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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 소설처럼 읽는 고대 그리스 생활사
필립 마티작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8월
평점 :
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등장인물들
이 책 『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는 고대 그리스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을까?
저자는 그 시대 생활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갔는가를 보여준다.
그 여덟 명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농부, 외교관, 노예 소녀, 달리기 선수,
어린 신부, 건축가, 리라 연주자, 상인
평범한 이들이 1년간 살아가는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 이후의 헬레니즘 시대를 살아간 고대 그리스인들의 삶과 가치관이 이들의 모습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교를 해보자.
(10-11월)
농부 / 외교관 / 노예 소녀 / 달리기 선수/ 어린 신부 / 건축가 / 상인 / 리라 연주자
(12- 1월)
농부 / 외교관 / 도망자 / 달리기 선수/ 어린 신부 / 건축가 / 상인 / 리라 연주자
비교해보면, 위에 기록한 인물들중 한 명의 신상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10-11월)에서 노예 소녀가 (12- 1월)에서는 도망자로 바뀌었다. 그것을 보면 노예 소녀의 신상에 변화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즉 노예였던 소녀는 도망을 쳐서 도망자의 신세가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8명의 대표 인물을 추려내, 그들의 인생을 이야기 속에 담아내는데, 그 안에 그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이들은 어디서 만나게 될까?
저자가 단순히 8명의 인물을 통하여 각각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책은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그들 모두가 만나게 되는 그림, 즉 빅 픽쳐를 그리고 있다.
어디에서 만나게 될까? 농부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이제 12개월이 지나면 133회 올림피아 제전이 이피타가 꾸려 나가는 농장 근처의 올림피아 경내에서 열리게 된다. 지금껏 이피타와 그녀의 가족들은 몇 세대에 걸쳐 이 제전에 참가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면서 넉넉한 생활을 꾸려 왔다. (19쪽)
133회 올림피아 제전이 열리게 되는 그 시점을 왜 명시했을까?
그게 저자가 그려놓은 타임라인이다. 그 시점을 향하여 모든 인물들이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있다. 등장 인물과의 관련성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어떤 관련이 있게 되는 것일까? 하나만 예를 들어본다.
역시 농부 이야기다.
농부에세 아들 하나가 있다. 그 아들은 타지에 나가 있다.
그 아들은 현재 엘리스의 시가지 중심부에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만의 만족을 추구하는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 연구나 리라 연주에 할애하고 있다. (22쪽)
이 아들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창구가 되는 것이다.
(농부) 이피타의 가족은 아테네에 살고 있는 이곳 엘리스 출신의 어느 가족과 ‘크세니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크세니아란 피가 섞인 관계는 아니지만 필요할 경우 서로를 돌봐주는 전통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78쪽)
자, 이렇게 밑밥을 깔아놓은 저자, 아테네에 살고 있는 크세니아는 과연 누구일까?
위에서 소개한 인물 중 누구와 연결이 될 것 같은가?
더 읽어보자.
이렇게 크세니아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을 보통 ‘크세노스’라고 불렀다. 이런 관계는 평소에도 대단히 유용했는데, 특히 조심스럽게 알아본 결과 아테네의 크세노스에게는 혼기가 찬 딸이 하나 있었다. (79쪽)
다시 그쪽으로 건너가 보자.
이 경우 엘리스의 칼리피데스는 혼기에 접어든 아테네의 처녀 아피아를 원하고 있다. (156쪽)
칼리피데스는 농부 이피타의 아들이다. 그 아들은 현재 엘리스에 살고 있다.
자, 그러면 두 사람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8명의 등장 인물들은 연결이 되고 있다.
저자는 그렇게 등장 인물들을 도처에 깔아놓고 서서히 말들을 움직여서 나중에는 함께 만나게 하는 행마법을 구사한다. 그렇게 해서 빅 픽쳐를 그려놓고 있다.
다시, 이 책은?
그리스 인문학이란 주제로 그동안 공부를 해오고 있었다.
그리스 신화로부터 시작하여, 그리스 비극 그리고 호메로스까지 읽어보면서 그리스 문화를 만들고 이끌어온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고대 그리스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인들의 실제 생활상을 알고 싶었는데, 그게 그런 작품 속에서 조각 조각 발견할 수 있을뿐, 전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신화, 비극, 고전에서 이야기 사이 사이로 그리스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씩 알아볼 수 있었을 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그게 아쉬웠다.
그런데 이 책이 나의 그런 아쉬움을 채워주는 자료를 담고 있었다.
소설적인 서술을 통해 8명의 삶에서 고대 그리스인의 실제 생활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물론 이 책도 아쉬움은 있다. 기원전 500년전의 그리스가 아니라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전쟁이 끝난 약 100년 뒤, 헬레니즘 세계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