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저세상 오디션』
이 책은?
이 책 『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은 소설이다.
저자는 박현숙, <동화작가,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고 제1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이 책의 내용은?
13명의 사람들이 길을 가고 있다. 죽어서 저승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다.
자기 명에 죽지 못하고, 중간에 생을 포기한 사람들 13명이 한데 모여,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이다.
어느 한 곳에 이르자, 그들은 멈춰서야 했다. 어떤 남자가 길을 막고 서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한다.
거기 모인 인물들을 살펴보자.
화자인 나, 나일호, 학생이다.
나일호, 현재 16세, 남은 시간 오십팔년. (14쪽)
나도희, 같은 반 학생이며 인기가수이기도 하다. 랩이 전문이다.
도진도, 현재 51세, 남은 시간 사십년.
황명식, 현재 49세, 남은 시간 이십팔 년.
진주 구슬(여), 성이 진주, 이름이 구슬. 부동산 중개인.
이수종, 생전에 가수, 예명은 돌팡.(38쪽)
머리를 산발한 아줌마. 미혼모, 아들이 하나 있다.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 (148쪽)
그들 죽은 사람 일행을 막은 사람은 사비, 그리고 그를 지휘하는 또 다른 남자 마천이 등장해‘죽은 사람들에게 미션을 부여한다. 이른바 ’저세상 오디션‘,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마천과 사비가 죽어 저승길을 가는 13명의 사람들에게 준 미션은 오디션 통과다.
이 길은 오디션 합격자에 한해서 지나갈 수 있다. 그것이 절차다. (24쪽)
오디션은 10차까지 있다. 열 번이 지나도 합격하지 못한 자는 이 중간 세상을 떠돌며 다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26쪽)
그런데 나일호가 죽게 된 사연이 남다르다.
길을 가던 중 5층 건물 옥상에 한 사람이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자세히 보니, 아는 학생인 나도희였다.
“쟤가 미쳤나, 왜 저기서 저러고 있담, 저러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하는 생각으로 뛰어 올라간다. 옥상 문을 열었을 때 나도희는 옥상 난간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바람처럼 달려가 나도희를 와락 껴안았다. (20쪽)
그렇게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일호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자기가 스스로 생을 포기한 사람인가, 아닌가?
만일 그도 스스로 생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면,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판정이 된다면?
저자가 만들어 제시하는 세계관은 이렇다.
실상 이 소설의 재미는 그런 줄거리보다는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통하여 제시하고 있는 세계관에 있다. 우리가 천국, 지옥 등을 통하여 상상하는 ’저승‘과 ’이승‘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 상상하여 그런 세계관을 만들어내어, 그 세계관 속에 이야기를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마천의 입을 통해 보여주는 세계관, 생사관을 살펴보자.
세상에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심판을 하지. 그것은 정해진 시간을 모두 살고 온 사람이나 그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서 오게 된 사람이나 모두 똑같다.
시간을 꽉 채우고 돌아오는 사람들은 이 길 대신 이 세상과 저세상의 중간에 놓인 강을 건너지.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차버리고 배신한 사람들은 이 길로 오게 된다. 이 길로 온 사람들은 무조건 저 길로 갈 수는 없다. 심판을 받는 곳까지도 쉽게 갈 수 없다는 말이다.(13쪽)
너희들은 착각을 했다. 너희들이 살던 세상을 떠나면 문제가 해결되고 안락하고 편안한 세상으로 단숨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 착각으로 멍청한 선택을 한 거고 말이다. 너희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는 길을 통과하지 못하고 여기에 남게 되면 절실히 느낄 거다. (58쪽)
그런 세계관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미리 죽은 사람들은 벌을 받게 된다.
저승에도 가지 못하고, 중간 지대에 남아, 모진 고난을 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그런 고난을 억울하게 일찍 죽게 된 일호도 당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말로 이 책의 가치를 새겨볼 수 있다.
나는 세상에 나가는 영혼들에게 살다 올 시간을 부여할 때 어둠과 같은 막막한 시간만을 넣지는 않았다. 견뎠어야지. 참아야 했다. 여기에 온 사람들중에 딱 한 시간만 더 참았어도 기쁨을 맞이할 사람도 있었다. (134쪽)
“오늘이 힘들다고 해서 내일도 힘들지는 않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나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 보낼 시간들을 공평하게 만들었다.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아라.”(218쪽)
자신들이 두고온 시간의 미래를 상상해보라.
자신들이 두고 온 시간을 진지하게 생각하다 보면(178쪽),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가치 있는 책이다.