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템페스트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예용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평점 :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템페스트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 비해 소품이라 할 수 있다. 극의 길이로 보았을 때, 짧다. 해서 다른 작품에 비해 소품이라 할 수 있다.
원활한 내용 파악을 위해서
그런데도 작품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사건이 대사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물들간의 관계가 복잡하기도 하기에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의 앞부분에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인물관계도는 작품 이해에 무척 도움이 된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s/e/seyoh/IMG_tempest.png)
이 책은 먼저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
주석이 없다는 점, 입말을 사용한다는 점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설명이 필요하다.
현대를 살고 있는 독자(또는 관객)들이 읽기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도처에 나온다. 그래서 작품을 이해하려면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한데, 그것은 특히 책으로 읽을 때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방해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 또 문제로 된다.
그래서 번역자들이 그것 때문에 고심하는데, 이 책은 설명을 별도로 하지 않고 오로지 대사로만 승부를 거는 방향을 택했다.
그래서 번역자는 입말을 사용해서 읽기에 편하게, 듣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1막 1장에서 폭풍우를 만난 배에서 갑판장이 내지르는 소리를 들어보자.
이봐 자네들, 힘내. 힘내라고! 빨리 좀 움직여!
꼭대기 돛을 내려! 선장님 호각 소리 잘 듣고!
바람아, 어디 지칠 때까지 실컷 불어보려무나,
갈 데까지 가보자고. (10쪽)‘
이 부분을 다른 번역과 비교해보자.
어, 여보게들, 열심히 하게, 열심히! 빨리빨리!
중간 돛을 내려라. 선장의 호각 소리를 경청해라.
불어라 바람아, 그대가 터질 때까지,
배를 넓은 바다로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A 출판사, 9-10쪽)
이 책 : 선장님 호각 소리 잘 듣고!
A 출판사 : 선장의 호각 소리를 경청해라.
이 둘 중 어느 게 실제 상황에서 들려올 것 같은가?
이런 사례들은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기에, 굳이 비교하면서 더 이상 인용하는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 이름에 대하여
미망인 다이도. (46, 47쪽) : 디도
홀아비 아니에스 (46쪽) : 아이네이아스
이에 대하여는 지난번 『햄릿』을 리뷰하면서 지적한 바가 있다.
현대의 이 시점에 우리나라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펴내는 것이니, 이름을 통용되는 이름으로 표기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여기에서도 말할 수밖에 없다.
다른 신들의 이름을 살펴보자.
제우스, 넵튠, 세레스, 주노, 비너스, 저승의 신 등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름 표기가 일관되어 있지 않다.
제우스는 2회 25쪽과 100쪽에 등장하는데 ’제우스‘로 표기하고 있다.
그 반면 주노는 ‘주노’로 표기된다. 주노는 제우스의 부인 ‘헤라’의 로마식 이름이다.
그러니 제우스는 그리스식으로 표기하고 그 부인인 헤라는 로마식으로 주노라고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넵튠, 세레스도 포세이돈과 데메테르의 로마식 이름이다.
해서 원문을 찾아보니,
ARIEL
To every article.
I boarded the king's ship; now on the beak,
Now in the waist, the deck, in every cabin,
I flamed amazement: sometime I'ld divide,
And burn in many places; on the topmast,
The yards and bowsprit, would I flame distinctly,
Then meet and join. Jove's lightnings, the precursors
O' the dreadful thunder-claps, more momentary
And sight-outrunning were not; the fire and cracks
Of sulphurous roaring the most mighty Neptune
Seem to besiege and make his bold waves tremble,
Yea, his dread trident shake.(1막 2장)
CERES
High'st queen of state,
Great Juno, comes; I know her by her gait. (4막 1장)
밑줄 친 이름 중 Jove는 영어로 ‘주피터’, 즉 제우스를 의미한다.
다른 번역본을 찾아보았다.
조브 신, 넵튠, 시어리즈, 주노 (A 출판사)
셰익스피어 극의 공연은 영국인 관객을 대상으로 하였으니 당연히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불렀을 것이다. 그러니 번역할 때에도 영어식으로 번역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보다 더 충실한 번역
다음을 비교해보자.
A 출판사 :
푸로스퍼로
(방백) 일이 잘 되어가는군, (퍼디넌드에게) 자, 따라오라.
(에어리얼에게) 훌륭한 에어리얼아, 일 참 잘했다! 나를 따라오너라.
들어라. 내게 또 해주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하겠다. (39쪽)
이 책에서
프로스페로
(방백) 잘 되고 있군. (퍼디넌드에게) 자, 따라오게.
(에어리얼에게) 잘 하고 있어, 착한 에어리얼!
(퍼디넌드에게) 따라오라고 (에어리얼에게) 다른 일도 있으니 잘 들어라. (40쪽)
이 장면에서 프로스페로는 다른 두 명, 에어리엘과 퍼디넌드에게 말을 하고 있다.
A출판사 번역에서는 밑줄 친 부분인 나를 따라오너라가 에어리얼에게 한 말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 책에서는 그게 아니라 퍼디넌드에게 한 말인 것으로 더 정확하게 번역을 해 놓고 있다.
다시, 이 책은?
그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오면서 안타까운 게 번역을 너무 성의없게 한 책들이 눈에 띈다는 사실이었다. 조금더 신경을 써서 번역을 했더라면 입에 착착 붙는 입말로 연극 대사의 맛도 느낄 수 있고 그 의미도 잘 새길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행하게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꾸준히 번역이 되면서 그런 아쉬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독자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놓인다. 이 책도 그런 번역본이라 할 수 있어,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의 진수를 한층 더 느낄 수 있었다는 점,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