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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인문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2년 7월
평점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빨강머리 앤 인문학
미리 알려 두기 : 이 글에서 ‘빨강머리 앤’의 표기는 저자가 책에서 밝힌 바와 같이, 소설은 『빨강머리 앤』으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은 <빨강머리 앤> 으로 표기한다. |
‘빨강머리 앤’에 대하여,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저를 ‘코딜리어’라고 불러주세요.[1]
http://blog.yes24.com/document/11701088
저를 ‘코딜리어’라고 불러주세요.[2]
http://blog.yes24.com/document/11701096
그 글의 서두는 이렇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쓴 『빨강머리 앤』을 읽었다. 이제야 읽은 것이다. 어릴 적, '빨강머리 앤'이 안중에 없었던 것은 단순히 내가 소년이라서 그랬던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앤을 이해하는 정서가 부족했던 것일 게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이라 생각이 된다. 이제 어른이 되어 인생을 조금 알다보니, 빨강머리 앤의 정서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
그렇게 소설로 ‘빨강머리 앤’을 만났다.
소설 속의 인물들, 우선 이 정도만 알아두자.
앤 (Anne) : 이 책의 주인공 (Anne with an ‘E’)
머릴러 (Marilla Cuthbert) : 앤을 키워주는 부인
매튜 (Matthew Cuthbert) : 앤을 키워준다. 머릴러의 오빠
다이애너 (Diana Barry) :; 앤의 친구 (bosom friend)
린드 부인 (Rachel Lynde) : 근처에 사는 부인
길버트 (Gilbert Blythe) : 앤의 학교 학생, 후에 앤의 남편이 된다.
배리 부인 (Miss Barry) : 다이애너의 친척, 앤의 후원자가 된다.
지리적 배경은 캐나다의 애번리(Avonlea)인데, 이 책으로 그곳이 섬 안에 있는 지역이라는 것 알게 된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애번리(Avonlea)인데, 애번리(Avonlea)는 실제 도시가 아니라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의 도시 이름이다. 실제로는 에드워드 섬 중부의 카벤디시가 무대라 한다.
그런 소설 『빨강머리 앤』을 주재료로 하여 인문학적 통찰을 펼쳐 보이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먼저 저자는 대상의 폭을 넓혀 놓는다.
흔히 『빨강머리 앤』 하면 소설로 유명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어려서 만화 영화로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여 대상의 폭을 넓혀 놓는 것이다.
바로 최근 (2017-2019)에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드라마 <빨강머리 앤>이다.
그 드라마는 소설과 줄거리에서 차이가 있는데, 저자가 착안한 차이는 소설에는 없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흑인 남자 배시와 인디언 소녀 카퀫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그런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통해서 『빨강머리 앤』의 세계가 넓어졌음을 밝힌다.
사실 소설은 앤이라는 소녀를 중심으로 한 마을 이야기였으나, 드라마에는 세계가 나오고 그 역사가 나온다. (9쪽)
그래서 저자는 배시와 카퀫에게도 각각 지면을 할애하여 그들이 어떻게 앤의 세계를 확장시켜 놓았는지를 살피고 있다.
4장 배시 이야기
5장 카퀫 이야기
그 다음으로 원작 소설에서 그 시대 배경에 대하여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덧붙여서 흥미롭게 줄거리를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빨강머리 앤』을 다시 조명한다.
1장 나의 이야기와 2장 루시 이야기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앤을 살펴보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다.
집으로 들어가는 앤 vs. 집을 떠나는 노라 :
빨강머리 앤과 집을 나가는 『인형의 집』의 노라를 비교한다.
앤이 닮은, 앤을 닮은 :
빨강머리 앤과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의 하이드를 비롯하여 아동문학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비교한다.
상상하는 앤 vs. 모험하는 삐삐 :
빨강머리 앤과 『말괄량이 삐삐』의 삐삐를 비교한다.
가족을 만드는 앤 vs. 가족을 버리는 윌러비 :
빨강머리 앤과 『무자비한 윌러비 가족』의 월러비네 4명의 아이들을 비교한다,
이렇게 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동문학의 주인공들과 앤을 비교하며 살펴보니, 앤의 상대적 위치가 확연하게 드러나 보인다. 해서 지금껏 앤을 바라보던 시각이 단일 시점에서 다양한 시점으로 바라보게 되고, 앤의 모습이 더 정확하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넷플리스 드라마에서 몇 개 건져올린 것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빨강머리 앤>에서는 원작소설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의 몇 개 기록해 둔다.
소설에서 앤이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이다. 앤이 머릴러와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머릴러가 앤에게 이름을 묻는다.
“이름이 뭐지?”
소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윽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코딜리어라고 불러주겠어요?”
“코딜리어라고 ‘불러’ 달라고! 그게 네 이름이냐?”
“아니에요. 엄밀히 말하면 내 이름이 아니지만 코딜리어로 불러주시면 좋겠어요. 멋지고 우아한 이름이거든요.”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소개를 한다.
Please... call me Cordelia,
( 생략)
or Penelope.
Penelope has a very tragical ring to it.
코딜리어
또는 페넬로페라고 불러 주세요.
페넬로페에는 비극적인 느낌이 있으니까요.
페넬로페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부인 이름이다.
남편이 트로이 전쟁에 나가 10년, 그리고 그후 귀향길에 어려움을 당하여 10년, 도합 20년을 떠나있게 된다. 그래서 앤은 그 이름에 비극적인 느낌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앤은 셰익스피어 뿐만 아니라, 호메로스의 서사시도 적어도 관심이 있는 아이로 소개된다. 또한 기차에서 『제인 에어』를 인용하는 부분도 등장하는데, 그 정도면 문학소녀가 틀림없다. 그래서 이런 사실에서 비롯된 것일까, 뒤에 앤은 스토리 텔러의 재능을 도처에서 발휘한다.
매슈는 일찍 죽는다. VS. 죽지 않는다.
원작 소설에서는 매슈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게 된다. 그러자 결국 앤이 그 지역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집을 지키는 것으로 줄거리가 진행이 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매슈가 죽지 않고 다만 아파 일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로 인해 드라마에서는 더욱 풍성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다시, 이 책은?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세상천지가 못 박을 일들만 보인다 한다.
그러나 망치 이외에 다양한 도구들을 가지고 세상을 본다면, 세상이 다만 못 박을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확실하게 보일 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하나의 시각으로 앤을 살펴보았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쥐어주는 다양한 인문학적 도구들을 가지고 소설과 드라마를 다시 본다면, 그때의 앤은 지금까지의 앤은 아닐 것이다. 그야말로 이 책으로 인식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독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