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방랑자 - 지옥고를 떠나 지구 한 바퀴
유최늘샘 지음 / 인간사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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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방랑자

 

이 책을 펴들고 몇 쪽 읽지 않아 입에서 나온 말이 있다.

고생.’

고생이라는 말에 뒤이어 나온 말은? ‘개고생.’

 

고생 (苦生) : 어렵고 고된 일을 겪음또는 그런 일이나 생활.

개고생 (苦生) :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

 

개고생은 고생의 등급에서 한 단계 높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결코 비속어가 아니란 점도 강조해 둔다그래서 이런 말들이 나오게 된다.

 

집 나가면 개고생

 

또 이런 말도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유최늘샘이 바로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한 사람이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것을 보여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자는 왜 그런 개고생을 사서 했을까?

아니먼저 그가 개고생한 내역을 알아보자,

 

저자는 아시아아메리카아라비아아프리카를 827일간에 걸쳐 109,980km를 여행했다.

 

뭐 그것까지는 다들 한다저자보다 더 많은 곳을 여행한 사람도 많다.

그러면 왜 저자의 여행이.개고생이었을까?

가는 곳마다 최고급 호텔에 묵고 가장 편한 이동 수단을 사용하면서여유 있는 시간과 자금으로 지금도 세계를 누비는 사람은 많으리라그런 사람에게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적용될 리가 없으니저자는 그런 사람들과는 다른 여행을 한 게 분명하다.

 

저자가 한 여행의 모습을 잠깐 살펴보자.

 

1.8 kg 소형 텐트와 텐트 밑에 깔 김장용 비닐 2m, 침낭을 챙겼다.

여차하면 노숙이다바지 두 개셔츠 두 개한 벌은 입고 한 벌은 손으로 빨아서 말리며 된다. (23)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저자의 행장을 밝힌 것이다.

그럼 실제 여행에서는 어땠을까?

 

길거리 음식과 간식을 많이 먹은 우리는 번갈아 가며 설사병과 변비에 시달렸다. ‘집나오면 고생이라는 말이 자주 와 닿았다낯선 곳에서는 마려운 오줌 한 번 누는 것도 더러워진 손 한 번 씻는 것도 쉽지가 않다. (58)

 

한달 내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어쩌다 한 번씩 야영을 할 때는 무서웠는데그것도 매일 하다 보니 폐가 마당에서도야산과 들판에서도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171)

 

수많은 공항에서 노숙했고 문제가 생긴 적이 없는데 이집트 공항 경찰들은 막무가내로 나를 쫓아냈다공항 밖 벤치에 머무는 것도 안 된다며억지로 택시에 나를 밀어 넣었다. (282)

 

가능하면 육로로 아프리카를 종단하고 싶었고 비행기는 너무 비쌌기에며칠을 고민하다 버스를 타기로 결심했다. (330)

 

그런 개고생을 사서 하는 여행보통 사람 같으면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고생을 사서 한다.

왜 그랬을까?

 

여행하다가 이런 말호의호식 하면서 별 다섯 개 짜리 호텔에 묵는다면 과연 이런 말 들을 수 있을까이런 생각 가진 사람을 만날 수나 있을까?

 

"도시 사람들은 나밖에 몰라. ‘라는 비누 거품 속에 사는 것 같아오로지 나한테 둘러싸여서 나만 보고 살지산에서는 내가 없어산만 있어나무호수… 산만 있고 나는 없어그래서 산을 좋아해." (170)

 

칠레 푸콘 산골출신 청년 한스 오르티스의 말이다.

 

이런 사실 알게 된다.

 

미국 입국시 왕복 항공권 또는 제 3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소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그런데 미국 인근 국가나 남미 국가들은 제 3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다른 대륙으로 가는 티켓이 필요하다따라서 쿠바랑 멕시코 티켓은 소용이 없다. (27)

 

군대 없는 나라코스타리카 :

코스타리카는 1949년 법 개정을 통해 군대를 없앴다. (95)

 

그리고 이런 평가.

군대가 없고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그러나 마약과 범죄가 많고 집집마다 철조망이 높은 나라 코스타리카독특하고 살기 좋은 이 나라가 더욱 평화로워지기를 바랐다. (103)

 

그란 콜롬비아’ :

베네수엘라콜롬비아에콰도르파나마 지역은 1819년부터 1831년까지 그란 콜롬비아라는 통합국가였는데통일된 남미 국가를 원하지 않았던 미국의 견제로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가 실각하며 여러 개의 나라로 쪼개졌다고 한다. (115)

 

이집트에 갈 때, 조심 :

떠도는 정보들에 의하면이집트는 외국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바가지와 사기로 유명한 나라다. ‘특히돈을 요구하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283)

 

돈을 요구하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런 사례를 저자는 실제로 경험했고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이런 위험한 일조심해야

 

저자는 몇 번의 사고를 경험했다그렇다그건 분명 사고다.

 

콜롬비아

콜롬비아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오는 중옆자리 승객이 권하는 음료를 받아 마셨다.

몇 번이나 권하는 음식을 거절했는데빨대까지 꽂아주며 음료를 권하기에 두 모금 양의 음료를 쭉 빨아 마셨다달콤한 오렌지 음료의 맛그때가 새벽 두 시였다.

그리고 깨어난 곳은 병원강도가 건넨 오렌지 쥬스강력한 수면 마취제를 마시고 완전히 뻗었고가진 것을 다 털리고 말았다. (109)

 

에티오피아

공원에서 당한 일이다저자가 동행하던 사람과 같이 공원을 산책하는데현지인 청년 몇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그중 한 명이 칼을 꺼내들고 물건을 빼앗으러 덤비는 횡액을 만난다. (329쪽 이하)

 

아잔과 히비스커스 차

 

얼마 전 지인과 함께 카페에 가서 마신 히비스커스(hibiscus) 꽃잎 차가 있는데물속에 있는 꽃잎만 보다가 얼마전 읽은 <꽃피는 미술관>이란 책에서 그 실제 모습을 보았다.

조지아 오키프가 그린 <히비스커스와 플루메리아>이다.

 

히비스커스는 하와이를 대표하는 꽃이라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난다이런 구절이다 

라마단 기간에해가 지고 모스크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울려 퍼지면사람들은 거리에 나와 배고픈 행인들에게 히비스커스 음료와 대추야자 세 개씩을 나누어주었다. (294)

 

굳이 히비스커스 찾아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이렇게 이곳 저곳에서 만나니새삼 히비스커스 차 마시던 그 시간이 떠올려진다. 이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의 효과? 

 

다시이 책은?

 

집 나서면 개고생그리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있는 간극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그 방법은 이것이다.

이런 것 깨달아 알려주는 것그것이 그런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일일 것이다그런 간극은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그걸 깨닫는다면 그 간극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된다고 배웠어민족이나 종교가 다른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56)

 

세르비아에서 만난 고등학생의 발언이다.

 

이런 발언은 귀를 씻고 경건하게 들어야 한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우선 우리들 머릿속을 좀 씻어야 해.”(163)

길 가다가 만난 아르헨티나 여행자 브루노 소사의 발언이다.

그는 어려운 형편에도 길다가 만난 길잃은 강아지를 데리고 여행중이다정말 개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이지만 고생의 의미를 완전정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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