠 전에 상복을 벗었다. (97)

 

그러니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처럼 발악하는 모습표독스런 모습의 장희빈이 결코 아닌 것이다그녀는 후궁으로써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그녀의 무덤은 대빈묘라 불리었고 사당은 대빈궁으로 불리는데후궁의 지위 앞에 ()’를 붙인 사람은 장희빈이 유일하다.

 

우리가 장희빈장희빈이라는 말에 익숙하지만실제 그녀는 한때 왕비였다.

그런 사실을 처음 알았다이 책 저자가 파헤쳐 준 덕분이다.

 

숙종은 왕비의 명호를 정하고 희빈 장씨를 왕비로 삼았다. (91)

숙종 15년 5월 6일의 일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찾아 보았다.

 

숙종실록21숙종 15년 5월 6일 신축

희빈 장씨로 왕비를 삼겠다는 전지

장형을 추증하고 이식·권유 등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이상진의 선처를 바라는 정언 조식의 상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숙종 20년에 숙종은 사가에 있던 인현왕후를 환궁하라 명하고후에 왕비로 복위시켰다. (92)

 

이상이 장희빈 -  아니 왕비 명호는 - 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마에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과의 차이다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그래서 실제 장희빈의 모습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 책으로 알게 된다

 

어디 장희빈뿐일까?

 

이 책에는 조선 시대 궁궐에서 살았던 궁녀 8명이 등장한다.

이런 이름 들으면 이들이 드라마에서 보았던 배역들의 모습으로 떠오를 것이다.

 

창빈 안씨흔들리는 왕의 사랑보다 왕비라는 든든한 울타리

인빈 김씨임진왜란 중에도 명실상부한 내명부의 기둥

희빈 장씨장옥정오로지 왕의 뜨거운 총애로 왕비가 된 유일한 궁녀

의빈 성씨성덕임제문에 새겨진 카리스마 개혁 군주의 절절한 순정

숙빈 최씨가장 신비로운 조선의 후궁

영빈 이씨찬란했던 후궁의 빛그만큼 짙었던 그림자

조두대붓 끝으로 권력을 좌우한 언어 천재

김개시왕의 심리를 읽고 정권을 장악한 비선 실세

 

드라마의 주조연으로 등장해 그저 흥밋거리로만 알고 있던 그들의 실제 모습이 이 책에서 드러난다역사의 뒷길에서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역사적 삶을 살았는지이제 제대로 알 수 있다제대로 알게 된 것그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다시이 책은?

 

다행하게도 장희빈에 대한 묘사는 그 후로 많이 달라졌다.

 

예컨대,

2010년 <동이>와 2013년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사약을 마신 후 조용히 쓰러지는 모습사약을 받고 죽을 때 숙종이 달려와 장옥정은 그의 품에서 눈을 감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제 앞으로 나올 드라마에서는 좀더 실제의 모습으로 그려질지도 모르겠다하여튼 지하에서라도 그나마 달리 그려진 본인의 모습을 보고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기를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원혼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역사는 항상 다시 써야 한다.

이 책은 그런 다시 쓰는 역사특히 궁녀의 진면목 알게 되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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