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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땅끝으로 - 로마에서 산티아고 3,018km 순례길
정양권 지음 / 선한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세상에서 땅끝으로
이 책은?
이 책 『세상에서 땅끝으로』는 <로마에서 산티아고 3,018 순례길>을 기록했다.
저자는 정양권, < 2017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트리니티 국제 대학교와 트리니티 복음주의 대학원에서 목회학을 수학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부터 총신대학교 기독교 유아교육팀 안에서 성경동화 그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이다. 저자가 로마에서 시작하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거쳐 피니스테레까지 장장 87일간 모두 3,018km의 순례길을 걸으며 겪은 일을 담담하게 담았다. 순례기록 중간에 그가 성경을 묵상하며 하나님과 함께했던 시간들 또한 기록해 놓아, 이 책은 순례기와 묵상기를 겸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해서 이 책은 로마에서 시작한 순례길이라. 나라만 따져서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을 거쳤으니 3개국 순례기이기도 하다.
용어 해설 몇 가지
우연하게도 추석 연휴 동안 손에 잡고 읽은 책이 모두 산티아고 순례길과 관련이 있었다. 그런 책을 읽기 전에 마침 이 책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 <순례길의 기본 지식>이란 항목 하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련된 기본 사항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몇 개가 다른 책을 읽는 데에도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 :
‘까미노’는 길이라는 의미이다. ‘데’는 전치사 from 또는 of. 해서 까미노 데 산티아고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란 의미다.
알베르게 :
순례자 크리덴셜을 소지한 자들이 이용하는 숙소다.
순례의 시작과 끝
저자는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순례여행을 시작한다.
시작하면서 순례의 목적을 이렇게 정의한다.
세상에서 땅끝까지는 한 나그네의 성장이야기다. 죄를 상징하는 세상에서 나와, 땅끝으로 가는 여행일지이기도 하다. (32쪽)
해서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이스라엘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이끌어가기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자리매김을 하기도 한다.
몸이 무거운 걸까? 머리가 무거운 걸까? 한껏 게을러지고 싶은 날,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자질구레한 변명과 함께 하루 더 쉬어갈 수도 있고, 지금 서있는 이곳에서 순례길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주님의 뜻은 어디에 있는 걸까? 광야 길에 서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묵상해본다. (216쪽)
그래서 이런 묵상도 하게 된다.
산티아고까지 계속 가는 것도, 이곳에 머무는 것도 우리의 심령을 면밀이 살피시는 하나님 앞에서 결정하고 진행해야 한다. (217쪽)
걷다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
저자는 걷다가 많은 사람을 만난다.
물론 순례자가 대부분이다.
순례길 첫날에 만난 기셀라, 독일에서 온 70대.
둘째날에 만난 프랑스인 50대. 이런 식이다.
그들과 같이 걷고 또는 식사를 하며 인생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제노바에서는 오페라의 왕 베르디를 만나기도 한다 (104쪽)
제노바의 구시가지에 있는 선술집이자 카페인 프라텔리 클라인구티는 베르디가 무려 40년간 즐겨 찾았다는 곳이다. 저자는 거기에서 베르디의 추억이 어린 카푸치노와 브리오슈를 즐기면서 베르디의 숨결을 느꼈다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 왜 하는걸까?
사람들은 왜 산티아고를 걷는 것일까? 왜 그길 걷기를 고집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가 두가지 경우를 만났다.
그 하나는, 산티아고 길을 걷되 그 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경우다.
저자는 순례길만 가는 게 아니다. 순례길을 잠시 벗어나 그 지역에서 특히 의미있는 곳을 둘러보고 간다.
예컨대 산티아나 델 마르에 도착하기전 길을 잠시 벗어나 알타미라 동굴을 보러 간다. (220쪽)
무려 기원전 15,000년 즈음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 최초의 예술품이 있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가끔 목적에 매몰되어, 목적지에 가는 것에만 급급하여 정작 봐야 할 것을 지나치기 쉬운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잠시 벗어나면 알타미라 동굴이 있는데 그것을 모르고 지나쳤다면 순례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들게 되는 것이다. 순례길 벗어나기도 한 저자, 순례를 해도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다.
또다른 경우는, 산티아고길 걷는 것을 자랑으로 하려는 사람들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어렵지 않게 성취욕에 불탄 자들을 본다. 남들이 안 해 본 것 해보고 싶고, 유명한 하이커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종종 만났다. 그들 대부분은 부지런하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결핍을 느꼈다. 조금 더 독창적으로, 조금 더 돋보이게. 그들의 공통된 모토였다. 그들의 자랑은 계속 되었다. 더 크게 자랑하는 이들과의 만남 전까지.(146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진흙길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늪지대를 피하는 게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아름다운 순간들을 놓침으로,
길 위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쁨들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128쪽)
고흐의 그림이 탄생한 고장 아흘에서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에릭이 한 말, 기록해 두고 싶다.
(이흘은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고흐의 방’,‘요양소의 정원’등이 탄생한 도시다.)
고흐를 좋아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그가 지냈던 곳, 그림을 그렸던 곳에 너무 매몰되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에릭의 눈에는 자신의 투숙객들은 항상 바빠 보였다. 고흐의 뒤를 쫓느라. 그리고 고흐 팔로워들은 한결같이 인증사진에 목숨을 걸었다고 한다. (153쪽)
다시, 이 책은?
저자는 <2014-2016년 서헌강 사진연구소에서 서헌강 사진작가와 주병수 사진작가에게 도제교육을 받으며, 한국문화재단 등에서 사진 경험과 경력을 쌓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저자의 카메라가 유감없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의 묵상 사이사이에, 순례기 중간중간에 저자가 눈과 카메라에 담았던 풍광들을 시원하게 옮겨 이 책에 담아놓았다. 해서 이 책은 저자가 풀어놓는 글에서는 순례의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거니와 그걸 뒷받침하는 풍광도 같이 볼 수 있으니, 실로 저자 뒤를 따라 산티아고 순례길 한 번 다녀온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