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 서울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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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서울 1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파란만장한 귀향기이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케로 고난의 귀향길에 오른다.

그렇게 시작한 귀향 행로에서 그는 모진 고난을 당하면서무려 10년간 항해를 계속하여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다른 전승에 의하면 그는 고향 이타케에 안주하지 못하고 또다른 여행을 한다.

그의 피 속에는 모험과 방랑의 DNA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처럼 다시 모험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그 후로 몇 번이고 다른 작가의 손에 의해 변주되어 이 땅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이 책도 그중의 하나이다.

 

오디세이아 서울

 

작가 이문열을 오디세우스를 내세워서울이라는 바다를 항해하게 만든다다만 실제 오디세우스가 아니라이 책에는 그 오디세우스의 역할을 몽블랑 볼펜이 맡았다.

 

몽블랑 볼펜몸통이 좀 굵고 우툴우툴한 은장 제품으로 모델 번호는 1644, 제품 번호는 DB 258064이다. (15)

 

주인공 격인 볼펜의 뒤를 따라 나서기 전에저자가 말하는 출항에 나서는 마음을 읽어보자.

 

따라서 나의 항해는 아주 오랜 옛날 오디세우스란 어떤 씩씩한 희랍 사내가 겪었던 그것과 비슷해질 공산이 크다한 눈먼 음유시인이 그 사내의 고난과 모험을 읊고 거기에 붙인 제목을 내 항해일지의 제목으로 빌려쓰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11)

 

이 책의 첫 장인 <출항의 노래>에서 저자가 붙인 출항의 변이다.

 

출항의 변에 이어서 저자는 오디세우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인다해서 이 책을 읽는데 굳이 오디세우스에 대한 사전 정보 없어도 괜찮다저자가 사전 정보를 깔아주기에 주인공인 몽블랑 볼펜의 뒤를 따라 항해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디세이아 서울은 1,2 권 모두 두 권으로 이루어졌는데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출항의 노래

가슴 없는 섬

거인들의 숲

마녀들

슬픈 원주민들

난파

 

2,

 

표착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

가난한 사람들

희극 또는 비참

돌아온 이카루스

깃발은 쓰러지고 동지만 남아

짜르를 기다리며

 

이런 타이틀을 읽으면호메로스를 읽어본 독자들은 금방 오디세이아의 내용을 떠올릴 것이다. 1권의 <거인들의 숲>이란 말을 들으면바로 오디세우스 일행이 중간에 들렀던 외눈박이 거인의 섬을 떠올릴 것이다그런 식으로 이 책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오버랩 되기에 이 책을 읽으면호메로스를 소환하여 오디세이아와 오디세이아 서울그렇게 두 권을 읽는 즐거운 기분이 들 것이다.

 

대 항해의 시작은?

 

주인공인 몽블랑 볼펜의 항해 시작은 프랑스 파리의 드골 공항 면세점이다.

거기에 진열되어 있다가만난 주인이 바로 우리나라의 김사장김왕흥씨다.

 

김사장이 여행하고 남은 돈을 모두 털어 산 게 바로 주인공 볼펜이다.

그렇게 하여 김사장의 호주머니에 꽂혀 우리의 오디세우스는 항해를 시작하는데맨 먼저 도착한 곳이 서울에 있는 김사장의 집이다.

 

주인공은 거기에서 김사장의 가족 구성원들의 행동을 통하여 서서히 서울이라는 곳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살펴보게 된다.

 

그는 김사장의 가족을 이렇게 부른다. ‘가슴 없는 섬

 

나는 김왕흥 씨네 집을 가슴없는 섬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솔직히 고백하면 그것은 바로 한여사 때문이다. .... 그녀를 근거로 그런 이름을 붙인 게 얼른 듣기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하지만 내게는 나름의 까닭이 있다. (89)

 

그 까닭을 알아가는 게 이 소설의 줄거리가 된다독자들은 김사장의 가족을 통하여 우리나라 중산층의 겉과 속을 샅샅이 살펴볼 수가 있는데그 사정은 이 책이 쓰여질 당시인 몇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인들특히 외눈박이 거인들

 

나는 궁금했었다.

저자 이문열이 오디세이아의 거인을 현대에 옮겨와 어떤 식으로 모습을 드러나게 할 것인가그게 궁금했었다.

 

저자는 거인외눈박이 거인을 이렇게 변주하고 있다.

 

그날 나는 네 명의 퀴클로페스 와 한 님페를 보고 돌아왔다그리고 이튿날부터 같은 항로를 되풀이 왕복하게 되면서 나는 더 많은 퀴클로페스더 많은 님페를 만나게 된다. (145)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는 외눈박이 거인의 현대적 모습은 어떨까?

 

부동산 업자.

여기 또 한 명의 거인이 있다하지만 이 거인은 외눈박이다오직 부동산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는 .......(151)

 

화상(?商)

거인같이 느껴지게 했다.하지만 성한 거인이 아니라 외눈박이 거인에 지나지 않았다무엇이든 자신이 가장 값나간다고 단정한 것을 외눈으로 삼아 세상을 보고 해석하며또 그 해석에 따라 충실하게 움직일 뿐인그리하여 함부로 굴리는 자신들의 거구에 세상이야 뭉개지건 짓밟히건 깨어지건 부서지건 아무런 주저가 없는. (155)

 

그렇게 우리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서울을 항해하며서울을 묘사한다그 곳은 바로 오디세우스가 고난의 항해를 했던 바로 그곳이라고.

 

그 다음 타이틀그리고 2권에서도 역시 오디세우스는 고난의 항해를 계속할 것이다.

 

다시이 책은?

 

이 책은 저자 이문열이 1990년대 서울의 세태를 신랄하게 묘사한 것이다.

그래서우리에게 다가오는 서울의 모습은 지금부터 무려 30년 전의 모습이지만지금도 한결같이 변함이 없는 동일한 모습으로다가온다 

그러나 그 역시 30년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호메로스가 묘사한 오디세이아』 이후 인류가 겪으면서 보여주었던 다양한 인간사가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었을 것이다.

 

해서 이 책은 오디세이아의 변주이면서그동안 살아왔던 인류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여 그려낸한 폭의 그림이라 할 수 있다변함없이 이어지는 연속화 중의 한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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